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변호사

지난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있어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약정하고 수령하는 것은 사회상규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그 판결의 이유는 변호사란 직업은 공공성을 가진 직업이며, 고도의 윤리성을 가지므로 형사사건의 결과에 보수를 연동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은 이론적으로 본다면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보면 이 판결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형사사건에 있어서 변호사의 성공보수의 약정 효력은 변호사란 직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 즉 변호사란 직업을 사법제도의 일부를 이루는 공공직으로 볼 것인지, 고객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다.

변호사를 공공성을 가진 사법제도의 일부로 보는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로 독일에서는 변호사가 상인이 아니라 사법제도의 일부임을 변호사법이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또 변호사 보수의 하한을 정해놓음으로서 국가가 변호사업을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반면 변호사를 고객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으로 보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으로서 미국은 변호사란 직업이 다른 직업과 다를 것이 없다. 고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변호사 시장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으며 사적인 자치에 맡겨두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변호사제도가 독일식에서 미국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유지돼 온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이를 미국식 로스쿨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이에 더해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나 변호사시장에 대한 국가의 고려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과거 사법연수원을 통한 변호사소량배출의 시대에 이런 판결이 나왔다면 아주 좋은 판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대량배출시대로 독립해서 사무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재택변호사’만 200명이 넘고 있다. 변호사 시장 내지 변호사제도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온 것.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형사사건에 있어 성공보수 무효화 판결은 시대착오적인 판결일 뿐 아니라 이미 충분히 사막화된 변호사시장에 콘크리트를 부어버린 판결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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