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상표 분쟁의 끝


비슷하게 생긴 악어 모양의 상표를 지닌 두 브랜드를 보고 한 두 번씩 헷갈려 본 기억은 패션 소비자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게 됐다. 악어 모양 상표로 잘 알려진 '라코스테'가 비슷한 상표를 쓰고 있는 '크로커다일'을 상대로 낸 상표 등록취소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라코스테(LACOSTE) 사가 싱가포르의 크로커다일(Crocodile International PTE. LTD.)사를 상대로 상표등록을 놓고 우리 법정에서 벌인 송사에서 최종 승소했다.
1985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라코스테는, 2008년 크로커다일의 상표등록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고, 3년 만에 이른바 '악어 상표 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악어그림 원조는?

라코스테가 지난 2008년 크로커다일을 상대로 상표등록 취소 소송을 건 것은, 크로커다일 상표를 국내에 도입한 패션그룹 형지 등이 영문 'Crocodile'과 악어 그림이 결합된 상표에서 영문 부분만 옷감과 비슷한 색으로 자수하기 시작하면서 악어 그림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크로커다일의 상표에서 악어 그림이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은 본래 악어 그림으로 유명했던 라코스테와 헷갈려하기 시작했고, 이는 라코스테 사 측에 손해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매출이나 인지도 등과 연결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목부분에 카라가 달려있는 티를 말하는 PK(피케이) 셔츠를 전세계로 유행시킨 라코스테의 대표 PK는, 영국 폴로경기에서 당시 운동선수들이 입던 셔츠에서 유래한 것이다.
악어 로고가 새겨진 라코스테 PK셔츠가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 것은 1920년대 프랑스의 테니스 스타이자 라코스테사의 창업주인 장 르네 라코스테(Jean Rene Lacoste) 때문이다.
선수시절 팀 주장과 악어가죽 가방 내기를 했던 사연과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늘어지는 플레이 스타일에 기자들이 라코스테에게 '악어(crocodile)'라는 별명을 지어주었고, 그의 친구가 옷에 자수로 악어를 새겨준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라코스테는 자신의 별명인 악어의 모양을 본 따 영국 재단사에게 당시의 뻣뻣한 정장 느낌의 셔츠가 아닌 코트에서 보다 움직이기 쉬운 면 제품의 셔츠로 주문했고, 은퇴 후에도 그가 디자인한 옷데 대한 수요가 테니스 선수뿐 아니라 폴로 선수들에게도 매우 높았다.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큰 니트웨어 제조업을 운영하던 앙드레 질리에는 인기를 재빨리 실감해 라코스테와 함께 그의 이름과 별명의 상징인 악어 그림을 이용한 브랜드를 만들기에 이른다. 물론 가슴에는 악어 마크를 선명하게 새겨 넣고.


라코스테는 1933년 상표등록을 했고, 크로커다일은 1947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크로커다일 브랜드로 악어 상표등록을 했다. 상표등록을 라코스테가 먼저 한 것. 게다가 크로커다일이 나오기 전부터 악어 문양으로 인기를 끌었던 만큼 라코스테사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하나만

라코스테와 크로커다일은 비슷한 상표 문양 때문에 '악어의 대결'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지며 경쟁 아닌 경쟁을 해 왔다. 옷 스타일이나 느낌이 조금씩 달랐지만 닮아도 너무 닮은 상표 때문에 두 회사가 같이 인기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둘의 구분법은 라코스테의 악어가 오른쪽을 향하고 있고, 크로커다일의 악어가 왼쪽을 향하고 있다는 차이를 찾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 외에는 누가 입을 더 벌렸나, 브랜드명이 어디에 적혀 있는가 등이다.


크로커다일은 1947년 중국 출신의 천(陳)씨 성 두 형제가 만든 것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라코스테의 상륙에 앞서 악어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라코스테가 1980년 중국에 상표등록을 하고 4년 후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양쪽에서 '상표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중국 법원의 중재안으로 싸움은 마무리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다시금 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2008년 라코스테가 크로커다일을 상대로 "등록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 대해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그리고 대법원 2부는 지난 1일 라코스테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두 상표가 외관상 차이가 있지만 호칭(악어)과 관념이 동일하고,상표가 모두 티셔츠 왼쪽 가슴에 위치한 점,실제 거래에서 소비자들이 두 상표를 혼동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크로커다일 상표의 경우,문자 부분은 옷감의 색상과 거의 동일한 색으로 자수돼 있는 반면,악어 문양은 옷감의 색상과 전혀 다른 연두색이나 초록색 등으로 박아 악어 도형 부분만 선명하게 보이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두 상표가 유사한 상표"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상표권자인 싱가포르의 크로커다일 사가 국내 사용권자에게 브랜드 매뉴얼을 교부하고 준수여부를 검사해 시정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표 부정사용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표란 자타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일체의 감각적인 표현수단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표장을 모두 보호하는 것은 법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표법에서는 보호가 가능한 상표의 구성요소를 제한하고 있다.
상표의 상품에 대한 심리적인 연상작용을 동적인 측면에서 파악한 것으로, 상품거래사회에서 판매촉진수단으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선출원주의란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디자인에 관하여 등록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동일 또는 유사한 물품에 관한 동일 또는 유사한 디자인이 서로 다른 날에 2 이상의 출원이 있는 경우 먼저 출원한 자만이 등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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