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콜 동일차종 구입한 국내 소비자 피해보상 ‘안개 속’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폭스바겐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폭스바겐이 위기에 몰린 것은 문제 차량의 수가 1100만대에 달하는데다 리콜 사유가 제품 결함이 아닌 조작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지난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 등 디젤 자동차 48만2000여 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후 폭스바겐 미국법인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정직하지 못했다. 매연 조작 장치가 탑재된 차량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후폭풍은 이어졌다. EPA 발표 5일만에 마르틴 빈터코른 독일 폭스바겐 최고 경영자가 사임했고, 독일 정부도 자체 조사에 나섰다. 폭스바겐측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리콜 명령에 따른다는 방침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폭스바겐 리콜 사태가 알려진 직후 "국내에서는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장치 조작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어 리콜 명령을 내리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22일 "해당 차량의 처벌 수위는 EU의 동일 차량 제재 수위에 준해 이뤄질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폭스바겐코리아도 “독일 본사에서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월요신문>과 통화한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판매 차종과 한국 제품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문제가 된 TDI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6만1,000여대를 판매했다. 한국의 경우 폭스바겐 클린디젤 차량이 총 4만여대가 팔렸다.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며 팔린 폭스바겐 차종 중 미환경보호청 리콜 대상과 겹치는 차량은 제타·골프·비틀과 아우디 A3 등 4개 차종이다.

국내서 팔린 문제 차종 총 4개

그렇다면 문제 차종을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은 리콜을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정부의 향후 조치에 달려있다.

<월요신문>과 통화한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교통환경연구소에서 폭스바겐 디젤차 골프와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 4종에 대해 정밀 검사를 벌일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폭스바겐측의 고의성이 확인되면 리콜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폭스바겐측이 한국 배출가스 허용 검사·인증을 받을 때 거짓 자료를 제출했거나,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 리콜 명령을 비롯한 과징금 부과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조작 정도에 따라 '인증 취소‘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정한 대기환경보전법에 반해 부정한 방법으로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법령에 따른 것이다.

인증을 받은 차라고 해도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판매정지 및 출고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인 폭스바겐측이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리콜에 나설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폭스바겐 파문이 제품 결함이 아니라 고의적인 조작이라는 점에서 리콜만으로 사태 해결이 어려울 거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독일 언론은 폭스바겐 사태를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연인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폭스바겐 사태는 연료 소모와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는 독일의 청정 디젤차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와 EU 집행위원회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기술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CEO. 빈터콘은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결국 사퇴했다.

독일 언론, “폭스바겐의 중대 범죄행위”

독일의 다른 언론들도 “'클린디젤'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다. 속임수로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실험실 측정에서만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고 실제 주행에서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 소비자를 기만한 중대한 범죄행위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미환경보호청 조사 결과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차종들은 실제 주행에서 도로 조건에 따라 최대 40배까지 산화질소 배출량이 늘어났다.

미국은 기업의 범죄행위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 미 정부 당국은 폭스바겐의 범죄행위에 대해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서 폭스바겐을 상대로 한 집단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리콜 비용 수십조원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감안하면 폭스바겐은 파산을 각오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윤리의식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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