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성향의 학계 원로, 성추행 불거져 사퇴

[월요신문 김영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집필진 일부가 공개됐다. 4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는 국정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신형식(77)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와 최몽룡(70)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초빙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고대사, 최 교수는 고고학 분야 원로학자다. 굮편 발표 후 두 교수는 반대여론에 몸살을 앓았고, 최 교수의 경우 여기자 성추행 의혹에 불거지며 필진에서 자진 사퇴했다.

   
신형식 명예교수(좌)와 최몽룡 명예교수(우). <사진제공= 뉴시스>

신형식 명예교수

1939년 충북 충주 출신인 신형식 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 출신으로 동대학에서 역사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뒤 단국대 대학원에서 사학과 박사를 받았다.

전공은 한국 고대사로 1993년 교육부 통일교육자문위원회 위원, 1994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1995년 경기도 문화재위원, 1997년 한국고대학회 회장·한국사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 만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자주해 보수 성향의 사학자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학계에서는 중도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편의 교과서 필진 공개 때도 신 교수만 유일하게 참석해 김정배 국편 위원장 옆을 지켰다.

저서로는 ‘신 한국통사’, ‘재미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한국사를 왜곡한 동북공정’, ‘고구려사’, ‘백제사’, ‘한국사학사’ 등이 있으며, 일반인 대상 역사서도 다수 집필했다.

신 명예교수는 집필진 명단 공개 자리에서 “현재 교과서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보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사실에 입각한 내용으로 우리 국사가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서의 소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 보수성향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신라가 그냥 통일을 이룬 게 아니다. 오랜 준비를 하고 고난과 시련을 이겨냈으며 당나라의 야욕까지 물리치면서 120여 년에 걸쳐 이룩해낸 것이다”며 “이를 부각해 (남북으로 나뉜)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르치고 싶다”라고 밝혔다.

고대사 연구에 있어 최대 논란대상 중 하나로 꼽히는 통일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 학계 일각에서는 통일신라의 삼국통일이 우리민족의 북방영토 축소의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 일부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관련 “내가 39년생이다. 내일 모레가 80세인데 불안한 것 없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오직 역사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몽룡 명예교수

1946년 서울 출신인 최몽룡 교수는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류학과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 교수를 시작으로 1986년 인문대학 부학장, 1995년 고고미술사학과 학과장과 서울대 박물관장 등을 역임하다 2012년 퇴임했다.

국내 고고학계에서 최 교수 영향력은 상당해 그의 주장이 통설 내지 정설로 받아드려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고고학의 경우 문헌사료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렇다 보니 유물과 유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 및 판단 및 경험이 중요한데 이 분야 최고 경력자 중 한명이 최 교수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국사교과서 편찬에도 꾸준히 관여해 왔다. 5~7차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참여하는 등 1988년부터 2011년까지 고교 국사교과서를 집필했다.

저서로는 ‘고구려와 중원문화’, ‘한국 고고학 연구’, ‘인류문명발달사’, ‘한국선사고고학’ 등이 있다.

정치성향에 대해선 중도로 분류된다. 앞서 최 교수는 본인의 역사교과서 참여 관련 제자들이 만류하는 등 논란이 일자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해도 많고, 나는 신경 안 쓴다”고 답했다. 이어 “인터넷을 보면 나는 친일파로 몰려 있다.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다”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그는 역사교과서에 대한 깊은 애착을 드러내며 “교과서는 나의 업(業)”이라고 밝히며 “2012년 대학에서 정년 퇴임할 때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편찬에 참여한 것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한편 최몽룡 교수는 4일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된 후 기자들과 자택에서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 일간지 기자의 신체를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최 교수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국편에 부담을 주기 싫다 밝히며 집필진 사퇴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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