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만 30년, 지휘봉 잡은 ‘마이크 달인’

방송에서 잔뼈 굵은 ‘진행의 달인’. 자유선진당 변웅전 최고위원이 당권을 잡았다. 이회창 대표의 갑작스런 사퇴에 따른 후임 체제에 따른 것이다. 창당 이후, 1인 당권 체제를 유지해온 이 대표의 사퇴는 선진당 뿐 아니라 정가에 불어닥친,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대표에 이어 대표로 취임한 변 신임 대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30년의 방송인 생활로 높은 대중성을 구가하며, 정치권에 입문한 변웅전 대표는 이번 일로 정치권에서도 비로소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는 기회를 맞게 됐다. 선진당의 운명도 그의 손을 거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변웅전 신임 대표의 면면을 살피고, 선진당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 자유선진당 변웅전 신임 대표

정치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지난 재보선 이후 불어닥친 이른바 쇄신 한파는 계절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중 거대 여당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온 한나라당의 몸부림은 가히, 혁명적이다. 기존 주류가 수세에 몰리는 대신, 비주류군이 당권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 변화, 신호탄 쏘아
이로 인해, 지난해 선출돼 한창 임기를 달려야 할 안상수 체제는 불과 10개월만에 붕괴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외에 변화의 폭풍이 몰아친 곳은 또 있다. 재보선의 여파라고 하긴엔 관련성을 찾기가 여간해선 힘들다. 정치권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보수적 색채를 강조해온 자유선진당이 무대다.

지난 9일, 창당이후 당권을 놓지 않았던 이회창 대표가 느닷없는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을 나와 대선 후보로 나섰고, 이듬해인 2008년 2월 총선에 앞서 자유선진당을 창당했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 그 해 총선을 통해, 18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했고 현 정치지형에서는 비교적 중소 규모정당으로 기반을 잡았던 터다.

임기 중 심대평 대표와의 마찰 등으로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 같은 갑작스런 사퇴의사는 미처 예견되지 않았던 것. 이회창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당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도약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회창이라는 벽을 뛰어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물러나는 말미에 “대표직을 물러나는데 큰 의미는 변화의 초석이 되고자 하는 것이고 필사즉생의 다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좀처럼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처럼, 그래서 일부에서는 제왕적 대표라는 말까지 들어온 이 대표의 돌연 사퇴는 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체엔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는 우선, 당의 창당이 그러했듯, 이 대표의 입지가 자유선진당 그 자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적지 않았던 것. 여기엔 이 대표가 끝 무렵 강조한 ‘필사즉생’이라는 말이 유독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도 모두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심지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 이르기까지 선거 열기가 뒤덮였던데 반해, 선진당의 입지는 오히려 축소 일변도로 치달았다. 이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도, 이러한 무기력한 당력에 따른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진당 변화 열쇠 쥐어
선진당도 엄연히 최고위원회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혼란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았다. 서둘러, 후임체제를 완료하는 것만이 선진당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상황, 그러나 같은 시각 발표된 후임 체제는 선진당의 앞날을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마이크를 놓고, 지휘봉을 잡은’ 변웅전 신임 대표. 그는 이 대표가 사퇴를 밝힌 날, 그의 뒤를 잇는 후임 대표로 선출됐다. 아나운서로 익히 얼굴과 이름을 알려온 변 신임 대표는 지난 17대 총선 당시 자민련의 텃밭이던 충청권 선대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심대평 국민중심 연합 대표가 이끌던 ‘국민중심당’에도 몸 담다, 지난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의 선거대책위 고문으로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지난 총선을 통해 재선의원의 반열에 올랐고 최근까지 선진당에서도 최고위원으로 활약하는 한편,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장으로 의사봉을 쥐어왔다.

갑작스런 당권 1인자의 사퇴는 당 뿐 아니라, 후임자로 내정된 변 신임 대표에게도 분명 적지 않은 충격으로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는 취임 인사차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대표를 향해 “너무나 큰 어른이 갑자기 예고 없이 물러나서 대단히 공허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모처럼 지휘봉을 잡은 그의 입에선, ‘포스트 이회창’의 의지가 쏠쏠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선진당의 지도체제에 이렇다할 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던졌다.

그는 취임이후 가진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회창 전 대표가 탄탄한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토대를 중심으로 전국 전당을 꼭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선진당이 지역정당의 멍애를 쓰고 창당된 정당이라는 평가에 비춰, 그의 포부는 꽤 의미심장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변 신임 대표는 현행 선진당의 ‘처지(?)’를 주목하며 여타 정당과의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거대 정당에서 챙기지 못하는 민의와 민심을 찾아서 어려운 곳, 힘없는 사람, 억울한 사람이 없는 밝은 사회를 만드는 당이 되겠다”고 말해, 군소 정당의 이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도체제 변화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후임 체제를 구축했다는 인상을 심는 일도 잊지 않았다. 변 신임 대표는 “변화바람을 선도하자. 쇄신의 바람에서 밀리면 후퇴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잡고 나가자”고 말했다.

“전국정당으로 가야” 포부
선진당이 이회창 대표의 1인당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있어왔던 이유로 ‘변웅전 체제’에 드러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최고위원회의 당시, 이흥주 최고위원은 “새로운 대표를 선출했고 화합해서 당의 입지를 새롭게 터 가야 한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잘 치를 수 있도록 틀을 다져서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근찬 최고위원도 “창당 당시 함께 했던 세력과 떨어져 나간 일부 세력들을 붙잡고 단합하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며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가 단합하지 않으면 필패 할 수밖에 없다. 당 쇄신이나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발치에서 관망해온 주변 야권의 시각에서도 새삼 변화가 느껴진다. 특히 이념과 노선에서 정반대에 위치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도 서민경제와 복지 문제 등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같이 했다.

취임 인사를 위해 민노당사를 방문한 변 신임 대표에 이 대표는 “앞으로 복지 재정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국가재정도 재원을 부담할 정도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도, 이에 대해 변 신임 대표는 “부자들은 너무 배가 불러서 힘들 것이다. 서민들은 굶어죽는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하다”면서 “약자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야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순혈 보수를 주창하며, 창당이후 4년 가까이 당권을 쥐어온 이회창 대표의 전격 사퇴는 선진당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선진당 위기론’, ‘한나라당과 합당설’ 등 여러 정치적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변웅전 체제의 출범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모아진다.

 

변웅전 신임 대표 일문일답

1. 선진당에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충청도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키고 탄탄한 토대 위에서 외연 확대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슈퍼마켓 중심이었다면 우리는 재래시장 즉 힘없고, 돈 없고, 백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정당으로 이끌어나가겠다.

2. (이회창 전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는가.
-너무나 큰 어른이 갑자기 예고 없이 물러나서 대단히 공허하고,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우리 의원들이 더욱 단합하고 화합하고 소통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

3. 이 전 대표가 하향식 공천 대신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고 했는데 변 대표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도 나 그 면에 있어서는 이회창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한다. 어느 당도 마찬가지겠지만 하향식 공천은 시대가 지났고 국민경선이 시대에 맞는 정치형태다.

4. 변웅전 체제의 선진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세력을 넓혀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유능제강이라고 했는데 내가 부드러운 편이다. 이회창 대표가 너무 어려워서 안 오신 분이 있다면 부드럽고 만만한 당 대표가 있으니 좀 쉽게 접근하지 않겠는가. 기대를 하고 있다. 충청권 인사 뿐 아니라 꼭 입당과 합당 뿐이 아니라 정책공조도 활발하게 진행해보겠다.

5. 정책공조는 당대 당인가 아니면 시민단체 등의 교류인가?
-당대 당도 있을 것이고 의원 개개인의 뜻에 따라서 정책 공조를 할 수 있다. 오늘 첫날이라서 나오는 대로 말씀드린다.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정치적 소견이다.

6. 시발된 것이 당 개혁차원인데 결과적으로 이회창 대표님 물러난 것 빼고 비대위도 기존의 최고위원들이 다 하는데 앞으로 당 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바람이, 신풍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구체적인 안은 앞으로 하루하루 새록새록 보고의 말씀드릴 것이다. 뉴스를 생산하는 새로운 자유선진당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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