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노리던 오세훈, 무상급식 지뢰에 자멸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후 시장직에서 자진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김영 기자] 2011년 있었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몰락을 가져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을 노리던 그가 무상급식 불가입장을 밝히며 강행한 주민투표로 인해 무너진 것. 더욱 아이러니한 사건은 오 전 시장 후임으로 서울시장에 오른 박원순 현 시장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출신인 오세훈 전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으나 서울시의회 2/3 이상은 야당이 차지하게 됐다. 무엇보다 서울특별시 교육감에 진보 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당선되며 무상급식 이슈가 서울 정가를 감쌌다.

서울시는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하는 매우 제한적 무상 급식을 시행중에 있으나, 주로 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및 교육감은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한 것.

서울시는 8%에 불과한 무상급식 대상을 30%로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최대 하위 50%까지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2011년 1월 6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장 직권으로 무상 급식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처리시킨 무상급식조례안에 대해 공포를 거부함과 동시에 법원에 무효소송을 내기로 했고, 서울시의회는 오세훈의 공포 거부에 따라 익일 시의회 의장 직권으로 공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야심차게 꺼내 놓은 주민투표는 최종투표율 25.7%를 기록,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투표함이 폐기됨과 동시에 개표 득표율 33.3%에 미치지 못하자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오세훈 전 시장 역시 선거 이틀 뒤인 8월 26일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그해 10월 치러진 재보선까지 부시장이 시장직을 대행하게 됐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은 투표 개표 무산을 오세훈 패배로 규정하고 그동안 추진해오던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후임으로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자 서울시는 초등학교 5·6학년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서명했고 5·6학년의 무상급식이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팽팽했던 찬반론

무상급식의 주요 쟁점은 무상급식에 드는 비용문제와 차별문제다.

전면 무상급식 찬성론자는 일부만 무상 급식을 하면 이는 애들에게 ‘눈칫밥’을 먹이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무상급식이 선별적으로 제공되면 무상급식 수혜 학생에게 눈치를 준다는 주장이다.

모 정치인은 “무상급식은 애들에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게 본뜻이다”며 “여당 주장대로라면 50%는 부자 아이로, 나머지 50%는 가난한 아이로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수 시민단체에서는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주장한 야권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했기에 주민들의 의견은 이미 확인된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여당 소속 정치인들도 일부 동감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유승민 당시 최고의원 및 권영세 전 의원 그리고 원희룡 현 당시 사무총장 등이 전면적 무상급식에 대해 ‘무상 급식은 보편적 복지와 다른 문제’라며 찬성 의사를 밝힌 것.

특히 친박계 진영에서 이 같은 의견을 강하게 내비친 바 있다. 권영세 전 의원은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면서 “보편적 문제와는 분리해 무상급식 문제는 헌법상 무상으로 제공하게 돼있는 의무교육 서비스의 일환으로 봐야 된다는 차원에서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의 경우 “무상급식은 지방선거 테마로 심판을 받은 만큼 한나라당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야권에서는 무상급식 실시 관련 ‘빈곤층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확대된 복지 정책이 가계지출을 줄임으로써 가처분 소득을 늘릴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병헌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추가적인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에 충분한 규모인 20조원 안팎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도 밝혔다.

전면 무상급식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곽노현 전 교육감의 경우 “무상급식은 단군 이래 최고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 말한 바 있기도 하다.

반면 전면 무상급식 반대론자들은 무상급식이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사람만 해야 하는 ‘제한적’ 무상급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오세훈 전 시장은 이를 두고 ‘표에 눈이 먼 정책’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오 전 시장은 지난 2010년 일본 민주당이 중학교 이하 자녀에게 한 달에 2만 6천엔씩 현금으로 지급하는 ‘자녀양육수당’을 내세워 승리했으나 돈이 없어 수당을 반으로 줄이고 국채를 발행했던 것을 반대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국채를 발행하면 결국 급식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갚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일률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 후임으로 서울시를 책임지게 된 박원순 시장. <사진제공= 뉴시스>

무상급식 후폭풍 

무상급식 논란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여당의 선별적 복지 기조 속 무상급식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야권에서는 무상급식의 확대 시행을 자주 언급 중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파장은 당시 사건으로 여야 대권주자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당초 오세훈 전 시장은 이렇다 할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던 옛 친이계에서 박근혜 현 대통령과 견줄만한 차기 주자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서울시장 재선의 프리미엄을 앞세워 서울시 거쳐 청와대 직행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될 가능성까지 대두됐던 것.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오 전 시장은 대권 레이승에서 그 이름을 지웠으며 현재까지 정계 복귀가 요원한 상황이다.

반면 오 전 시장 뒤를 이어 서울시를 책임지게 된 박원순 시장의 경우 이전까지 별다른 정치이력이 없음에도 불구 현재 야권을 대표하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후보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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