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이 친형인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에게 피소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불거졌던 이건희 회장의 차명 주식이 이번에는 형제간 재산 분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씨는 14일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재산에 해당되는 주식을 인도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아버지의 타계와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승계된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해 온 것에 대해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보통주 10주와 우선주 10주, 이익배당금 1억원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

삼성생명 주식은 14일 기준 85700원으로, 이씨가 요구한 824만주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이 씨는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이씨는 소장에서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은 모르게 단독으로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뒤 제 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매각대금을 수령한 것은 상속권을 침해한 부당이득이자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씨는 "현재로서는 상속분에 해당되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 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실명전환 사실만 확인될 뿐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추후 확인되는 대로 구체적인 반환대상 주식을 확정하고 우선은 일부만 청구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뒤늦게 이 회장에게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회장이 지난해 6월 이씨의 재산을 관리하던 (주)CJ 재경팀의 성용준 상무 앞으로 "선대회장이 삼성그룹 내 회사들의 주식을 실명주식과 차명주식을 포함해 각 상속인에게 모두 분할했고, 모든 상속인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문서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씨 측은 이때서야 선대회장이 상속한 차명재산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다른 형제들도 이씨에 이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분석이 잇따랐지만, 이명희 신세계회장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측 등은 아직까지 그런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삼성과 CJ 측에서는 이번 소송건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고 민사소송인 만큼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두 회사 간 싸움으로 비치고 있는 만큼 서로가 함께 원만하게 해결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돈을 가지고 있고 소송을 당한 쪽인 만큼 더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삼성이라는 데 시각이 모아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이미 자신의 소유가 된 재산에 대해 쉽게 포기를 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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