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B-52전략폭격기가 10일 경기도 오산 상공을 우리군 F-15K와 미 공군 F-16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저공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B-52 한반도 출격 역사와 앤더슨 기지

1976년 판문점도끼만행사건 때 첫 출격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10일 낮 12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부근에 도착한 B-52는 오산기지 상공을 한 바퀴 선회했다. 선회시간은 약 30초정도였다. B-52는 다시 기수를 부산 쪽으로 돌려 남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앤더슨 기지로 귀환했다. B-52가 한반도 영공에 머문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이번 B-52 출격에 대해 미 7공군사령관인 테런스 오셔너시(주한미군 부사령관) 중장은 “우리는 한·미 동맹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핵우산을 통한 확장 억제능력을 갖고 있 있다”고 말했다.

이번 B-52 한반도 출격은 6일 북한의 ‘수소탄’실험 이후 나흘 만에 이뤄진 대응 조치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2월12일) 당시에는 35일 만에 B-52가 동원됐다. 그만큼 미국이 이번 북한의 ‘수소탄’실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인 것.

그렇다면 미국의 4대 전략자산(핵 추진 항공모함,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B-52 전략폭격기) 가운데 가장 먼저 B-52 전략폭격기를 선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북한의 ‘공습 트라우마’를 지적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B-29는 한반도 상공을 누비며 북한 전 지역을 초토화시킨 경험이 있다. 북한 고위직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6·25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73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서 2채의 건물만 남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하철을 지하 100m 이상의 깊은 곳에 건설하고 대부분의 군 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공습 때문이라는 것.

특히 지금의 B-52전략폭격기는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를 탑재, 지하 100미터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폭기다.

B-52는 미국이 미·소 냉전 시기인 1952년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개발됐다. 초도비행을 한지 5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100대 가까운 B-52를 운용하고 있다. 걸프전에서 미국이 투하한 폭탄의 29%(2만5700t)를 B-52가 담당했으며 아프간과 이라크전쟁에도 투입하는 등 전략적 유용성이 크다. 이밖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 32발과 수소폭탄 4발을 B-52 1대에 실을 수 있기 때문에 ‘떠다니는 핵무기’로 불린다.

또한 B-52가 출격할 경우 F-22스텔스 전투기나 F-15전투기가 엄호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위력이 배가된다.

이런 연유로 키 리졸브 연습이나 독수리연습 때 B-52 투입 소식이 전해지면 북한당국은 매번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왔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B-52가 한반도 상공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때였다. 이후 북한의 군사 도발 수준이 높아질 때마다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10일에 앞서 가장 최근 B-52가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던 때는 2104년 2월 전북 직도에서 열린 폭격 훈련이었고, 2013년에도 한·미 연합 훈련 때 세 차례 이상 출격했다.

 

동북아 전략 요충지 ‘앤더슨공군기지’

B-52 출격이 화제가 되면서 앤더슨 공군 기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괌 수도 아가냐에서 24km 떨어진 섬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 기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괌 공군기지를 이끌던 로이 앤더슨(Roy Anderson) 준장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후 앤더슨 기지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수송 및 출격지로 큰 공을 세웠고 미국 정부는 아시아 군사허브로 괌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필리핀 정부의 ‘미군 철수’ 주장도 한몫 했다. 필리핀 수빅만의 미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 대해 당시 필리핀 정부가 “더 이상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통보했기 때문.

당시 미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우리를 쫓아내는 나라에 기지를 두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미군 당국은 필리핀을 포기하고 괌을 전략적 요충지로 선택했다.

이동과 주둔의 용이함 외에도 앤더슨 기지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거리에 따른 시간 단축이다. 괌에서 북한까지는 직선거리로 4,000km. 괌에 배치된 폭격기들은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 약 4시간이면 북한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는 B-2 폭격기는 항속거리가 5,000마일(8,000km) 정도로 괌에서 곧바로 북한을 향해 발진할 수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강도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응 능력도 높아졌다. 2013년 4월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BM-25)의 공격 위협이 대두되자 앤더슨 공군기지 북서쪽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기동군 1개 포대를 배치했다.

괌은 또 미국 잠수함대의 주요 거점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제15잠수함 전대는 작전 반경을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 등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항공모함 전단까지 괌에 배치할 경우 전투 능력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군은 2012년 4월 미·일 합의에 따라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 1만 7,000명 가운데 5,000여 명을 괌으로 2023년까지 이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미국이 괌에 군사 허브를 구축하려는 궁극적 목표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괌 일대는 군사, 교통의 요충지다. 대만해협은 미 서부해안과 동북아, 일본 열도, 중동을 잇는 해상 교통로의 길목이며 남·동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이자 분쟁의 씨앗을 안고 있는 곳이다.

중국해양 석유공사(CNOOC)에 따르면 남중국해의 석유 매장량 추정치는 110억 배럴에 달한다. 일본명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역시 석유매장량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 측이 확인한 석유 매장량은 700~1600억 배럴 가량이다.

   
미국 군함이 지난 10월 27일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진입한 가운데 중국이 군함 2척을 동원해 추적하면서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란저우호와 타이저우호의 모습. <사진출처=런민르바오 페이스북>

사드 배치 놓고 한중 양국 신경전

중국은 자원의 영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남중국해상에 인공섬을 건설 중이다. 이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두 나라는 동중국해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2013년에는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미군의 B-52가 사전 통보 없이 비행 훈련을 하기도 했고, 작년 10월에는 인공섬 수역에 미군의 이지스구축함이 초계활동에 나서면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상의 하이난도 기지에 핵잠수함을 상주시켰고,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를 2011년 배치했다. 특히 둥펑-21D의 파생종인 둥펑-26은 사거리 3천∼4천㎞로 '괌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 배치도 주목의 대상이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는 반면 중국은 반대 입장이다. B-52의 한반도 출격에 중국 언론은 “미국이 북핵을 구실로 근육을 자랑했다”며 우려와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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