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이터는 왜 한반도 상공을 날지 못했나

▲ 유로파이터. <사진출처=BAe 시스템즈>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캐나다 자유당이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세대전투기 논쟁이 있었다. F35 도입 비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국론을 분열시킬 만큼 주요 아젠더로 부상했으며, 분노한 캐나다 국민들은 투명성을 앞세운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는 저스틴 트뤼도는 총리 취임 직후 전임 총리의 탄핵 사유가 된 F-35도입을 전격 취소하고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국방사업에 있어 높아진 대정부 불신이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진 사례로, KFX사업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현재 군수산업 관련 각종 논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있어 국방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 문제는 비용이다. 차세대전투기사업의 경우,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상대 업체에 대한 정보와 고도의 협상력이 요구된다. 이에 <월요신문>이 KFX사업 상대업체인 록히드마틴사를 비롯,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군수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BAe 시스템즈(BAe systems)는 유럽을 대표하는 군수기업으로 손꼽힌다. 민간‧군용 항공기 제작을 주 업무로 하는 영국의 주요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항공분야 이외에도 원자력 잠수함과 기갑차량, 각종 센서류, 레이더, 보병장비, 탄약류 등 방위산업 대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약 8만4600명이 근무 중이며, 현재 ‘로저 카(Sir Roger Carr)’ 경이 회장을, ‘이안 킹(Ian king)’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BAe 시스템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166억파운드로 한화로 약 28조8151억원이다. 같은 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13억파운드(한화 약 2조2566억원), 순이익은 8억파운드(한화 약 1조3887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최대 군수기업 록히드마틴사와 견줄 정도다. 지난 2008년엔 매출기준으로 록히드마틴을 추월해 세계 1위의 군수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BAe 시스템즈의 역사는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지난 1960년 잉글리시일렉트릭사와 비커스사, 브리스틀하이에어플레인 등 3개 회사가 4대 4대 2의 지분으로 군수부문을 통합해 국영기업으로 세워졌다. 1981년엔 마가렛 대처 전 영국총리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민영화됐다.

   
▲ British Aerospace 146. <사진출처=BAe 시스템즈>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가 재도약을 시작한 건 1992년부터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군수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도 마찬가지였는데 1992년 한 해에만 33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터보 프로펠러 엔진사업 포기 등 전문화 과정을 거치면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1998년에는 순이익이 10억달러를 낸 효자기업으로 탈바꿈됐다. 이듬해엔 다국적 군사장비 제조업체인 GeC마르코니 전자방위 시스템(Marconi electronic Systems) 부문을 인수합병하면서 BAe 시스템즈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군수분야 4위에 머물던 BAe 시스템즈는 이 합병을 통해 록히드마틴과 보잉에 이어 세계 3위, 유럽 1위의 기업으로 올라섰다.

 

베스트셀러 ‘Hawk’

1960년대 영국은 초음속 고등훈련‧공격기 임무 수행이 가능한 기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프랑스와 합작해 ‘재규어’를 개발해냈지만 고등훈련기로는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됐다. 영국은 이 기체를 공격기로만 운용하기로 결정내리고 다시 독자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탄생한 전투기가 BAe 시스템즈의 베스트셀러 ‘BAe Hawk’다. ‘Hawk’는 1974년 첫 비행을 시작하면서 영국 공군의 고등훈련기로 도입됐다. 총 175대가 초기 주문 됐고, 이 중 88대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AIM-9) 운용능력을 갖추면서 사실상 경요격기 임무까지 맡게 됐다. 이후 세계 고등훈련기 수출 시장을 휩쓸어버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경쟁기종으로는 50년대 후반에 제작된 미국의 ‘T-38’과 프랑스-독일의 ‘Alpha Jet’이 전부였는데, ‘Hawk’가 두 기종을 훨씬 상회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 공군도 ‘T-59’라는 명칭으로 20대를 도입한 바 있고, ‘T-50’의 배치가 완료되면서 2013년 4월 전량 퇴역했다. 현재에도 여러 국가에서 고등훈련기와 경요격기로 활약 중이다.

   
▲ BAe Hawk. <사진출처=BAe 시스템즈>

 

유로파이터 개발 일등공신

1970년대 유럽 각국은 차기 전투기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1979년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합동으로 전투기 개발 논의를 시작하면서 점차 하나의 계획으로 통합돼 합작 사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1982년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는 고등 전투기(ACA) 사업을 진행중이었는데, 그 결과로 ‘EAP 시험기’가 개발됐다.

‘유로파이터’는 ‘EAP 시험기’를 설계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후 개발과정에서 세부적인 컨셉과 주요 장비 개발에 대한 주도권 다툼이 심해져 프랑스가 손을 떼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새로 참여했다.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유로파이터’ 제작을 위한 다국적 기업 유로파이터 유한회사를 설립했으며, BAe 시스템즈도 전체 지분의 33%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1994년 첫 비행을 성공하며 2003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 기체는 삼각익을 채택해 상대적으로 고속안정성과 항속 거리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다. 이에 따라 무장 장착점의 배치간격이 넉넉한 장점이 있고, 삼각익 특유의 넓은 익면을 활용한 공격 성능이 뛰어나다. 가변형의 공기 흡입구로부터 배기구까지 이어지는 긴 동체의 장점을 살려 공대공 미사일 4발이 앞뒤로 각기 2발씩 반매입식으로 장착이 가능해졌으며, 또한 엔진 역시 긴 동체의 장점을 이용하여 재연소기 부분이 길고 크게 설계되어 초음속 순항이 가능해졌다. 현재 지상공격능력의 확충단계에 있는 유로파이터는, 넉넉한 기체설계의 장점을 살려 생각보다 쉽게 지상공격능력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유로파이터’는 2011년 한국 3차 FX 사업 후보 기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신뢰를 잃고, 최종 성능평가에서 후보들 중 최하점을 받으며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 중에는 록히드마틴의 F-35A처럼 기술이전이 쉽지 않으면 유로파이터 타이푼 3을 도입하는 것이 방위력 향상에 낫다는 의견도 있다. 단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유럽항산)이 유로파이터 타이푼 3의 기술 이전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전제조건에서다.

유로파이터의 우수한 기동성은 정평이 나 있다. 2012년 6월엔 세계 최고의 전투기로 꼽히는 F-22 랩터와 모의 공중전에서 승리한 적도 있고 객관적으로 한국이 보유 중인 F-15K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유로파이터는 속도나 항속 거리, 상승 고도, 레이더 탐색 거리 등에서 모두 뛰어나지만 대레이더 스텔스 기능이 없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FX사업은 들여다볼수록 요지경이다. 파격적인 기술 이전을 제안한 유로파이터가 탈락된 뒤 록히드마틴은 기술 이전이 곤란하다고 딴지를 걸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우리 정부가 허둥지둥 하는 동안 록히드마틴은 느긋하게 버티며 주판알을 굴렸다. 미국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생길정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내 미 CIA지부가 보고서를 올렸고 결국 백악관은 최소한의 선에서 기술이전을 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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