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 달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이슈화됐던 일은 현대차의 쏘나타 충돌테스트였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고객대상 이벤트였고 워낙 충격적인 일이었다 보니 아직도 대중에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내수용과 해외생산 동일차량의 철판 두께가 다르고 안전성도 떨어진다는 속설이 SNS 상에 떠돌아 다니던 상황에서 내놓은 충격적 이벤트였다.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와 미국 LA에서 판매되는 알라바마 공장 생산 쏘나타를 임의로 선정해 일반 길거리에서 정면 충돌시킨 것.

현대차가 이만큼이나 극적인 이벤트를 시행하게 된 배경은 정도를 넘어선 오류 투성이 소문을 바로잡고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절박하고 솔직담백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고픈 의도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볼수 있겠다.

이같은 실험을 현대차 포함 그 어떤 자동차회사에서도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라 확신한다. 그만큼 무모하고 저돌적인 방법이었으며 잇점보다 불이익이 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이 공로상에서 무선으로 작동시켜 차량을 충돌시키는 것은 무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단단한 벽에 시속 48Km로 충돌시키는 공인 정면충돌 방식이 아닌 그보다 8Km 높은 시속 56Km로 충돌시키는 것도 놀랍다.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 쏘나타끼리 정면 충돌시키는 방법은 더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상대속도 시속 100Km를 넘는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 결과에서 보듯 양 쏘나타 모두 엔진룸이 대부분 밀려들면서 바닥은 온통 냉각수와 오일 종류로 범벅히 됐다. 무선으로 동작시키는 특성상 약간의 오류라고 발생하면 정면 충돌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양쪽 차량의 손상 정도다. 어느 한쪽이 더 부서지든가 승객석이 앉아있던 더미가 부상을 더 입는가 하게 되면 도리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이도 양쪽 차량의 손상이 데칼코마니와 같이 똑같이 나타나 천만다행이라 판단된다.

도리어 현대차보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필자가 더욱 마음 졸려야 했다. 충돌 후 무대 뒤에서 설명을 위해 기다리던 필자는 충돌 직후 현대차 임직원들이 얼싸안으며 “잘 박었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봤다. 진정성을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원래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 더미 대신 현대차 임원이 직접 양쪽 차량에 앉을 계획도 있었다. 부상 위험을 넘어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지가 느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소비자 소통을 위한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유사 실험을 다른 메이커에서 하더라도 언론이 모인 가운데 열리는 공개실험이 아닌 자체적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번 이벤트는 도박이었다. 충돌 테스트 직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쏘나타 고객 중 74%는 국내산과 해외 생산 차량에 차이가 있다고 여겼었다.

실험 뒤 현대차 부사장은 이 실험은 그 동안 고객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 현대차가 좀더 다가가서 소통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 자동차 메이커를 대표해온 회사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절대 무너져서도 안되고 키워야 하는 기업이다. 수 많은 개발도상국이 자동차신업을 선진형으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했으나 유일하게 성공한 국가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현대차는 독과점적 입장에서 소비자를 배려하고 소비자측면에서 보호하는 역할은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받아 왔다. 현대차 소비자에 대해 ‘봉’이니 ‘마루타’니 하는 말들이 떠돌았고 SNS상에서는 ‘흉기차’라는 비아냥까지 나돌았다.

그렇기에 최근 현대차가 고객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열심히 솔직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번 실험과 같이 모든 것을 걸고 다가가는 모습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설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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