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스펙트럼’ 주목, 김정은 다음엔 누구와 손잡나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영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 후 첫 북한 방문이 조만간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 총장 방북 시기 및 논의 의제를 두고 유엔과 북한 측이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공식 확인된 것. 반 총장의 방북 의의에 대해선 북한과 반 총장 모두에게 나름 의미 있는 결실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서는 다시 한 번 ‘반기문 대망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반기문 총장은 유엔 본부에서 만난 한국기자의 “방북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죠. 잘되겠지요”라고 답했다.

방북 계획에 있어 반 총장 스스로 그 입장을 처음 밝힌 것으로 뒤이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의 북한 방문) 논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라며 “반 총장은 한반도 내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포함한 건설적인 노력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고 말했다.

앞서 북측과 가까운 중국 언론은 ‘이달 중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 보도했고 이후 반 총장의 방북 여부는 세계 외교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었다.

반 총장의 방북 추진과 관련해선 “반 총장이 한국인 사무총장으로서 느끼는 사명감 및 부담감을 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처음 북한을 찾은 이래 1993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 총장 역시 북한을 다녀왔는데, 한국 출신인 그가 북한을 다녀오지 못하는 것이 남북한과 유엔 그리고 반 총장 모두에게 큰 손실일 것이란 분석도 뒤따랐다.

아울러 반 총장의 방북이 실제로 이뤄지게 되더라도 그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만 만나고 오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은 입장에서 볼때는 반 총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체제 선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 총장의 경우 북핵과 북한 인권 등에 있어 국제사회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답을 얻어와야 할 것이란 의견이다.

친박 러브콜에 정중동

주목해 볼 부분은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국제사회서도 이슈지만 국내 정치권에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정식으로 확인되자 여의도에서는 그에 따른 정치적 의미부여에 분주해 진 것.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통일대통령’으로 행보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결정적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이 알려지기도 전부터 반기문 대망론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친박 핵심 중 한 명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이달 초 개헌론과 결부해 반 총장 대망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외치는 반 총장이 내치는 친박이란 기본 포맷 아래 이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상당수 친박 인사들 사이에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

또 다른 친박 중진인 안홍준 의원은 반 총장 대망론을 언급하며 “과거 안철수 의원의 사례와는 분명 다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과 사실은 내용면에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다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안철수 의원 열풍이 실체 없는 바람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실체’가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반 총장의 인기가 늘자 얼마 전 정치권 주변에서는 친반(친반기문)연대 창당준비위 결성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다만 반 총장 측에서는 친반연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지역 불문 호감도 높아

반기문 총장에 대한 관심은 대중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일~13일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여야 차기 후보군을 통들어 ‘차기 대통령에 가장 적합한 인물’ 1위에 올랐다.

반 총장 지지율은 21.1%를 기록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각 12.5%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12.4%로 3위에 올랐으며 그 뒤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4.5%, 오세훈 전 서울시장 3.4%, 안희정 충남지사 2.5%, 정몽준 전 의원 2.4%, 김문수 전 경기지사 2.2%,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1.8%, 김부겸 전 의원 0.7% 등이 이었다.

해당 조사서 반 총장은 지역별로는 강원(31.8%)과 충청(25.9%) 학력별로는 고졸(24.3%) 및 전문대졸(33.2%), 정당지지별로는 새누리당(30.8%) 지지자들 사이에서 예비 경쟁자들과 비교해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 냈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반 총장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이란 점이 첫손에 꼽힌다.

더불어 여야 지지층을 막론하고 그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적고 기존 정치인과 비교해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것 또한 대선 후보로서 반 총장의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 여당 인사는 “주변 60대 이상의 어르신 분들을 보면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덮어놓고 좋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 무대 마당발이다 보니 추후 한국이 미국·중국·일본 사이에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 총장이 적임자라는 적임자라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설로만 나돌던 ‘충청 대망론’의 실현자가 반 총장이 될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민련 해체 이후 충청지역 민심은 선거 때마다 여야 사이를 오락가락 했는데, 반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할 경우 그에게로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 총장이 외교부 관료 출신으로 대국정 운영 경험이 있다는 점 또한 차기 대통령감으로서 장점이 될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그가 박정희 정권시절 관료 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냈다는 점에 근거, 국내 정치인들에게 있어 아킬레스건 같은 이념 논쟁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그를 위협할 만한 차기 경쟁자가 아직까지 별로 없다는 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서 김무성 대표가 가장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당의 주류라 볼수 있는 친박계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한 상황인 것.

고령의 나이는 약점

다만 차기 대권주자로서 반 총장이 가진 약점 또한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일단 1944년생인 반 총장의 경우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이면 74세가 된다. 고령에 대통령에 올랐던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당선 때 나이는 73세였다. 반 총장은 이들보다도 한 살 더 많은 나이에 대선에 참가하게 되는 셈이다.

그에게 확실한 지지세를 보내줄 것이라 전망되는 충청 출신 유권자수가 영호남에 비해 다소 적다는 점 또한 반 총장에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최근 조사서 충청 지역 인구수가 호남을 앞지르긴 했으나 타지로 나간 호남인를 포함한 범호남인 수는 여전히 범충청인 수보다 많은 편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정당에 들어가 정치를 했던 적이 없다. 이에 대선후보로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보였던 정당 정치력 부재 문제가 반 총장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혹여 그가 친박계 지지만 믿고 여당에 합류하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친박의 기세에 눌려 허수아비 대권주자가 될수도 있고, 최근 박 대통령의 경우처럼 여타 정치세력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노골적 밀어주기 속 점차 높아지고 있는 당내 비박계의 반(反) 반기문 정서 역시 그가 대선까지 가는데 있어 큰 장애물이 될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비박계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7일 친박 일각에서 제기한 반기문 대망론과 이원집정부제 개헌 문제에 대해 “아주 계획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부의 바람, 의망사항 정도라고 본다”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런가 하면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8일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아주 관계가 깊은 분이 허수아비 대통령을 하라는 것이냐고 기분 나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반 총장의 친인척 관계가 그의 대권 도전에 있어 최대 변수가 될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근 진행된 국회 청문회의 높아진 도덕적 검증기준이 그에게도 적용될 경우 이른바 신상털기 수준의 검증이 이뤄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반 총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총장 대망론의 신선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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