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쯔위.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최혜진 기자] '대만 독립운동가'라는 정치공방의 희생양이 된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17) 사태로, 한류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와이스는 결성 당시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다. 쯔위를 비롯해 일본 출신 사나·미나·모모 등 총 9명의 멤버 중 외국인이 4명이나 포함됐다.

트와이스의 한국인 멤버 지효는 지난해 10월 데뷔 쇼케이스 당시 "어느 나라든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다. 더 다양한 국가에서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봤다.

문제는 이제 한류가 단순히 음악 차원의 셈 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을 포함한 문화로, 상대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뒤탈이 없다. 한류가 단지 음악으로 소비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권 깊숙이 침투하는 단계로까지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그룹 'B1A4'는 말레이시아 팬 미팅에서 무슬림 소녀들을 껴안았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소녀들이 체포될 위기에 처했다. 여성에게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공공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쯔위가 지난해 11월 인터넷 방송을 편집해서 내보내는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출신 국가를 밝히면서 대만 국기를 흔든 건 한국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편집돼 본 방송에는 나가지도 않았다.

뒤늦게 쯔위를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운 중국 작곡가 황안(54)의 프레임에 걸려들면서 탈이 났지만, 결국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쯔위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중국의 한류 시장부터 고려해 부랴부랴 저자세로 중국에게 무조건 사과한 태도도 비판을 받고 있다. 대만과 중국, 즉 양안 관계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대만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가요 시장이 아시아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여러 나라의 유망주들이 한국그룹의 다국적 멤버로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현지 진출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당연히 생긴다. 그러나 단지 음원과 공연 시장 등만 감안한 수박 겉핥기식 공략은 이번 사태처럼 되레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문화라는 것이 오랜기간 쌓아온 것이라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는 지 처음부터 파악하기 힘들다"며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네트워트 활성화 등으로 서서히 자정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짚었다.

쯔위 사태는 다국적 그룹의 한국 내 관리 문제도 새삼 되돌아보게끔 만들었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것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중국에 직접 사과하자 소속사의 의도로 어린 그녀가 희생양이 됐다며 비난 여론이 일었고, JYP가 그녀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는 JYP와 박진영 대표의 인종차별과 인권탄압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JYP는 "이번 쯔위의 입장 발표는 쯔위가 미성년자이므로 처음부터 부모와 함께 상의했고 회사는 부모가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일이 한국 굴지의 가요기획사가 다국적 그룹을 매니지먼트하는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경종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중국인 멤버를 포함하는 다국적 그룹을 준비 중인 중견 가요기획사는 "이번 쯔위 사태는 이제 단순히 음악과 그룹을 잘 만드는 것이 한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예"라며 "회사에서 중화권 문화를 더 공부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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