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 “화장실도 제때 못갈 정도” 인권침해 호소

신한카드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생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측의 과도한 감시 감독으로 화장실을 자유롭게 못갈 정도로 통제가 심한 때문이다.

신한카드 전화상담원(텔러)으로 근무하는 A씨는 “회사측에서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게 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신한카드 텔러로 입사한지 2개월째다. A씨에게 할당된 업무량은 하루 100여통의 전화를 소화하는 것. 아직 신입인 A씨는 100통을 소화하기가 버겁다. 일에 쫓겨 휴식은커녕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하는데 자칫 할당량을 못 채우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문제는 생리 욕구를 해결하는 것까지 사측에서 일일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 A씨는 “일을 늦게까지 하는 건 감수하지만 인간의 생리적 욕구인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뭐라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요신문> 취재 결과 신한카드 텔러들은 A씨외 다수가 이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분 자리 비우면 경고
신한카드는 전국에 13개 고객센터를 도급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A씨가 소속된 센터는 신한카드 내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고객센터이다.
A씨 등에 따르면 신한카드 텔러들은 화장실을 갈 경우에 ‘이석관리기록대장’에 시간을 기록한 뒤에야 볼 일을 볼 수 있다. 이석관리기록 시간에서 5분 이상 자리를 뜰 경우 팀장이 즉각 관리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신한카드에서도 텔러가 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경고가 들어온다는 것. 말이 도급이지 실상은 신한카드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고 텔러들은 말한다.

실제로 텔러들은 시간에 쫓겨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 텔러 B씨는 “신한카드 텔러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선배들로부터 ‘방광염을 조심해라’는 말은 들었다. 그땐 무심코 지나쳤으나 얼마 안가 깨달았다. 화장실을 제때 가지 못하고 참다보니 없던 병이 생긴 거였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텔러들은 “회사측에서 화장실까지 통제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신한카드의 이런 통제 시스템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한카드 텔러들은 스스로 “우리는 갑을병정 가운데 정에 속한다”고 자조할 정도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텔러들에게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

식사 마감 1분전까지 대기
현행 근로기준봅 54조에 따르면, 4시간 이상 8시간 연속 근무시 근로자에게 30분간 휴식시간을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한카드는 이 규정을 텔러에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 텔러 B씨는 “근로계약서에 그런 내용도 없고 실제로 휴식시간을 따로 주지 않는다. 유일한 휴식시간이 식사시간인데 이때도 식사시간 마감 1분전까지 대기하라고 명령해 쉴 여유가 없다”며 “바쁠땐 식사시간도 1시간이 아닌 50분밖에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한카드사의 이런 관리감독 시스템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월요신문>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신한카드 텔러들의 고충에 대해 문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한카드 텔러들이 화장실을 제때 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강제한다는 건 인권 침해 요소가 분명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신한카드사가 민간기업이어서 직접 조사 대상이 아니다.”

-인권위에서 민간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사례가 있지 않나. 자료를 보니 2011년 12월 국가인권위에서 TF팀을 구성해 이마트 캐셔 실태 조사를 했던데.
“그땐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캐셔를 의자에 못 앉게 해 시정 여론이 높았다. 그런 사회 구성원의 여망에 따라 인권위가 실태 조사를 벌인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제안했다. 그 결과 이마트를 포함 대형마트에서 캐셔들에게 의자를 제공했다.”

-신한카드 텔러들의 인권 문제도 이마트 캐셔와 유사한데 조사할 계획은 없나.
“신한카드 상담원들의 하소연이 공론화되면 조사해볼 여지는 있다. 그전에 해당기업에서 인권 침해 소지가 없도록 자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파견업체에서 실적 등으로 인해 얘기가 나온 듯하다. 도급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관리 감독을 하는 거지 본사차원에서 파견업체까지 관리 감독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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