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폭스바겐 사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젤엔진 기술을 지니고 있는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촉발된 이번 사태는 디젤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벤츠나 혼다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의 디젤차 역시 운행 중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규정치보다 몇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디젤차에 대한 우려는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30년간 내연기관차를 이끌어온 가솔린과 디젤의 균형이 깨지는 시대에 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젤이라는 연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라 할 수 있다. 지저분한 연료인 만큼 필터 기능이 떨어지면 오염물질이 그대로 배출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장치가 개발되도 노후된 디젤차의 경우 오염물질이 바로 배출돼 심각한 사회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는 노후 경유차 출입제한을 두는 LEZ 제도를 서두러 도입할 방침이며, 서울시 역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폭스바겐 사태는 그렇지않아도 불안한 디젤차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국내만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승용디젤차 선호 현상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소형 디젤엔진 적용부터 시작해 중대형 디젤엔진으로 개발보급을 구상해 온 현대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요한 전략 수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기반의 디젤차 인기가 한풀 꺾이며 세계 글로벌 메이커의 합종연횡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향후 디젤차 시장의 변화에 대해 몇가지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우선 폭스바겐이 사태를 조기에 진화할 가능성이다. 계열사 조기매각 및 대대적인 리콜 시행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인데 사실상 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천문학적 비용이 부담되고 나빠진 이미지를 다시 되돌리기도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스스로 디젤을 대체할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는 점 역시 이같은 전망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다음으로는 현재 디젤차 위기가 폭스바겐을 넘어 다른 자동차메이커로 확대되는 경우다. 앞서 몇차례 언급했듯 이번 논란에 있어서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 역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디젤차 전체 시장의 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셋째 친환경차의 본격적인 수면 부상이다. 도요타의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와 현대차의 짧은 반사이익이 그대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주력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더욱 시장 점유율이 커질 것이고 전기차의 경우 2017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기존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환경에 대한 각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환경 기준과 연비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강화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기술적 한계가 올 수도 있다. 특히 환경세 관련 제도적 부담은 소비자의 디젤차 인식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디젤차는 2030년에 사라질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 130여 년간 존재한 바와 같이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한 디젤차는 변화를 수용하면서 가솔린차와 더불어 살아날 것으로 판단된다. LPG차도 다양성을 더하며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되면서 새로운 디젤차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디젤차에 대해 ‘한계는 분명하지만 새로운 기술개발의 가능성은 가솔린차보다 디젤차가 높다’고 언급 중이다. 타 기술과 타협점을 찾으며 융합형 디젤모델이 등장, 나름대로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경 규제가 변수이긴 하지만 소비자는 환경보다는 연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도 디젤차의 장점이다. 배출가스 측면에서 매연 등 디젤차의 악조건이 크지만 이산화탄소 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되는 등 상대적 강점도 있다. 디젤차가 생존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현 사태가 지난 자동차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와 격랑 속에서 제대로 대처하면서 미래를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시간적인 시각에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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