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 홍라희씨에 50억 소송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최근 "그림값 잔금을 지급하라"며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을 상대로 50억 송사를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홍 대표는 "홍라희 관장에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미술작품 14점을 판매했는데 총 781억여원의 대금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3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 중 50억원을 우선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대 고객이었던 이에게 서미갤러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앞으로 관계를 끊고 갤러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삼성가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소송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갑작스럽게 홍라희 삼성미술관 관장에게 미술품 대금과 관련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미술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었고, 미수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수금이 없다고 하기에는 홍 대표가 주장하는 가격이 너무나도 크다. 홍 대표가 홍라희 관장에게 송사를 건 금액은 50억. 그러나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홍 대표 측의 주장에 따르면 홍 관장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미술작품 14점을 서미갤러리로부터 구입했으며, 총 781억여원의 대금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1년 4개월 동안 나머지 53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회장을 남편으로 두고 있는 홍라희 관장이 외상거래를 하고 이를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갚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말 못 할 사연 존재?

홍송원 대표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삼성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따라붙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홍 대표가 제출한 판매 내역 중 '빌럼 데 쿠닝'(미국)의 'Untitled VI'(1975년작)의 판매 가격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임에 있다.
홍씨가 제출한 판매 내역에는 'Untitled VI'(1975년작·작품가 313억원)과 함께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Man Carrying a Child’(1956년작·216억원),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64억5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중 'Untitled VI'는 313억원에게 홍라희 씨에게 팔린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2005년 5월 경매회사 소더비 뉴욕 본사에서 125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떻게 같은 작품을 23배 비싸게 팔 수 있었나에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미술품 판매 가격을 장부에 부풀려서 적은 뒤, 차액을 뒤로 몰래 삼성문화재단 측에 돌려주는 식으로 삼성가의 비자금 조성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검찰이 홍 대표의 자금거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돈이 발견됐고, 이 돈을 '미술품 매매 대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홍 대표가 일부러 소송을 내는 쇼(show)를 펼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홍송원 대표가 이미 1년 4개월 전에 이뤄진 납품에 대해 그 동안 아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최근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협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후 갑자기 홍 관장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 또한 두 홍 씨 간에 말 못 할 사연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홍송원 대표가 끈질긴 재벌 비자금의 악연을 이제 그만 끊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한 쪽은 거짓말...

사실 이번 소송을 두고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최근 수년간 자금난을 겪던 홍송원 대표가 돈을 빌려달라며 리움에 미술작품을 납품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사이가 나빠져 가격을 부풀려 청구했거나, 경매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딜러를 통해 작품을 비싸게 구입해 홍라희 관장에게도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홍송원 씨가 일부러 작품을 비싸게 팔려고 해 삼성미술관 측에서 수소문해 작품을 직접 구입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홍송원씨가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황소머리'를 삼성미술관 리움에 550만 달러(당시 환율로 64억5000만원)에 팔려고 했으나, 이후 리움 측이 실소유자인 영국의 G갤러리에 확인해 본 결과 340만 달러밖에 하지 않아 이를 직접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 대표가 낸 소장에는 '황소머리 64억5000만원'이 적혀 있어, 그가 팔지 않은 작품에 대해 팔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대금을 요구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논란을 꺼리는 삼성이 합의금을 주고 덮으려 할 것을 예상하고 홍 대표가 그러한 소송을 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 측에서는 "송원씨 측은 리움이 2009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그림을 매입했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삼성특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어떤 바보가 그런 상황에서 당시 논란이 됐던 홍송원씨에게 비싸게 그림을 사서 비자금을 조성하겠느냐"며 비자금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미수금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 삼성. 과연 양 쪽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양 쪽이 짜고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인지 끝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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