설 연휴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직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량에 집에서 편안히 설을 보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서울대병원 8년차 청소노동자 A씨(53·여)는 병원일을 시작한 8년 전부터 가족과 설을 보내본 적이 없으며, 설은 평소보다도 업무강도가 더 세, 연휴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이처럼 주말과 명절, 공휴일 등 남들 다 쉬는 '빨간날'에도 쉬지 못하고 3교대 근무를 실시해 오고 있었다.

비번인 동료가 빠지면 업무량은 평일 대비 2~3배로 치솟았다.

매시간 병원 곳곳에서 나오는 적출물 등 의료 쓰레기를 처리하고 까다로운 보호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병원 내외부 위생을 유지해야 하는 가운데, 간호조무사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떠넘기는 경우도 많아 말 못 할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게다가 병원측은 체계적인 안전교육과 마스크와 위생장갑 등 장비 보급도 없이 감염환자가 퇴원한 방을 정리하도록 강요하고, 장갑도 없이 침대를 정리하던 청소노동자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주사바늘에 찔려도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과 치료·보상도 하지 않는다고 A씨는 밝혔다.

그럼에도 A씨 등 청소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비정규직 용역'이라는 점에서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병원은 용역업체에, 용역업체는 병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꼴만 봐야 한다고.

A씨 등이 매일 오전6시부터 오후4시까지 매일 10시간씩 주당 6일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이 안 된다.

부족한 급여가 실질적인 가장인 이들 스스로 휴식대신 평일보다 1.5배 많은 수당을 받기 위해 근무를 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먹고 살겠다고 일을 시작했다가 자녀들과 거리감이 너무 커졌다"며 "병원 청소노동자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씁쓸해했다.

이들은 새해 소망으로 직영 및 정규직 전환을 꼽았다.

청소노동자 B씨는 "용역과 비정규직이 없어지면 산재조차 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과 낮은 임금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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