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정부 차원 소송 안해” 미국정부와 대조적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미국 법무부가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관련, 폭스바겐을 상대로 한화 107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외신은 미국 법무부가 디젤 차량 60만대에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불법적인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을 상대로 첫 민사소송을 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혐의가 인정되면 폭스바겐이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며 "미국은 청정공기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모든 적절한 구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소장에서 환경보호청(EPA)을 대신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폭스바겐에 부과할 벌금을 최대 900억 달러(약 107조원)으로 계산했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제조 차량의 품질을 보증하는 데 실패하고 배출 통제체계를 무력화하게 한 폭스바겐은 공적 신뢰가 깨졌으며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경쟁업체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EPA는 "이번 소송으로 폭스바겐의 불법적 공해 유발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됨으로써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지금까지 폭스바겐과의 리콜 협상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이 협상은 소송과 병행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과 달리 한국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환경부 교통환경과 측은 <월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알아볼 사안으로, 환경부 차원에서 (폭스바겐을) 고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해석은 다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을 앞세워 폭스바겐을 고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환경부가 폭스바겐을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 3항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자는 제작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간(배출가스보증기간)동안 제작차 배출 허용기준에 맞게 성능을 유지하도록 제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은 "배기가스 조작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며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폭스바겐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과징금 규모와 액수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앞서 환경부는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불법 조작이 확인되자 지난해 11월 26일 리콜 조치와 함께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했다. 불법적인 이익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 과징금은 매출액의 0.1%에 불과하기 때문. 이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으며, 강제성이 없는 리콜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소비자 사이에서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과징금과 별도로 형사처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를 국내에선 형사 처벌해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국내의 과징금 141억원은 솜방망이 처벌인 만큼 대기환경보존법을 적용,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경유차를 소유한 차주들을 대신해 폭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자동차 매매계약 취소와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6일 현재 소장을 제출한 누적 원고 수는 4000여 명에 달한다. 바른은 미국에서도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종선 변호사는 "미국 소송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집단소송은 지난달 22일 첫번째 심리 기일을 진행했고 두 번째 심리기일은 이달 2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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