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생명, 지급 거절 명분 없다"

   
 

[월요신문 안소윤 기자] NH농협금융의 자회사 NH농협생명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석,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들의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지난 2011년 6월 NH농협생명이 운용하는 베스트행복한노후연금공제(연금보험) 상품에 1억원을 예치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던 B씨를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했다.

이 보험은 가입한 다음 달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A씨는 201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매월 100만원씩 총 48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A씨가 사망하자 연금보험 지급이 중단됐다. 사망 시 수익자인 B씨는 나머지 보험금 5000여 만원을 일시금으로 청구했지만, 농협이 "연금보험의 성격상 사망 시 수익자지정은 무의미하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농협에서 계약서와 별개로 자사의 약관에는 법정 상속인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며 지급을 거절한 것.

보험 모집인의 말만 믿고 계약서에 서명한 B씨로서는 계약서상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사망 시 수익자에게 서명을 받게 된 것은 추후 연금보험 상품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미리 받아둔 것"이라며 "A씨가 가입한 연금보험 형태는 '확정형'으로 사망 시 수익자가 지정돼 있더라도 보험금은 법정 상속인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가입 당시 제대로 보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다시 확인해 본 후 연락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결국 B씨는 농협생명과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사망시 수익자가 명확한데도 보험금 지급이 거절돼 소송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씨의 소송대리인인 씨앤유합동법률사무소 최수남 변호사는 "연금보험 가입 당시 A씨가 자신이 사망할 경우, B씨의 노후자금으로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이 상품에 가입했고 사망 시 수익자를 B씨로 지정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농협에서 자의적인 해석으로 B씨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계약상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만일 농협 측(보험판매인)이 약관을 무시하고 가입시켰다면, 농협생명은 보험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고 승인했으므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망시수익자를 지정했을 당시 계약자, 피보험자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를 확인해봐야겠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급의무는 보험사(농협생명)에 있다"며 "보험계약은 통상적으로 사행 계약으로 볼 수 있어 지급을 거절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보험모집인이 (사망 시)수익자를 지정하면서 관련 내용을 충분하게 알리지 않았을 때는 수익자에게 선 배상 후 모집인에게 청구(구상권 청구 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생명이 무리하게 보험판매를 독촉하면서 불완전판매 또한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효대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불완전판매 건수는 2012년 1629건에서 2013년 363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8월까지 3676건을 넘어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무분별한 상품판매에 따른 불완전판매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협생명은 사업확장에 앞서 불완전판매 방지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시 돌려주는 납입 금액에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는 불완전판매로 확인될 경우 기존 납입 금액에 시장이자율을 고려한 금액을 돌려주고 있지만, 그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는 벌칙조항은 현재 없는 상태"라며 "돌려주는 납입 금액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등 패널티를 준다면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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