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 성격에 ‘강성’ 이미지, 대여 공세 최전방 나서

지난 대선 기간, 정국은 한바탕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대권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주가 조작에 관련됐던 투자 회사의 실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른바 ‘BBK 사건’이다. 당초, 단순한 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그 후 직간접적으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치적 쟁점이 됐다. 이중, 회사 설립당시 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자세한 내막을 들은 것으로 알려진 이가 바로 기자로 재직하던 민주당 박영선 의원, 그는 이 일을 국회 대정부 질의 등 공개적인 석상을 통해 공론화 했고, 당시 촬영한 취재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반향을 부른 바 있다. 박 의원은 최근 민주당 당직 개편을 통해, 당3역의 하나인 정책위 의장에 오르면서 정국 전면에 나서게 됐다. 왕성한 활동력으로 18대 국회를 통해, 재선의 반열에 오른 박 신임 정책위 의장의 면면을 살핀다.

 

▲ 민주당 박영선 신임 정책위의장

때는 2007년 12월, 장소는 MBC 스튜디오다. 대선 후보 토론회를 마친 이명박 후보에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다가가 말을 건넨다. “저 똑바로 못 쳐다보시겠죠?”, 이 후보가 박 의원을 보며 대응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BBK 취재 파일로 MB에 직격탄
한나라당의 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다. 당시 박 의원은 이 후보를 향해 뼈 있는 일설을 날렸고, 이 후보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박 의원이 이 후보를 향해 던진 말의 배경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투자회사 ‘BBK'를 내용으로 한다.

박영선 의원이 MBC 경제부 기자로 현장을 누비던 시절인 2000년, 그는 이 후보와 회사 설립과 관련돼 인터뷰를 하게되고 여기서 이 후보로부터 회사 설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박 의원이 취재한 동영상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어 박 의원은 이 문제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재차 폭로하면서 정국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그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갔고, 이명박 후보는 역대 대선 후보 중 최다득표와 최대 격차를 기록하며 한나라당에 집권의 영광을 안겨 주게 된다.

반면, 비록 지난 대선이 민주당의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그의 활약상도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맛보긴 했지만, 박 의원이 거둔 정치적 성과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일로 박 의원은 여류 정치인에겐 영예에 가까운 ‘여전사’라는 별명이 지어졌고, 일부에서는 ‘MB 저격수’라는 다소, 원색적 별명도 부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그의 유명세는 이어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나게 되는데, 총 150여석의 거대 여당에서 80석 미만의 군소 야당으로 전락한 당 사정에도 불구, 수도권 지역구 탈환이라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어렵사리 18대 국회에 재선의 배치를 달고 입성한, 그의 앞길은 군소 야당에 정동영 최고위원과의 친분으로 인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내 대주주에도 불구하고 대선 참패의 책임론을 뒤집어 써야 했던 소위 ‘정동영계’라는 낙인이 그를 따라 다닌 것.

왕성한 의정활동, 당3역 반열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한동안 뒷선을 지키던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얼마전 단행된 당직 개편에서, 당의 ‘싱크 탱크’라 할 수 있는 정책위 의장에 오른 것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계파 갈등의 수위는 덜하다고는 해도, 세력간 힘 겨루기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그의 이번 정책위 입성은 사뭇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인선을 두고도 일부에서는 손 대표의 계파 끌어안기 내지는 안배 차원의 인선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로 치닫는 시점에서 세력 규합의 피치를 올리고 있는 손 대표의 이른바 ‘통큰 정치’가 당직 인선에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박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내에서 지난 시절 대주주인 정동영계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과 달리 또 다른 일각에서는 그의 정책위 입성이 대여 공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박 의원에 의해 촉발된 ‘BBK' 논란을 염두에 둔, 말이라는 것은 두말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임기 후기, 공세의 전면에 사안을 꿰고 있는 박 의원을 공격수로 활용할 것”이라는 다소 음산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사정이 어떠하건 그는 현행 정치권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제1야당의 당3역 가운데 하나로 다시 한번 전면에 나섰다. 그것도,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정권의 임기 후반부다.

이에 대한 박영선 신임 의장의 의지도 남달라 보인다. 그는 최근 가진 첫 공식 회의에서 옛 고사 중 ‘노자의 상선약수’를 언급하며 “흐르는 물처럼 낮은 데로 임해 국민을 받드는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신임 의장은 “우선 민생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정책위 의장다운 지적을 통해 물가, 전세값, 대학등록금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신임 당직자에겐 사실상 첫 무대라 할 수 있는 6월 정기국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에 그는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세 가지가 있다. 법인세를 포함한 부자감세 철회와 전월세상한제법 통과, 반값 등록금 대책마련이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서민정책에 대해서는 한치의 에누리도 두지 않았다. 박 신임 의장은 이른바 ‘진보적 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MB정부가 추구해 온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성장, 복지가 한 축이 되는 그런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도 밝혔다.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책과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대여 공세 염두, 최전방 전진배치
기자 시절 보여준 열혈 이미지에 정계 진출 후 곡절을 겪으며, 다져진 ‘전투적’ 모양새가 겹쳐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박 신임 의장의 의중에 주류의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정책위 의장으로서의 책임과 부담을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공개했다.

박 신임 의장은 “민주당 정책위 의장 직책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다”는 글을 남기긴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당내 일각의 기대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는 그간 보여준 박 신임 의장의 정치 스타일과 의정활동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 신임 의장을 두고 ‘강성’ 이라고 평하며 “그간 각종 개혁입법을 주도하며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대여 공세에 나설 경우, 이슈를 선점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MBC 재직 당시, 경제부장을 지낸 감각과 원내 활동에서 보여준 법사위, 정보위 등 다양한 활동 내역도 그에 대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직설적 성격에 송곳 같은 공격성이 향후 민주당의 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될지 귀추가 모아진다.

 

박영선 정책위의장 프로필

60년 경남 창녕 출생
72년 예일초교 졸업
78년 수도여고 졸업
82년 경희대 지리학과 졸업
99년 서강대 언론대학원
82년 MBC 입사
83년 MBC 보도국기자/앵커
95년 MBC LA 특파원
2003년 MBC 보도국 경제부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5년 국회 독도수호 대책특위원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지원실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08년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
2009년 민주당 FTA대책 특위 위원장
2011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