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민정 기자] 보컬그룹 '2AM' 멤버로 '깝권'으로 통하는 조권(26)은 '깡'이 의외로 세다.

지난해 드래그퀸(여장 쇼걸)이 등장하는 뮤지컬 '프리실라' 출연 당시 인터넷에서 일부 노출된 사전 정보와 공연 사진만으로 편견 섞인 의견들이 인터넷에 떠돌자 "모르는 분들은 보이는 것에만 반응해서 끝까지 악플을 올리겠지만"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달한 모습과 얇은 목소리 등으로 인해 그를 까불거리고 여성스럽기만 한 이미지로 치부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래서 30년 만에 국내 초연 중인 뮤지컬 '체스'에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 세르기예프스키'에 캐스팅됐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냉전 시대 적대국인 미국의 여인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져 가혹한 운명에 발버둥치는 역으로 심각하고 진중한 성격에 비운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부남에 4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이 세 번째 뮤지컬 출연작인데 그간 맡아온 캐릭터는 물론 자신의 이미지와도 상반된다. 환락을 즐기며 지저스를 비웃는 냉소적인 유대의 왕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헤롯', 인기와 실력을 겸비했으나 트러블 메이커로 각종 사고를 치는 '프리실라'의 '아담'은 조권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또 '깡'을 발휘한 셈이다. 최근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인근에서 만난 조권은 "끼가 제일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겠지만, 조권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체스'에는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됐나? 뮤지컬 '에비타' '요셉 어메이징' 등을 작업한 팀 라이스가 가사와 극본을 쓰고 스웨덴의 슈퍼그룹 '아바(ABBA)'의 비요른 울바에우스·베니 앤더슨이 음악을 만든 작품이다.

"처음에 넘버의 매력에 빠져서 선택을 하게 됐어요. 40대 유부남에 비운의 캐릭터 등은 보지 않았죠. 그런데 그 후에 점점 불안이 찾아오고 후회가 됐어요(웃음). 하지만 출연하기로 결정을 한 거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선택을 하게 됐죠."

-전에 출연한 뮤지컬에서 맡아온 캐릭터와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밤을 새며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죠. 헤롯은 최연소 헤롯이었고, 아담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헤엄쳐다녔죠. '프리실라' 프레스콜 때 (본래 공개된, 여장을 하고 노출이 심한 장면이 아닌) 다른 장면을 시연하려고 했는데 사진이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말던 그 장면으로 하자고 했어요. 근데 이미지로만 따지면 저를 틀에 가둘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건가?

"조권은 '깝권'이라는 이미지가 컸잖아요. 재미있거나 여성스럽거나 중성적이거나 끼 부리는 캐릭터나 연기만 할 것 같고. '프리실라', '라카지', 그리고 '렌트'에서 엔젤 역 등이 조권이 잘할 것 같은 캐릭터로 꼽혔고요.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자신과 싸움이자 도전이죠. '체스'를 봤을 때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죠."

-2013년에 출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뮤지컬 데뷔작이었으니 1년에 한 작품씩 출연을 하고 있다.

"제 나름대로는 작품을 잘 선택해온 것 같아요. '체스'를 통해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정극과도 잘 어울린다고 인정을 받으면 틀에 박힌 배우가 아니라 더 다양하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톨리는 샤이니 키·B1A4 신우·빅스 켄 등 아이돌 그룹 멤버 4명이 나눠 연기한다. 아이돌 중 맏형으로서 어떤가?

"저도 '뮤덕'(뮤지컬 마니아를 가리키는 '뮤지컬 덕후'의 줄임말)이에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뮤지컬에 선뜻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이번 체스도 굉장히 큰 도전이에요. 부담감이 계속 들죠. 근데 '뭐를 하든 조권이구나'라고 관객 분들이 생각하시게끔 열심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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