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겨냥 합작법인까지 설립... 사업 확대 주목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K텔레콤의 스마트폰 '루나(LUNA)'가 SK그룹의 해외 사업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루나 제조사는 홍하이그룹으로 SK그룹 중국 사업 파트너다. 따라서 루나의 성공 정도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중국 시장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SK텔레콤의 스마트폰 '루나(LUNA)'

SK텔레콤이 지난 4일 단독 출시한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가 조기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저가와 고가 스마트폰 사이에서 '실속형 프리미어폰'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루나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2500대씩 팔려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7~11일 국내 주간 판매 순위에서도 루나는 전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이동통신사에서 전국 유통망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확보하는 단말기 신제품 초도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라며 "이 물량을 금세 소진하는 일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상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루나의 정확한 판매숫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판매 추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루나 판매량이 초도 물량을 소진할 것으로 보고 단말기 제조사인 TG앤컴퍼니와 증산 방안을 최근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의 성공적 출발에 대해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제조사에게 빼앗겼던 이동통신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으로 보고 있다. 루나를 시작으로 단말기 제조분야에 본격적으로 참여, 제조사에 끌려다니던 구도를 혁신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속파 고객들이 선호할만한 단말기

루나는 갤럭시 그랜드맥스, 갤럭시A8 등 흥행에 성공한 보급형 스마트폰의 계보를 잇고 있다. 다만 SK텔레콤과 중견기업 'TG앤컴퍼니'가 기획 단계부터 협력했으며,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양산해 선보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SK텔레콤은 루나 출시를 위해 국내 제조사인 TG앤컴퍼니 및 폭스콘과의 과감한 협업을 진행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고사양이면서도 합리적 가격대의 단말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기존 제조사 중심의 단말기 소싱 체계에서 벗어난 것. 이에 따라 루나는 기획과 디자인은 TG앤컴퍼니가, 생산은 대만 폭스콘이, 감수는 SK텔레콤이 각각 맡아 탄생하게 됐다.

유철준 SK텔레콤 스마트 디바이스 본부 팀장은 “TG앤컴퍼니는 여러 디바이스에 대한 풍부한 제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업체였기 때문에 협력하면 고객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10개월에 걸친 제작과정을 거쳐 만든 만큼 높은 사양,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출시된 루나는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F1.8 조리개의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3GB 램(RAM), 2천900mA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 일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 성능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출고가는 44만99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더구나 SK텔레콤이 출시 첫날부터 최고 31만원(10만원대 요금기준)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해 최저 판매가가 9만34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수급을 맞추고 사후 관리에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콘, 최태원의 중국사업 파트너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부터 루나의 예약가입을 받았고, 구매자에게 사은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아이폰과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 외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에서는 보여준 적 없는 공격적 마케팅이었다.

이와 관련 업계 내에서는 “루나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만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폭스콘의 모기업인 '홍하이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SKC&C 지분 4.9%를 궈 회장에게 팔아 현금을 마련했으며,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신뢰관계가 커졌다. 궈 회장은 지난해 9월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면회오기도 했다.

광복절 특별사면 직후에도 최 회장은 궈 회장과 만나 사업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비밀리에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홍하이정밀과 협력할 사업 아이템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의 루나가 탄생하게 된 이면에 양사 대표의 인간적인 관계가 뒷받침된 것.

그런가하면 SK그룹은 루나를 앞세워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맞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는 것.

   
▲ 최태원 SKT 회장.

SKT, 휴대폰 단말 제조 사업 키우나

루나의 판매량이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SK텔레콤이 과거 스카이 휴대폰을 출시했을 당시 인기를 되찾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스카이 휴대폰은 SK텔레콤 전용 단말기로 출시돼 삼성, LG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당시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스카이의 점유율은 7~8%에 달했으며, SK텔레콤은 글로벌 진출까지 고려할 정도로 단말기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단말기 시장까지 확대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SK텔레텍은 팬택에 매각됐다.

이런 전례를 빌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루나를 통해 과거 스카이 휴대폰의 재현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루나가 단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SK텔레콤의 신호탄이라는 것.

한 이통사 관계자는 "루나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이와 유사한 제품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도 SK텔레콤의 단말기 제조 사업 재진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월 기간통신사업자가 통신 기기 제조업을 겸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폐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SK텔레콤이 다시 단말기 시장 사업에 진출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게다가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SK그룹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가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영향력이 커 애플을 제외한 화웨이, 소니 등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Y는 단말기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선보였고 마니아층 역시 존재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 50%가 무너진 지금 단말기 시장에 재진입한다 해도 독과점 위험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과 폭스콘이 협력을 강화키로 한 대목도 주목할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을 방문 중이던 지난 2일 홍하이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을 만나 반도체, 에너지와 함께 통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SK텔레콤의 휴대폰 사업 확대 가능성에 대해 SK텔레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루나의 경우 단독 출시 제품이기 때문에 마케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며, 후속 제품의 출시 여부는 반응을 지켜본 뒤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