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모습이던…”

[월요신문 민희선 기자]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심지어 외국인까지!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우진’.
그에게 처음으로 비밀을 말하고 싶은 단 한 사람이 생겼다.
드디어 D-DAY! ‘우진’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하는데…
 
“초밥이 좋아요? 스테이크가 좋아요?
사실, 연습 엄청 많이 했어요.
오늘 꼭 그쪽이랑 밥 먹고 싶어서…”

   
시사회 현장.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감독)는 자고 일어나면 노인, 아이, 여자 심지어 외국인으로도 변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매일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인물을 몇 명의 배우가, 어떤 배우가 연기하게 될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변하는 남자 ‘김우진’ 역을 맡은 배우는 21명이다.

김주혁, 이범수,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운, 이동욱, 고아성, 유연석 그리고 일본의 유명 여배우 우에노 주리가 우진을 연기했다.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21인 1역’ 캐스팅이다. 실제 영화에서 우진은 21명의 배우를 포함 123명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21명이면서 1명인 ‘김우진’과 사랑을 나누는 여자 ‘홍이수’는 한효주가 연기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특이하게도 소설이나 웹툰이 아닌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소셜 필름’이다. 소셜 필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관객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받아 완성한 영화를 말한다.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자가 있다. 매일 국적, 성별, 나이를 넘나드는 남자, 우진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구 디자이너로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 판매점에서 이수라는 여자를 만난 우진은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우진은 이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설레는 첫 데이트 이후 그는 잠을 자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진은 며칠간 보통 사람 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잠이 들어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녀 곁을 맴돌던 우진은 용기를 내어 비밀을 밝힌다. 처음엔 믿지 않던 이수는 우진을 받아들이고,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가 시작된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남자’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영화라는 영상언어로 서사화하기는 쉽지 않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21인 1역의 캐스팅도 파격적이거니와 계속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관객도 한명의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이러한 설정의 훌륭함은 기실 원작인 인텔&도시바의 광고 ‘뷰티 인사이드’에서 빌려온 것이다. 영화가 온전히 스스로 빚어낸 성취는 무엇일까. 매컷 화보 같은 한효주의 아름다움과 세련되고 팬시한 장면들, 가지각색 꽃다발 같은 배우들을 보는 것은 분명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러나 영화는 광고의 설정을 장편영화의 서사로 풀어내는 데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 별다른 사건이나 서사의 굴곡 없이 개성 있는 배우들과 예쁜 장면들을 나열하기 바쁘다. 결국 영화는 그들의 연애를 스케치하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모호한 에두름으로 끝맺는다. 잘 기획된 한편의 화보집 같은 영화다.

이하준 미술감독이 말하는 ‘뷰티 인사이드’
신비로운 남자, 우진의 집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우진은 낭랑 18세를 맞이한 생일, 일생일대 고비를 맞는다. 이유는 모르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외모가 바뀌어 있는 것. 우진은 그날 이후 남녀, 노소, 국적 불문 매일 모습이 바뀌는 진기한 삶을 살게 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후 발 치수를 재고, 시력을 측정하며 하루를 설계한다. 자신이 만든 가구 회사 ‘알렉스’의 디자이너인 우진은 2층에서 일상을 준비하고, 1층 작업실로 향한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는 백 감독의 의견에 따라 이하준 미술감독은 “원작에서 묘사된 우진의 반복적인 생활 방식을 적용해 공간을 구현했다”며 “더 나아가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시각화했다”고 밝혔다.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이 붙어있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죠. 가구 톱밥이 사방으로 날릴 테니까요.(웃음) 사실 2층보다 1층 작업실에 큰 공을 들였어요. 평소 가구 디자인, 제작에 관심이 있었는데 때 마침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소망을 조금 풀게 됐어요. 가구 디자이너들을 찾아가 가구 제작의 개괄적인 설명부터 작은 기구들까지 조언을 구했어요. 그 직군에 속한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야 작업 공간을 구획화하고, 기구 배치를 할 수 있으니까요. 가구 조립, 오일링, 건조, 전시 등 작업실 내에서도 공간을 쪼개 완성도를 높였어요.”

현실에 충실한 여자, 이수의 집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을 사랑하는 여자, 이수의 집은 우진의 집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으로 묘사된다.
이수는 사랑하지만 매일 낯선 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우진에게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영화는 판타지 설정을 기반으로 한 로맨스지만, 이수의 사랑 방식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캐릭터의 성격이 반영된 이수의 방은 20대 여자가 생활하는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파트처럼 선이 딱딱 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곡선 형태의 2층 주택으로 설정했어요. 아늑하면서도 일반적인 집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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