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지난해 자동차 결함으로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한 차량 소유자 128명 중 목적을 달성한 소비자는 6명이라고 한다. 교환이나 환불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뜻을 이룬 일부 소비자들 역시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소비자 중에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무리하게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하며 상당수 소비자들의 경우 합당한 이유로 교환 내지 환불을 요구하고 있기에 그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는 아직 국내 자동차 관련법이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판매자, 제작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공공기관도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있으나 이곳의 시정명령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규정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내 자동차 결함신고센터 역시 소비자 보호기능을 하는 곳은 아니다. 자동차 결합 문제에 있어 하소연할 곳이 국내에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산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로인한 사회적 후유증 역시 막심하다. 그렇기에 최근 업계에서는 자동차 분야에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자동차 분야 소비자를 위한 환불과 교환 규정 필요성에 대한 정책 세미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관련법이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비자 기본법과 자동차 관리법 어디에도 환불이나 교환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은 없고 추상적인 부분만 있으며, 강제 조항도 없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상당수 소비자들의 경우 개인이다 보니 이 문제를 법원까지 끌고가 승소하기가 시간적 물질적으로 제한이 많다는 의견이 상당했다.

그렇다 보니 일부 자동차 메이커에서는 ‘한국의 법대로’ 내지 ‘시간을 길게 끌어 대법원까지 가라’고 하는 내규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레몬법’은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제도로 유명하다. 합리적 수리횟수는 물론 주행거리와 기간 등 엄격한 규정 그리고 징벌적 보상제 등을 시행함으로서 소비자 분쟁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워낙 강력한 법적 구제책이다 보니 메이커 입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포르 등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에서도 관련법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자동차 분야에서의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번에 걸쳐서 국회에서 관련 제도의 정착에 노력하였으나 입법까지는 가지 못했다.

진정한 선진국은 ‘균형’을 가진 나라다. 자동차 산업은 선진형으로 도약하고 있으나 이를 활성화시키는 자동차 문화는 아직 낙후돼 있다.

‘한국형 레몬법’까지는 아닐지라도 하루 속히 자동차 분야에서 환불 및 교환 규정을 마련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토록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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