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한 물고기를 살려내는 최고 경영자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여섯 번째 순서로 중국의 사업가 '장루이민(張瑞敏)'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 장루이민

중국의 대표적 가전 브랜드 '하이얼'은 지난 2010년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주요 가전 브랜드 전 세계 1위>, 포브스가 뽑은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7차례나 수상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하이얼의 성장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절한 물고기를 살려내는 경영자'라는 호칭을 받는 장루이민 회장(67)이 있다. 장루이민은 중국 최악의 기업으로 손꼽혔던 하이얼(당시 칭타오냉장고)을 중국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적인 흑자 기업으로 살려낸 입지적인 인물이다.

"소비자는 항상 옳다" 품질 혁신 이뤄

1949년 주국 산둥성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장루이민은 대학 졸업 이후 칭다오의 강철공장에 견습생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런 그가 하이얼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5세였던 장루이민이 하이얼의 전신인 칭다오냉장고의 공장장으로 부임하게 된 것. 당시 칭다오냉장고는 불량품만 양산한다는 나쁜 이미지에, 연간 매출 348만위안의 적자를 내면서 1년에 공장장이 3명이나 바뀌는 등 최악의 경영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공장장을 맡을 당시 칭타오냉장고는 직원들이 공장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봤을 뿐 아니라 비품과 자재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등 주인의식과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장루이민은 이 상태로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직원들의 의식개혁 작업부터 착수했다. 그 결과 중국에서 유명한 '장루이민식 경영이론'의 기초가 된 '13조 관리규정'이 탄생한다.

하루는 장루이민이 당일 생산품인 냉장고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품질검사를 해보니 76대가 불량품이었다. 이에 그는 "우리는 이제 과거의 싸구려 제품에서 벗어나 세계 일류의 제품만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불량품 모두를 직접 쇠망치로 때려 부수었다.

당시 냉장고 한 대의 가격은 공장 노동자 월급을 반평생 모아야만 살 수 있는 '부의 상징'이었다.

장루이민은 "이번 불량품의 대가는 내가 물기로 하고 월급을 전액 반납하겠다. 대신 이 시간 이후부터 나오는 불량품은 당사자의 월급에서 삭감 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직원들 사이에 '품질은 기업의 생명선'이라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루이민의 경영이 처음부터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도 직전의 회사를 바로 세우기에는 버거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루이민은 포기하지 않고 품질관리에 심혈을 기울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제품만이 기업이 살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소비자는 항상 올바르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 아래 제품의 품질에 대해 열정을 보이며 경영 회복에 나섰다.

아울러 기술은 형편없는데 불량품만 탓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독일 리브헤어(Liebherr)사의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칭다오냉장고는 제품에 대한 인정을 받으며 국내에서 주목받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도 이뤄냈다. 1992년부터 세탁기와 TV 등으로 제품을 확대했으며, 하이얼이라는 이름도 이때 얻게 된다.

현재 중국인들과 중국 언론은 장루이민을 가리켜, 중국 경제를 선도하는 경제의 큰 스승(大師)이라고 부르며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한 기업을 기적처럼 회생시킨 그의 노력과, 미래의 기회를 포착해가는 그의 안목에 대해 큰 신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장루이민식 경영이론

철저한 고객중심과 품질 우선주의, 장기적인 경영전략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이얼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연평균 80%의 초고속 성장을 거뒀고, 세계 16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하이얼의 성공 이유를 장루이민의 경영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장루이민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활력과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어야 기업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3공(공평, 공정, 공개) 원칙'에 입각한 인재 선발한다.하이얼 경영간부 평균연령은 30세다. 덕분에 하이얼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기업이 됐다.

또한 '많이 일한 사람이 많이 받고,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받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받지 못한다(多勞多得, 少勞少得, 不勞不得)'고 강조하는 그는 철저한 능력주의 인사와 목표관리경영를 시행하고 있다.

하이얼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직원들에게 창의를 집중적으로 강조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 기업의 위치는 경사면에 놓인 공과 같아서 기업이 커질수록 뒤로 밀리는 힘도 커지기 때문에 뒤로 밀리지 않으려면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사면 위로 공이 올라가게 해야 하는데, 이 힘이 바로 창의력이다"

그의 이 말은 중국의 경영학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다.

하이얼의 성공신화를 일군 장루이민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가전분야 세계 1위 기업‘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CEO만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장루이민의 확고한 의지가 하이얼의 현재와 미래를 보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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