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출신 첫 총리… 반쪽 총리 오명 받을지 우려

   
56.1%의 비교적 낮은 찬성률로 국회 인준을 통과한 황교안 국무총리.<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안재근 기자] 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이날 무기명 투표에서는 재석 의원 278명 가운데 찬성 156표, 반대 120표, 무효 2표가 나왔다. 찬성률은 56.1%로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된 이후 이한동‧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은 찬성률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인준 통과 직후 발표한 취임사를 통해 “제44대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국회 청문회를 거치며, 국무총리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막중한 지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기대와 뜻을 받들어 모든 국정을 국민중심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모든 국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최근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저성장과 내수‧수출 부진 상태라 지적하며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올바른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 이후 시민단체 반응은 둘로 나눴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황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직후인 18일 오후 ‘불량검증으로 끝난 황교안 총리 인준’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총리로서 많은 결격사유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황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자질 따위는 고려치 않겠다는 뜻으로 비친다”고 규탄했다.

이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증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제기된 의혹에 버티기로 일관했던 황 후보자를 국회가 인준한 것은 인사 검증 과정을 요식행위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를 명분으로 임명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였지만 어린아이도 웃을 일”이라며 “메르스 정국을 틈타 부적격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한 것은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총리가 됐지만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게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부정적인 여론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임명된 황교안 총리는 일단 대정부 질의 자리에서 진정성있고 성의있는 입장을 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다행스럽다는 분위기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허준영 회장은 “메르스 확산 사태로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장기간 공석이었던 국무총리에 황 총리가 공식 임명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허 회장은 “신임 국무총리와 여야 정치권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합심할 것을 기대한다”며 “메르스 정국 이후에도 국민 신뢰를 회복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 등 국가발전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기독교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황 총리의 임명에 대해 종교인들도 입장을 내놨다.

동학민족 통일회, 대한불교청년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강남향린교회 등 29개 종교단체로 구성된 범종교인 연석회의는 “종교·이념·경제적 편향성이 강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위기를 극복하고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여야 반응도 엇갈렸다.

이종훈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종식을 위해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이때, 더 늦지 않게 신임 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라면서 “국민은 신임 총리가 그 누구보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존경하며, 일도 잘하는 총리가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부적격 후보라고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메르스 컨트롤 타워를 충실히 하는지 감시와 견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면서 “당장 닥친 가뭄 극복과 빙하기인 서민경제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공안통 출신 독실한 크리스찬

황교안 국무총리는 전직 공안 검사 출신으로 검찰에서도 대표적인 공안통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 사직했고 2011년 9월 19일부터 2013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그는 야간 신학대학을 다니며 교회 전도사를 지내기도 한 독실한 침례교 신자로 알려지며,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제63대 법무부 장관이 됐고 장관 임기 중에서는 무변촌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을변호사 제도를 신설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사진제공= 뉴시스>

수북한 논란거리

황교안 신임 총리 인준에 대해 시민단체 및 야당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를 둘러싼 논란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현 정부의 이석기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 요청 및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 상당히 이념 편향적이란 지적을 들었다.

총리 임명 발표 당시 청와대가 이를 몇 차례 연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안검사에 대한 야당 반발을 고려 여당에서 제고를 요청했기 때문으로도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황 총리 내정으로 당청관계가 더욱 악화됐다고 보고도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황 총리는 청문회 과정 중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일단 병역 문제 관련 황 총리는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하다가 1980년 징병 검사 때 ‘만성 담마진’(두드러기 질환)이란 피부병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는데 그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 고의적인 연기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았다.

두드러기 질환 판정을 받기 전 병역을 면제 판정을 받은 것 역시 논란이 됐다. 1980년 7월 10일 병원으로부터 두드러기 질환 판정을 받았는데 그보다 앞선 7월 4일 병무청으로부터 병역 면제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또 그는 1999년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검 형사5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삼성 임원들의 ‘고급 성매매’ 사건을 맡으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윤락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돈이 오간 흔적을 발견했으나 삼성 임원 일부만 소환조사한 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해 끝낸 바 있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던 2005년 7월에는 국가정보원 도청 자료를 통해 폭로된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으나 이 역시 ‘재벌 봐주기’식 수사로 종결지었다는 비판을 들었다.

2013년 10월 17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는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황교안의 이름이 2002년 삼성 떡값 명단에 들어있으며 떡값 액수는 500만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총리는 당시 “떡값 명단의 발원지는 모두 김용철 변호사인데 그분의 말에 대해서는 2007년 특검에서 다 조사를 했고, 특검에서는 ‘혐의 없다’라고 발표를 했다”고 해명했다.

황 총리는 또 2004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시절 기독교 신자인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사실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 반면 남자들은 말싸움이 안되니까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고…”라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현대사나 정치 현실에 대한 황 총리의 ‘인식’도 문제라 지적 받았다. 황 총리는 2009년에 쓴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 4·19 혁명을 ‘혼란’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2009년 용산참사를 두고서도 농성자들의 불법·폭력성이 원인이었다고 서술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교안 총리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샘물교회 신도 2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에 살해된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블로그에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선교에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2012년 황교안이 집필한 ‘교회와 법 이야기’에서는 “교회 산하 유치원 교사는 교회에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교회로부터 임금을 수령하는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교회와 같은 종교단체에 대하여는 그 특성상 노조를 설립할 수 없도록 노동법에 예외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썼다. 종교인 과세도 반대했다.

황교안 총리는 법무법인 근무 시절 16개월 동안 총 199건의 사건을 수임해 월 평균 6건을 처리 일반 변호사보다 3배 이상 많이 수임을 한 것이 확인됐고 일반 변호사들도 꺼리는 고소 대리 사건을 수임한 기록도 나와 전관예우 의혹을 받았다.

또한, 변호사법 등에 따라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검찰이나 법원에 선임계를 제출해야 하지만 황교안 총리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임한 사건이 19건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2013년 2월에 열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금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로 재직중이지요?”라고 “얼마 전에 사임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황교안은 2011년 12월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로 취임해 2012년 1월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후부터 2015년 6월 5일까지 이사직을 유지해오고 있어서 위증 논란과 함께 국가공무원법(제64조)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제26조)의 겸직금지 위반이 문제되기도 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던 채동욱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정치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하자,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이를 보류하기도 했다.

한편 2013년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중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황교안 장관은 채동욱 총장 감찰을 지시했는데, 이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첫 사례다.

이 외도 그는 전관 예우 수익 기부 논란 및 재산 신고 누락 논란, 총리 내정 후 세금 ‘지각납부’논란, 현역검사의 청문회 지원 논란 등에도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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