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떤 험지도 달려가는 페덱스 정신의 창시자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열한 번째 순서로 미국의 사업가 '프레드릭 스미스(Frederick Smith)'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 봤을 영화 ‘캐스트 어웨이’다. 쏟아지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벌판 그 한가운데로 페택스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간다. 이윽고 택배는목적지에 도착해 감사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 우편물 덕분에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이 대사로 페텍스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봤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페텍스 직원의 배송 정신은 철두철미하다.

직원들을 이렇듯 멸공봉사하게 만든 인물이 페덱스 CEO 프레드릭 스미스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준다” 화물집결지 방식과 익일배송 서비스 신화를 만들어 낸 프레드릭 스미스(71). 그는 하루에 310만개 이상의 화물을 전 세계 215개국에 운송하는 세계 최대의 특급 운송 기업 페덱스(FedEx)최고경영자다.

매출규모 456억 달러(2014년 기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페덱스는 항공로와 육로를 아우르는 통합 운송 네트워크를 개척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페덱스는 이 운송시스템으로 최단시간 내에 화물을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배달하고 있다.

스승도 몰라본 운송업계의 이단아

기존 운송업계의 변혁을 선도한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의 아이디어는 대학교 재학 중에 만들어졌다. 1965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전거 바퀴에서 착안한 새로운 화물수송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학기말 보고서로 제출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미국 내 인구밀집지역에 화물집결지인 허브(hub)를 만들어서 모든 화물을 여기에 집결시켜 재분류한 후, 자전거 바퀴살(spoke) 모양으로 미국 전역에 배송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운송업계의 관행이던 두 지점 간의 최단거리 수송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프레드릭 스미스에게 돌아온 것은 혹평이었다.

그의 아이디어가 기존 상식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했던 담당교수는 "미국 북동부에 있는 볼티모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도 워싱턴으로 물품을 보낼 경우에도 중부에 있는 허브를 경유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며 "C학점 이상을 받으려면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프레드릭 스미스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증명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그는 대학 졸업을 하고 2년간의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뒤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에머리 항공 화물와 미국 우편 서비스 회사인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PS)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는 미국 화물 운송 시장에 뛰어든 것.

1971년 그의 나이 27살 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벤처사업과로부터의 융자 및 자기 돈 400만 달러를 투입해 페덱스의 전신인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설립하게 된다.

풍부한 자원과 인프라를 갖춘 거대 기업들 사이에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용기에 대해 훗날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확실하고 경쟁력 있는 차별점을 지녀야 한다. 기존관념과 관행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패와 좌절 이겨낸 ‘익일배송시스템’

물론 프레드릭 스미스의 사업이 처음부터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1973년 4월 그가 첫 업무를 시작했을 때 페더럴 익스프레스는 아주 작은 수송선단이었다. 당시 그는 달라스에서 신시내티를 잇는 11개 도시망을 연계했으나 화물 운반량은 겨우 6개에 불과했다.

그 후 뉴욕주의 로체스터에서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까지의 25개 도시를 잇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때 또한 186개의 화물밖에 수송하지 못했다. 페덱스가 Falcon20이라는 8대의 소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에 당시 UPS를 비롯한 모든 배달 업체는 페덱스가 곧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고전은 5년이나 계속 됐다. 당시 프레드릭 스미스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는 등 거의 파산상태에 빠지게 돼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으며, 나중에는 직원들에게 줄 월급마저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프레드릭 스미스가 사업이 궤도에 오른 것은 사업 시작 5년 후부터였다. 기존관념을 뒤집고 차별화된 운송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페덱스가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지금은 일반화된 ‘익일배송 시스템’ 역시 페덱스가 당시 선보인 운송 시스템 중 하나다.

당시 프레드렉 스미스는 “꼭 필요한 화물이라면 야간에도 반드시 배달한다”는 배송 서비스의 새로운 원칙을 만들었다. 업계에선 소형택배의 익일배송에 대한 시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으나 그는 이를 간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고객들이 자신이 의뢰한 수하물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시스템 ‘코스모스(COSMOS)’를 자체 개발해 고객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기존 업계와 완전히 다른 운송시스템의 혁신이 성공의 지름길이 된 것이다.

직원 존중이 경쟁력 키워

오늘날 페덱스는 전 세계 215개국에서 643대의 자체 화물기와 4만3000여대의 차량을 보유, 일평균 310만개가 넘는 화물을 실어 나르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지역 사무소는 4만 곳이 넘으며 직원 수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16만명이 넘는다.

페덱스의 기업철학은간결하다. ‘사람(People)-서비스(Service)-이윤(Profit)’ 즉, p-s-p 시스템이다. “사람(직원)에게 최우선 가치를 두면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은 회사의 미래를 확실하게 다지는데 필요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는 것.

이를 증명하듯 프레드릭 스미스는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한다"라고 말했고 실천해왔다.

페덱스의 직원 우선 방침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사람이라는데 근거한다.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고 일하는 것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물류 운송의 일인자로 불리는 페덱스의 프레드릭 스미스. 그는 늘 "'시도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주인공처럼 어떤 험지에서도 고객을 찾아가는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