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옆에 직영점 차려 장사 못하게 하겠다” 협박

아모레퍼시픽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8일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사업부장을 지낸 이모(52) 전 상무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아모레퍼시픽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기는 한편 이 회사 전직 임원 1명을 추가로 고발할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이 전 상무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유통하는 독립 사업자인 방문판매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686명을 본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신규 특약점 또는 직영 영업소로 재배정해 옮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특약점과 방문판매원 간에 체결한 계약 당사자가 아님에도 당사자들 동의 없이 당사자 간 계약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기존 특약점과 방문판매원 사이의 계약을 종료시키고, 다른 특약점과 방문판매원 사이에 새로 계약을 맺도록 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이 직접 나서 실적이 우수한 방문판매원을 주도적으로 선정했고,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특약점은 즉시 매출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특약점들은 아모레퍼시픽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까봐 두려워 반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약점들과의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갑질’을 일삼은 것이다. 특약점은 ‘설화수’와 ‘헤라’브랜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숙련된 방문판매원이 많을수록 특약점의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방문판매원을 일방적으로 전출시켰다. 2회 이상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특약점만 70개에 이르고, 5회에 걸쳐 방문판매원을 빼앗긴 곳도 있는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중소기업청 고발로 법의 심판대 올라

당초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과징금 5억원 부과로 마무리 되는 듯했지만 중소기업청의 고발 요청으로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중소기업청은 방문판매원 재배정으로 특약점들의 매출이 1년간 726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중기청이 공정위에 아모레퍼시픽의 고발을 요청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에서 다른 경쟁사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유사한 관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시장 질서를 해치고 중소 상공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행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대표들은 방판(방문판매)특약점에 대한 일방적 계약 해지로 경영권 박탈 위기에 처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 남영특약점 이현배(63) 대표는 지난달 9일 강북1팀(영업팀)의 김모 팀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의 평가위원회에서 거래 약정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과 특약점 간 거래 약정은 지난 2014년부터 2년마다 갱신되는데, 내년에는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일주일 뒤에는 이 대표의 특약점을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영업소로 개설하기로 했다는 말도 전해들은 것. 아모레퍼시픽은 남영특약점에 대해 해당 특약점에서 최근 2년간 수차례 위법 판매 활동이 발견됐고, 7차례에 걸쳐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바로잡혀지지 않아 이번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영특약점 이 대표는 “15년 동안 운영해 온 특약점을 하루아침에 접으라고 하는 것은 상생이 아닌 본사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서경배 회장 회사 이미지 실추 우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최근 경제 매거진 포브스 아시아에서 선정인 ‘2015 올해의 기업인’에 뽑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전 세계 화장품 및 생활용품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 증가율을 바탕으로 지난해 약 4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력을 비롯한 아모레퍼시픽의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과, 끊임없는 R&D에 대한 투자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언제나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으며, 아시안 뷰티는 새로운 미美의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현대적인 가치를 반영한 아시안 뷰티를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의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28위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서 회장은 7일 개최된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는 유공자 포상으로 최고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 회장의 행보와 달리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갑질’논란, ‘폭행’사건은 ‘아름다움’을 이끄는 기업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특약점 종사자들은 아모레피시픽이 상생에 더 신경을 써줄 것으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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