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력 부재 속 입찰 시기 아쉬움 남겨

   
밝은 표정으로 입소한 손아섭과 황재균.<사진제공= 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손아섭이 포스팅입찰 무응찰이란 충격적인 결과표를 받았다. 지난 수년간 국내무대서 보여준 정상급 기량은 물론 지난해 미국 무대를 밟은 강정호의 준수한 활약 등에 비춰 그 어느때보다 해외 무대 진출 가능성이 높아보였으나 현실은 냉정했던 것. 손아섭의 메이저 진출 실패 원인으로는 파워를 중요시 하는 미국 무대 특성상 교타자인 그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구계에서는 손아섭 더불어 메이저 진출을 모색 해 온 황재균과 김현수의 향후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롯데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16일 롯데 구단은 KBO에 외야수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요청했다. 손아섭 잔류를 희망해 온 롯데였으나 선수측이 해외 진출 의사를 강력히 피력해오자, ‘조건이 맞을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며 포스팅 입찰에 나선 것이다.

이후 KBO는 비공개 경쟁 입찰 방식의 포스팅을 MLB 사무국에 전달했고, MLB 사무국 역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이 같은 사실을 공시했다.

당초 손아섭의 미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선 조건의 문제일 뿐 입찰에는 여러 팀이 응할 것이라 전망이 제기돼 왔다. 올 시즌 타율 0.317에 13홈런 54타점 11도루를 기록한 것은 물론, 2010년부터 6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해 온 KBO 대표 교타자가 손아섭이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 역시 ‘메이저리그 5~6개 팀이 손아섭 포스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구체적인 입찰금액을 공개한 바 있다.

그렇다보니 롯데 구단은 “구단이 손아섭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수락 하지 않으면 금액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포스팅 입찰금이 중요할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공개할 구단도 금액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손아섭에 대한 포스팅 입찰이 금액차도 아닌 응찰팀이 아예 없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선수 본인이 가진 한계 및 시기적인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내 현역선수 중 최고 타율을 자랑하는 손아섭이지만 장타력 및 수비력에 있어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될 만한 수준인지에 의문이 붙어 있는 상황이었고, 구단주간 회의인 원터미팅 전에 포스팅 입찰을 시도해 매력적인 매물로서 관심을 덜 받은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포스팅 입찰에 성공해 피츠버그로 이적한 강정호의 경우 손아섭보다 통산 타율은 떨어지나 장타력은 훨씬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팅 입찰에 나선 시기 역시 원터미팅이 끝난 1월이었다. 통상적으로 이 시기쯤 미국에선 거물급 FA 선수 영입전이 마무리되며, 준척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 몸값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황재균은 어떻게?

롯데서는 주전 내야수인 황재균 역시 올시즌 종료와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손아섭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수 본인이 원할시 조건만 맞는다면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KBO 규약상 한 구단에서 동시에 선수 두명에 대한 포스팅 입찰에 나설수 없어 롯데에서는 손아섭 포스팅 입찰 종료 후 황재균에 대한 포스팅에 나설 계획이라 밝혀왔다.

그리고 현재 롯데는 황재균이 원할 경우 포스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인데 선수 측에서는 이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3일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손아섭과 함께 세종시 32사단 훈련소에 입소한 황재균이 손아섭의 포스팅 입찰 실패 소식에도 불구 이를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구단 측에 전달한 것.

황재균의 경우 손아섭에 비해 장타력은 다소 앞선다 여겨지지만 타율에선 차이가 상당하다. 그에 대한 포스팅 입찰이 손아섭보다 후순위로 밀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점인 파워 역시 프로 입단 동기인 강정호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렇다 보니 야구계에서는 황재균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포스팅 입찰 진행 또한 큰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 중이다.

김현수는 달라

한국 대표팀 우승으로 끝난 프리미어12서 대회 MVP로 선정된 김현수 역시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 중인 상황으로 그에 대해선 손아섭이나 황재균 보다는 미국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단 는 손아섭과는 다른 자유계약(FA) 신분이라 메이저리그 팀들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여겨진다.

김현수는 또 27세의 젊은 나이에 타격능력 또한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3일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 또한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며 “김현수는 어느 팀이나 원하는 선수다.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그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현수의 에이전시가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이와쿠마 히사시(FA) 등 일본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운 와서맨 미디어 그룹(Wasserman Media Group)란 점도 눈에 띈다. WMG는 이미 “김현수를 만나고 싶어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현수에 대한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모든 능력이 고루 뛰어나나 확실히 튀는 부분은 없어 실력 자체가 고만고만해 보일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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