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20걸 진입& 신인왕 수상 가능성 급상승

   
나날이 그 실력을 입증하고 있는 강정호.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호쾌한 장타와 함께 3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규정타석(341)에도 진입하며 타격 20걸 안에 자신의 이름을 세겨 넣었다. 미국 진출 당시 내야 후보급으로 분류되던 강정호의 팀내 입지는 어느새 팀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거듭난 상황이다. 강정호의 놀아운 활약상이 이어지며 올 시즌 내셔널리그 신인왕 경쟁에서 그를 주목하는 시선들 또한 늘고 있다.

강정호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5번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4경기 연속 안타, 3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며 8월 들어서도 순항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93리를 유지했으며 40타점 고지를 밟았다.

이날 기준 강정호의 공격순위를 살펴보면 타율은 내셔널리그 기준 전체 20위였으며 출루율(0.367)은 12위 장타와 출루율을 합친 OPS(0.821)는 17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강정호는 이날까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fWAR에서 3.1를 기록하며 전체 18위에 이름을 올랐다. 시즌 출발이 내야 후보였던 강정호의 팀내 입지가 어느새 주전급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다.

질풍질주 킹강

강정호의 가치는 피츠버그로 한정하면 더욱 빛난다. 팀내 규정타석 타자는 6명이지만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강정호가 2위다. 그보다 앞선 타자는 201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앤드류 맥커친 뿐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활약이지만 향후 활약이 더 기대된다.

7~8월 무더위가 찾아오면 페이스가 떨어지는 타자들이 많다. 그러나 강정호는 최근 방망이가 더 뜨겁다.

12일 기준으로 지난 30일간 강정호의 성적은 맥커친을 뛰어넘는다. 타율(0.363)과 출루율(0.420), 장타율(0.650) 모두 팀내 압도적인 1위다.

내셔널리그 전체로 눈을 돌려도 타율 4위, 출루율 9위, 장타율 3위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해의 신인’ 수상도 꿈이 아니다.

규정타석을 채운 신인들 중 강정호보다 타격 성적이 좋은 선수는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0.307)와 야스마니 토마스(애리조나, 0.299) 뿐이다.

미국 유력 스포츠매체인 CBS스포츠는 지난 11일 이들을 제치고 강정호를 신인왕 후보 1순위로 꼽았다.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와 21홈런을 기록한 작 피더슨(LA 다저스)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매체는 “단순히 타격 뿐만 아니라 종합적 측면을 고려했다”며 “강정호는 피츠버그가 필요로 하는 타석에서의 지속성을 제공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조시 해리슨과 조디 머서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강정호는 주전 선수들의 ‘경쟁심 유발용’으로 기용됐다. 해리슨과 머서가 동반 부진에 빠지자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3루와 유격수로 번갈아 기용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6월부터 기존 선수들의 타격감이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강정호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7일 해리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자 붙박이로 3루를 지켰다. 20일에는 머서까지 부상을 당했고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고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선발 출전 여부를 걱정하는 위치가 아니다. 팀내 주축 선수로 거듭났고 규정타석 타자로서 쟁쟁한 빅리그 선수들과의 경쟁이 가능해졌다.

피츠버그 보석 등극

미국 폭스스포츠에서는 강정호의 활약을 한 눈에 정리해 ‘카드 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끄는데 그 제목은 ‘피츠버그가 찾은 보석, 강정호’다.

폭스스포츠는 12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 카드 뉴스를 공개했다. 이는 그의 지난주까지 성적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폭스스포츠는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이 비시즌에 가장 잘한 일은 강정호를 영입한 것”이라고 카드 뉴스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우트가 의심한 부분을 강정호가 성적으로 불식시켰음을 보여줬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스카우트와 언론은 강정호가 한국 투수들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미국 투수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폭스스포츠는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공략했을 때 나타나는 강정호의 장타율을 ‘극복의 증거’로 제시했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강정호가 93마일을 넘는 빠른 공을 쳤을 때 장타율 0.636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차세대 거포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가 기록한 0.647에 0.011 뒤진 수치다.

2015 내셔널리그 올스타 3루수 토드 프래지어는 0.616,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신성 작 피더슨은 0.603으로 강정호보다 낮았다.

또한 폭스스포츠는 강정호의 코스별 장타율을 공개하며 그를 밀어치기와 당겨치기에 모두 능하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좌익수 쪽으로 48%, 중견수 쪽으로 36%, 우익수 쪽으로 16%의 타구를 보냈다. 각각의 장타율은 0.600, 0.538, 0.615로 모두 준수하다.

폭스스포츠는 강정호의 스타성에도 주목했다. 이닝·점수 차·볼카운트 등으로 경기 중요도를 3단계로 나눈 뒤, 강정호가 승부처(High-Leverage)에 OPS 1.059로 활약했다는 것을 명시했다.

폭스스포츠의 결론은 ‘피츠버그의 강정호 영입은 성공작’이라는 것이다.

폭스스포츠는 강정호의 현재 WAR가 시즌 종료시 3.4가 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이어 “강정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중 크리스 브라이언트(3.4), 맷 더피(3.1)에 이어 WAR 3위를 달린다”는 내용을 카드 뉴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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