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MVP 기세몰아 꿈의 무대에 도전장

   
MLB 진출 계획을 밝힌 이대호. <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2000년대 중후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내야수였으며 올시즌 일본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이대호가 다음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본 잔류 또는 한국 복귀시 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 및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함에도 야구선수에게 있어 꿈의 무대라 불리는 MLB 진출을 다짐한 것으로 이대호 스스로 “꿈”을 위한 도전임을 강조했다.

지난 3일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선수로서 가장으로서 많은 분들 앞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와 도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대호는 “일본에서 우승도 했고 MVP도 받았다.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야구선수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제 30대 중반이 됐고 야구를 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릴적 누구나 동경하던 메이저리거로서 꿈을 펼쳐보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미국의 유명 매니지먼트사인 MVP스포츠 그룹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이대호는 앞으로 미국 진출을 본격 타진한다.

이대호는 “미국의 유명 매니지먼트사인 MVP스포츠그룹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성사시키고자 한다”며 “최선을 다하고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역량을 펼쳐 보인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거쳐 일본 다음은 미국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2012년 FA 자격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는 오릭스 버펄로스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을 활약한 뒤 2014년 소프트뱅크와 2+1(년) 옵션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팀을 정규시즌 퍼시픽리그 1위에 올려 놓은 뒤 일본시리즈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대호 자신도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대호는 내년 시즌에도 일본에 잔류하게 되면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인 5억엔(약 45억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미국 진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는 “내 꿈은 메이저리거였다. 나이도 서른 중반이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힘들 것 같다.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가장을 믿고 따라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정하게 됐다”며 “계약상으로는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데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팀과의 계약이라면 연봉은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대호는 “돈으로 구단을 꾸려가는 것이 프로이다. 나는 메이저리거가 꿈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노력을 해서 더 좋은 모습과 기량을 보여줄 자신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33·텍사스)와 강정호(28·피츠버그)에게 조언을 구했느냐는 질문에 “결정을 한 것이 이틀 전이어서 아직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다. (추)신수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얻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같은 포지션의 거포형 타자인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와 미국 진출 일정이 겹치게 된 것에 대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좋은 팀에 가서 내년 시즌에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나왔다고 박병호가 피해를 본다거나 반대로 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메이저리그 팀과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일본 무대로의 복귀 가능성도 남겨뒀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의 꿈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는 한국으로 치면 2군 아닌가. 마이너리그는 뛰지 않겠다”면서 “만약에 (미국 진출이)안 된다면 나는 소프트뱅크라는 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손잡은 세계 10대 에이전시 ‘MVP스포츠그룹’

이대호의 미국 진출이 화제에 오르며 그를 대신해 MLB 구단과 협상에 나설 ‘MVP스포츠그룹’에 대한 세간의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대호는 미국 진출을 위해 한국 ㈜몬티스 스포츠매니지먼트 그룹의 파트너사인 MVP 스포츠그룹과 미국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 측 관계자는 “MVP 스포츠그룹은 앨버트 푸홀스, 조쉬 도날드슨, 조이 보토 등 다수의 선수를 보유한 유명 에이전트사로 이대호의 미국 진출을 위한 최적의 에이전트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형 에이전시와 손을 잡은 만큼 MVP 스포츠그룹이 이대호의 대리인으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MVP 스포츠그룹은 미국 유명 에이전트 댄 로사노가 2010년 설립한 미국의 대형 스포츠 에이전시다. 로사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9월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전 세계 스포츠 에이전트 가운데 8위에 올랐다.

현재 메이저리그 선수 등을 중심으로 맺은 계약 총액은 6억6870만 달러(약 7585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VP 스포츠그룹을 통해 앨버트 푸홀스는 LA 에인절스와 2억4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추신수의 옛 동료 조이 보토 역시 신시내티 레즈와 2억2500만 달러에 다년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올 시즌 내셔널리그 MVP 후보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쉬 도날드슨을 비롯해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카를로스 벨트란, LA 다저스의 지미 롤린스 등이 MVP 스포츠클럽이 보유한 선수들이다.

이대호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거물급 에이전트가 나선 만큼 향후 각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MVP스포츠그룹 역시 “이대호 선수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대리권 계약을 맺었음을 발표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이대호 선수에게 펼쳐질 흥미로운 기회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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