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은 준수 찬스에 강하고 홈에서도 잘했다

   
홈런 치는 강정호.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강정호의 미국 진출이 확정될 당시 한‧미 야구계에서는 그의 성공 여부를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KBO리그서 MVP급 활약을 보여주며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 중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직행을 이뤄냈으나 선수층이 풍부하고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 야구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강정호에 대한 기대치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큰 상황이다. 전반기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이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낸 강정호(28, 피츠버그)에 대해 현지 언론에서 칭찬에 나섰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고무적인 출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4년 계약을 맺은 강정호는 전반기 72경기에 출장, 타율 2할6푼8리, 출루율 3할4푼8리, 장타율 3할8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732를 기록했다. 홈런은 4개에 그쳤으나 29타점을 기록하며 기회에는 비교적 강한 모습을 보였다.

5월에는 3할에 육박하는 타격감을 선보였다. 6월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뜨거운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4번 타자로도 13경기에 나섰으며 36경기에서는 앤드류 매커친, 스탈링 마르테와 함께 클린업트리오를 꾸리며 타격을 인정받았다.

수비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격수로는 1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3루수로 37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수비로 피츠버그 팬들의 박수 세례를 이끌어냈다.

특히 강정호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1.5를 기록 중이다. 피츠버그 야수 중 강정호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4명뿐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MLB로 직행한 첫 야수라는 점,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점에서 기대와 함께 회의적인 시선을 모으기도 했던 강정호였다.

실제 파워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완벽한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득점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등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고 우려를 모았던 수비에서도 큰 구멍까지는 드러나지 않으며 클린트 허들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확실한 주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강정호 없는 피츠버그 내야를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주전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손가락 부상으로 앞으로도 약 6주 정도의 결장이 예상돼 강정호의 비중은 더 커졌다.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올 시즌 피츠버그 투자는 성공이라 평가받고도 있다.

현지 언론들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 ‘타임스 온라인’은 13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에 대해 “해리슨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강정호는 5경기에 나가 6개의 안타를 쳤다. 그리고 2경기에서는 멀티히트를 기록했다”라며 그가 해리슨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임스 온라인’은 “아직은 표본이 극단적으로 적기는 하다”라면서도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 무대에서 장기적으로는 고무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강정호의 첫 시즌에 대한 중간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강정호의 성적 자체가 고무적이다.

강정호의 타율은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팀 내 선수 중 6위에 해당된다. 타점도 역시 6위인데 자신보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선 그레고리 폴랑코(23타점), 해리슨(22타점), 조디 머서(19타점)보다 성적이 좋다. OPS(출루율+장타율)도 팀 내 6위이며 도루(5개)에서도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은 1.0(팬그래프닷컴 기준)으로 팀 내 5위다. 체력 문제, 상대 분석 등 아직 과제는 많지만 말 그대로 고무적인 출발이다.

준수한 성적 거두고 있어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 타자 중 전반기 안에 25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는 단 12명 밖에 없다. 2~3팀 중 1명 꼴이다. 피츠버그에서는 역시 강정호, 한 명 뿐이다.

강정호는 250타석 이상 들어선 신인 타자들로 한정한 타격 성적에 대부분 중위권 이상을 기록했다. 전반기동안 살아남은 신인 선수 중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친 것.

타율에서는 .268로 6위에 올랐다. 4위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269)와 단 1리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1위는 쿠바 출신으로 데뷔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야스마니 토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313를 기록했다. 20홈런을 폭발시킨 작 피더슨(LA 다저스)도 타율은 .230에 그쳤다.

다른 성적들도 준수하다. 출루율은 .348로 4위였으며 타점 7위(29점), 득점 7위(27점), 도루 6위(5개), OPS 6위(.732)였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인 WAR에서도 1.6으로 5위에 랭크됐다. RC27도 4.88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타석당 투구수는 4.13개로 3위에 올라 상대 투수를 많이 괴롭혔음을 알 수 있었다.

또 강정호는 피츠버그 팬들에게 홈에서 누구 못지 않게 잘하는 선수였다. 강정호는 홈과 원정 성적이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강정호는 홈 경기에 43경기 출장, 타율 .315 출루율 .401 장타율 .417 OPS .819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에서는 다소 약했다. 홈런은 3개로 홈(1개)에 비해 많았지만 타율은 .206에 그쳤다. 출루율과 장타율도 .274, .340에 그쳐 OPS도 .614에 만족했다. 볼넷 삼진 비율 역시 홈은 13:24였지만 원정에서는 5:27이었다.

또한 강정호는 득점권에서 타율 .333 1홈런 25타점을 기록, 팬들에게 '찬스 때 잘하는 타자'라는 인상을 심었다.

강정호는 초구 공략에서도 돋보였다. 대체로 타자들은 자신의 평균 타율보다 초구 타율이 높은 편이다. 자신이 노렸던 구종을 마음껏 휘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전반기동안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들의 타율이 .253인 가운데 초구 타율은 .335였다. 8푼 정도 높은 것.

강정호의 경우 이 정도의 차이가 더했다. 시즌 타율은 .268로 메이저리그 전체보다 .015 높았다. 26타수 12안타를 기록, 초구 타율이 .462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127 높았다.

비단 타율만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전반기동안 때린 홈런 4개 중 3개가 초구에 나왔으며 27타점 중 10타점을 초구에 쓸어 담았다. 몸에 맞는 볼 2개를 합쳐 출루율도 .500에 이르렀다. 장타율은 .885. 덕분에 1.385라는 '미친 초구 OPS'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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