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 갖춘 적임자” VS ”검찰 독립성 의문“

[월요신문 김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대검찰청 차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12월1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진태 현 검찰총장의 후임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제공= 뉴시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 내정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무·검찰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검찰 업무에 대해 높은 식견과 경륜을 쌓아온 분”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어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풍부하고 법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엄정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을 잘 지휘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들을 시정해 나갈 적임자"라면서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수남 내정자는 대구 출신으로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 판사로 3년을 근무한 뒤 1990년 검사로 전직했다. 이후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검찰과 법무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하며 특수수사를 지휘했고 광주지검 공안부장을 맡아 공안수사도 경험해 특수·공안 수사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을 지냈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재벌 2세들의 주가조작사건과 미네르바 사건 등을 지휘했다.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지휘하면서 수사를 성과를 인정받아 검찰 내에서 ‘넘버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에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수사를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이다.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도 지내 대언론 관계도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2월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선임됐다.

앞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지난달 28일 차기 총장 후보군을 김수남 내정자 포함 4명으로 압축했다.

학력, 경력, 재산 등 객관적인 신상자료와 더불어 능력과 리더십·지휘역량, 검찰 안팎의 평가 등 주관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특히 내년에 총선이 열릴 예정인 만큼 정치적 중립성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거론됐다.

당시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른 인사들은 김경수(55·사법연수원 17기) 대구고검장, 김희관(52·사법연수원 17기) 광주고검장, 박성재(52·사법연수원 17기) 서울중앙지검장 등이었다.

검찰 내 평가 ‘긍정적’

김수남 내정자 선임 소식에 법조계는 “탁월한 수사능력과 기획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일단 나오고 있다.

이어 일선 검사들이 김 차장에게 기대를 거는 만큼 그가 총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책임감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한 검사는 “능력과 인품, 지휘 통솔력 등을 고려했을 때 최선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관리도 철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 역시 “대변인 업무도 해본 경험이 있어 언론 대응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차장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의 장점으로 ‘합리성’을 꼽는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는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대내외적으로 원만하고 합리적인 거로 정평이 나 있다. 함께 일할 때도 후배 검사들을 다그치는 편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독려해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 차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다른 검사는 “합리적인 인사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던 분”이라며 “검사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특수 수사를 잘하는 사람은 계속 특수 수사를 하게 해주는 식으로 자신의 분야에 오래 있을 수 있도록 해줘 실력을 키우게 했다”고 회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 역시 “함께 일할 때 굉장히 소탈하신 분이라 후배들이 편하게 잘 따랐다”며 “특수 수사도 잘하고 공안, 기획 업무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중앙지검과 대검찰청에서 관리 능력을 인정받으신 분 아닌가. 안정감이 있고 준비된 총장 후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내정자 인선 소식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는 검찰총장 ‘부적격자’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부정적 논평

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내정자는 검찰 독립성 수호의 적임자가 아니다”며 “정치적 독립 의지가 투철한 자가 다음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김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시절 ‘미네르바 사건’ 등에서 정권과 기업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데 검찰권을 남용했고 수원지검장 재직 시절 ‘이석기 사건’을 지휘하며 사건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청와대 입장에 충실한 결론을 내는 등 적정한 검찰권 행사로 볼 수 없는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은 “미네르바 사건은 무죄, 이석기 사건 ‘내란음모’ 부분 무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조응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며 “죄가 없어도 정권 입맛에 따른 청부 수사를 하고 무죄가 선고돼도 승승장구하는 현재의 검찰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에 대한 여야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김 내정자가 헌법 가치를 수호할 적임자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또 TK(대구·경북) 인사가 내정됐다고 혹평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김 내정자 인선 관련 “김 내정자는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등 사회정의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TK 외에는 검사가 없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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