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렌트 전성시대, “집, 사지않고 빌려쓴다”

   
지난 5월 31일 뉴스테이 정책에 대해 밝히고 있는 국토부 관계자.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김영 기자] 과거 우리사회에서 내집 마련은 성공의 척도이자 반드시 이뤄야 할 삶의 목표 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내집 마련이 주는 의미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며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힘든 일이 되버렸고, 소유보다 공유에 주목하는 이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내집이란 이유 때문에 수십년간 낡은 집에 사는 것보다 그때 그때 새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에 대한 소비 트랜드가 바뀐 것이다.

리스‧렌트가 전세계적 트랜드가 된 가운데 부동산에서도 사지 않고 빌려쓴다는 개념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보급률 자체는 100%에 도달했으나 자기 소유 주택보급율은 50%에 불과, 임대주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서는 등 전세난이 심화되는 것 또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주택정책에 있어 그 핵심을 매매활성화 두고 전월세 문제에 있어서도 ‘매매를 활성화시켜 전세 수요자들, 혹은 세입자들을 매매 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올초에는 월세 100만원 가량의 고급 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른바 ‘기업형 임대주택’을 통해 중산층의 주거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주택정책에 대해 ‘세계적 주택 트랜드와도 다르고 서민을 위한 대책도 아니다’라는 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중산층 주거안정에 중점 둬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한 2015년 업무보고에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핵심은 서민 및 중산층의 주거불안을 줄이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정부는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지속 확충하는 한편, 민간임대주택산업을 육성해 임대주택 공금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 핵심은 서민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을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공유형 모기지, 디딤돌 대출 등 자가보유 지원은 계속하되,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 민간임대주택산업을 육성해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이를 ‘중산층 주거혁신 New Stay(뉴스테이) 정책’이라 명칭했다.

정부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과 갈등 없이 시설물 하자 보수 등을 받을 수 있으며 보증금을 두고 다툴일도 없이 기일 내에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임차인이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임대 종류 역시 기업형과 일반형 임대로 단순화했다. 기업형 임대주택 임차인은 본인이 원하면 최소한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도 연 5% 이내만 올려주면 된다. 현재 전월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재계약시마다 과다한 보증금 인상 부담이 있던 세입자로서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

또 정부는 중대형 건설사가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함께 수립했다. 임대주택 정책 틀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면 개편해 규제는 최소화하고 기금·세제 등 인센티브를 최대화하면서 보다 저렴하고 빨리 택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이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이 활성화되면, 중산층이 새로운 주거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며 전월세 시장도 안정화되고, 인테리어 등 연관사업도 발전해 내수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주택을 살수 없는 현실, 공공임대가 우선돼야

정부의 전월세 정책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집을 살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이 같은 정책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서울 같은 경우 전체 가구 중 60%가 임차 가구인데 상당수 임차인이 집을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는 실정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들이 상당하다.

그나마 주택 구입 여력이 어느 정도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전형적인 임대수요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주택이라는 것을 지금과 같이 경기활성화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 주택정책이 매매 활성화가 아닌 주택시장에서 배제된 주거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임대정책이나 주거복지정책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공공임대 주택 보급률은 가장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국민 중 5%정도만이 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하는데 OECD 국가의 평균은 11~12%에 이르고 있는 것.

특히 독일의 경우 인구 절반 가까이가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네덜란드는 36% 스웨덴과 영국은 약 24%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공공임대 주택의 장기임대가 허용되다 보니 내집이란 개념도 강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도심지 주택단지 건설시 임대주택 공급량을 50%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기업형 임대사업 관련 정부에서 밝힌 것과 달리 현장의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사업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사업제안서 준비에만 수억원이 들고 제안서를 준비하더라도 신인도 점수가 대형건설사보다 불리해 사실상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아울러 아직 완벽하지 않은 사업구조와 예상보다 비싼 땅값 그리고 수익 불확실성 등에 대한 우려 역시 중견건설사들의 사업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실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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