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기준 충족한 양현종 두고 유희관으로 수상자 결정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한국판 ‘사이영상’이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동원상’이 선정 2회만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분명한 수상기준을 미리 정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아, 상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상의 권위 및 고인의 명성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수상자 선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별세한 고(故) 최동원 선수. <사진제공= 뉴시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투수에 한해 사이영상을 수여하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각 한 명씩 두명의 수상자를 매년 배출하는데 투수에게 있어서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불리고 있다.

일본 역시 한 시즌동안 가장 빼어난 피칭을 보여준 투수에게 사와무라상을 주고 있으며, 사이영상과 마찬가지로 수상자는 그해 일본리그 최고 투수로 인정받고 있다. 두 상의 차이점이라면 사와무라상의 경우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통틀어 단 한명에게만 수여된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야구 역사가 30년을 넘었으나 ‘사이영상’ 같이 투수로만 주는 최고상이 없었다. 연말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주는 투수부문 골든글러브가 전부였던 것.

이에 수년전부터 우리 야구계에서는 한국판 ‘사이영상’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으나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2011년 프로야구 초창기를 빛낸 ‘무쇠팔’ 최동원 선수가 급작스레 별세하자 야구계 원로들은 ‘최동원 기념사업회’와 함께 그의 이름을 딴 ‘최동원상’을 제정키로 했다.

선동렬 전 KIA 감독과 함께 1980년대 프로야구를 대표해 온 스타선수이자 한국시리즈 4승이란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그를 기리며 한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최동원상’을 수여키로 한 것이다.

당시 여론에서는 ‘최동원상’이 한국판 ‘사이영상’이 되기에 충분할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살아생전 최동원 선수가 보여준 기량이나 인성 모두 상의 권위를 높이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있었던 제1회 시상식때부터 ‘최동원상’은 논란에 휩싸였다. 선정위원회에서 정해놓은 수상기준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선정위원회 스스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시즌 역시 ‘최동원상’은 수상자 발표가 나온 이후 박수를 받기 보다 논란만을 양산 중인 상황이다.

   
'최동원상'의 첫 수상자이자 올 시즌 역시 '최동원상' 수상조건을 모두 충족했던 KIA 타이거즈 양현종 선수. <사진제공= 뉴시스>

권위 잃은 최동원상

지난 12일 ‘최동원상’ 선정위원회에서는 여의도 모처에서 회의를 갖고 올 시즌 ‘최동원상’ 수상자로 두산 베어즈의 유희관을 선정했는데, 결과 공개 직후 야구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란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당초 위원회에서는 최동원상 수상조건으로 선발투수의 경우 ▲180이닝 이상 투구 ▲선발 30경기 이상 ▲15승 이상 ▲탈삼진 150개 이상 ▲퀄리티스타트(QS) 15회 이상 ▲평균자책점 2.5 이하, 마무리 투수의 경우 40세이브 이상이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국내 프로야구 발전차원에서 수상자는 내국인 투수로 한정한다고 덧붙였다.

역대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동원상’ 수상 조건을 모두 충족한 선발투수는 2015년까지 단 3명 뿐이었고, 마무리투수 역시 4명에 불과하다. 최고투수를 가린다는 의미에서 선정기준을 높게 설정한 것은 이해될만 하지만 애시당초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투수를 매해 찾기란 상당히 어려웠던 것이다.

‘최동원상’의 높은 수상기준은 선정 첫해부터 문제가 됐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는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을 보냈는데 그로인해 내외국인 투수 모두를 포함해 해당 기준을 충족한 선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야구계 일각에서는 상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수상자를 선정하지 말아야 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선정위원회에서는 KIA 양현종을 ‘최동원상’의 첫 수상자로 결정햇다.

지난 시즌 그가 승리와 탈삼진 그리고 QS에서 수상기준을 통과했으며, 국내파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하는등 여타 투수들과 비교해 가장 나은 성적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올 시즌 위원회에서는 선발등판수와 승리 그리고 이닝 및 QS 등에서 수상 조건을 만족한 유희관을 수상자로 선정했는데, 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올시즌 양현종이 6개부문 모두에서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이다.

특히 양현종이 기록한 2점대 평균자책점은 타고투저가 이어진 리그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눈에 띄는 성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7인의 선정위원 중 한명인 양상문 현 LG트윈스 감독이 밝힌 유희관 발탁 이유는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모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양 감독이 “유희관이 보여준 투혼 때문”이라고 선정 사유를 밝혔는데 결국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주관적 판단요소가 ‘최동원상’의 선정잣대였다는 것을 선정위원 스스로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야구팬들은 최동원상의 선정기준으로 “그해 최다승을 기록한 내국인 투수이자 위원들과 관계가 좋아야 하며 전년도 수상자가 아니어야 한다”며 ‘최동원상’ 수상 기준을 비꼬기도 했다.

올시즌 유희관이 국내파 투수 중 최다승을 기록한 가운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양현종이 부상을 이유로 프리미어 12 불참을 밝혔는데 그 때문에 일부 위원들의 미움을 샀고 지난해 수상자 점 또한 선정과정에서 있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어 ‘최동원상 권위가 선정위원회의 불투명한 수상자 선정으로 인해 단 2회만에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기준을 만든 기념사업회가 수상자 선정에 관여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는 의견들 또한 야구계 주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야구 관계자들은 “‘최동원상’이 한국의 사이영상으로서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심사와 함께 모두가 납득할 만한 수상자 선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조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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