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평론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열렸다. 올해 14회를 맞은 키아프는 11개국 182개 화랑에서 총 40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물론 관람객 역시 매년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며 국내 미술시장 확대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래된 장(醬)이 꼭 깊은 맛을 내고,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질적 수준도 높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키아프 얘기이다. 규모나 매출 면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불안한 시선이 많다. 홍콩이나 주변국의 약진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의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홍콩시장이다. 여기에 상하이 자유무역구 개발 등 홍콩의 열기를 본토로 유입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국 정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뿐이 아니다. 긴 역사를 지닌 일본의 존재감과 싱가포르, 타이완, 자카르타 등 신규 시장의 약진 등은 여전히 자체 기반이 열악한 한국 미술시장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열린 이번 ‘2015 KIAF’의 모습에서 남다른 희망이 엿보였다.

올해의 키아프는 얼핏 예년과 비슷해보였지만, 참여 화랑과 수요자를 동시에 배려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우선 관람객의 동선을 확보해준 널찍한 통로, 부스와 부스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열린 구조, 카페와 VIP룸을 밖으로 빼거나 코너에 위치한 부스의 벽면 너비를 1m씩 줄인 과감한 시도, 자연스럽게 노출시킨 전시장 바닥 등 각각의 요소들을 전 방위적으로 손봤다. 여기에 아시아의 이름난 미술계 인사 및 컬렉터 초청, VIP의 등급을 구분해 차등적인 관람시간 제공, 미술애호가를 위한 다양한 주제의 강연 프로그램, 전문 해설가를 통한 작품감상 가이드, 아시아태평양화랑협회연합과의 중장기적 협력 모색 등이 더해졌다.

하지만 아쉬움과 과제도 남겼다. 관람객의 동선을 감안해 유휴공간을 활용한 대형조각 설치 프로젝트였던 ‘스페셜 홀웨이’(Special Hallway)는 아트바젤홍콩의 벤치마킹이었을 것이다. 관람객의 반응과 점수는 넉넉지 않았다. 넓어진 통로에 그것이라도 없었다면 휑했을 것이라 다행이었지만, 부스의 큰 작품들과 크게 변별력이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그 공간만을 위한 ‘맞춤형 특별 설치작품’이라기보다 기존의 작업실에 보관했던 것을 형식적으로 옮겨 놓은 인상이라고도 했다. VIP룸도 등급과 용도(휴식 혹은 비즈니스)에 따라 구분하자는 의견도 있다.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지적이다. 이외에도 바라는 바는 더 많았다.

준비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내부사정일 뿐이다. 지적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키아프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점은 참여 화랑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경기변화와 판매실적은 인위적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화랑을 배려한 환경변화엔 크게 만족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무경쟁 추대로 선출된 신임 박우홍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심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번 키아프가 보여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했을 때 얼마나 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가 한 점은 우리 미술시장 생태계 변화의 좋은 시사점이 되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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