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동계훈련 구슬땀 톱10 목표

▲ 기보배 선수.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스포츠팬들이 2016년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8월 5일 개막하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일 것이다. 굳이 스포츠팬이 아니더라도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큰 대회는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축제다. 이 축제를 앞두고 기대하는 이는 비단 스포츠팬들만은 아니다. 메달 사냥에 부푼 가슴을 안고, 올림픽 각 종목 국가대표 태극전사들이 태릉선수촌에서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4연속 톱10이 목표다.

기온이 계속 내려가고 찬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몸짓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다. 올림픽의 해가 다가오면서 선수들의 훈련 강도는 더욱 강해졌다. 지난 12월 22일, 기자들이 찾은 태릉선수촌에는 해외 전지훈련과 휴가 등으로 빠진 종목을 제외한 유도와 펜싱, 양궁, 역도, 체조 등 100명 남짓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227일 앞으로 다가온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시기에 맞춰 몸을 만드는 한편 메달 경쟁 상대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에 돌입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동계훈련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내년 리우올림픽 성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촌장은 12월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6 올림픽 준비에 대해 "동계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력향상과 철저한 도핑 교육

최 촌장은 올림픽에서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체력 향상을 꼽았다. 지금 체력을 길러야만 본 무대인 올림픽에서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촌장은 "기술만으로는 세계 정상에 갈 수가 없다. 고난도 기술은 체력이 올라갔을 때에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이번 체력 훈련이 내년 올림픽에서 우리의 성적을 가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도인 출신으로 선수와 감독을 모두 경험한 최 촌장은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올림픽이 임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느냐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최 촌장은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에 대해 "누구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특정 인물을 지목해 부담을 주기 보다는 여러 종목을 두루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표출했다.

"양궁과 유도, 레슬링, 사격 등 확실히 금메달을 따줬던 종목들이 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펜싱도 잘했다"는 최 촌장은 "선수들이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 모두가 금메달을 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촌장은 브라질에 현지 적응을 위한 대표팀 통합 훈련 캠프를 꾸리진 못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브루넬대학교에 태릉선수촌을 옮겨 놓은 듯한 캠프를 차려 재미를 봤다. 해외에서 진행된 올림픽에서 훈련 캠프가 마련된 것은 런던 대회가 처음이었다.

직접 브라질에 다녀왔다는 최 촌장은 "방법을 찾아 적응 훈련을 할 형편을 만들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되더라. 호텔을 빌려서 하려고도 했지만 아무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면서 "각 종목별로 시차가 작은 곳에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전체 캠프를 지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촌장은 또 행여나 발생할 도핑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선수촌에서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촌장은 "선수촌에서 공식적으로 도핑 교육을 공식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테스트까지 한다. 도핑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수영 선수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중처벌이라는 문제로 인해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법률 자문을 구한 상태"라면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이후에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과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지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지연(27·익산시청)이 2016 리우올림픽에서 또 한 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녀는 태릉선수촌 펜싱연습장에서 2016 리우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부담도 되지만 단체전도 있기 때문에 팀원들과 똘똘 뭉치도록 하겠다"면서 "즐기러 다녀온다는 마음으로 파이팅하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김지연은 한국여자펜싱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겼다. 결승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마리엘 자구니스(30·미국)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한국펜싱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김지연은 당시를 떠올리며 "2012년에는 동메달 생각도 없었다. 그저 4강만 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도전자 신분이었던 2012년과 다르게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이 됐다. 올 시즌 세계랭킹은 8위다. 펜싱계와 국민들의 기대도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아무래도 부담이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면서 "심리훈련을 통해서 2012년처럼 즐기는 마인드를 가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지연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후배 이라진(25)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아시안게임 전부터 많이 아팠었다. 올림픽 이후라 그런지 부담도 컸다"면서도 "다행히 한국 선수와 결승에서 만났기 때문에 졌어도 괜찮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컨디션이 썩 좋진 않다. 사브르가 특히 민첩성과 스피드를 많이 요구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발목과 무릎을 많이 다친다. 올림픽 전까지 부상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지연에게는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책이 있다. 여자사브르 국가대표 후보군 중 맏언니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우올림픽에는 런던올림픽에서 빠졌던 여자사브르 단체전이 다시 열린다. 김지연은 "항상 막내 역할만 했는데 이제 맏언니로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많이 달라졌다. 언니가 되니 후배들의 힘든 모습도 보이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웃었다.

서성준 여자사브르 코치 또한 김지연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서 코치는 "우리의 첫 상대인 우크라이나 역시 올가 카를란(25·2위)을 중심으로 뭉친 팀이다. 우리 팀은 지연이가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했다.

 

양궁 기보배, 하루 450발 연습

2012년 런던올림픽과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2관왕'에 이름을 올린 '양궁여제' 기보배(27·광주시청)는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루에 최대 450발을 쏘면서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리우 올림픽보다 치열한 국내 선발전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보배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내년에 치러질 예정인데 아직은 국내에서의 선발전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 과정이 먼저고 무엇보다 국내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불안감을 떨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발전은 무척 힘든 과정이다. 6~7일에 이어 진행되니 그날 컨디션에 따라 등수가 확 갈린다"면서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2010년부터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지난해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가 올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10월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는 70m와 60m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강임을 확인했다.

기보배는 "대표팀에만 있다가 보면 성적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부분에서 놓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국가대표) 탈락 후에 이러한 부분을 고쳤다"고 밝혔다. 또 "떨어지고 나서 홀가분했다. 선수촌 생활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것처럼 돌아가다보니 고단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밖에서는 너무 자유로웠다"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에너지를 쏟게 만드는 등 좋은 시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바뀐 세트제 룰에 대해서는 "올해도 국제대회에서 슛오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며 "이에 대비해서 선발전에서도 슛오프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리우올림픽부터는 단체전에서도 세트제로 바뀌는데, 무승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연장전인 슛오프가 중요하다. 선수당 한 발씩 발사해 승부를 가리는데 동점이면 중심에 가깝게 쏜 쪽이 승리하게 된다. 이에 대표팀은 모의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강화하고 있고 선발 과정에서도 슛오프 리그전만을 따로 치러 전체 점수의 8%가량을 배점하고 있다.

기보배는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올림픽이 어떤 면에서는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자리인 만큼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이루고 싶은 자리"라고 설명했다. 겨울이라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위주 훈련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는 그는 "심리상담 등을 통해 부담감을 떨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훈련이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실내에서 비닐을 씌운 창문에 구멍을 뚫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손이 굽을 정도로 시리거나 하진 않는다"며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대답했다. 또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인데 이후에도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리우 다음이 도쿄인데 도쿄올림픽까지도 가보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올림픽 전통의 '효자종목'인 유도 선수들도 체력 훈련에 매진하며 금빛 메치기를 약속했다. 재일교포 3세로 유도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인 남자 73kg급 안창림은 "일본의 오노 쇼헤이가 강한 상대인데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해서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벽 6시부터 하루 훈련을 시작하는 태극전사들의 힘찬 몸짓에 국민들도 벌써부터 올림픽을 기대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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