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자가 승리한다”

[월요신문 이신영 기자] 세계 각국은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수부대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그린베레, 레인저, SEAL, 포스리콘, 델타포스와 데브그루 등 6개가 넘는다. 이밖에 영국의 SAS와 이스라엘 사이렛 매트칼, 러시아 스페츠나츠, 프랑스 외인부대 등 다양한 특수부대가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의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수부대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 <세계의 특수부대> 두 번째 순서로 영국 특수부대 SAS에 대해 알아봤다.

SAS(Special Air Service‧영국공수특전단)는 영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다. 현대 특수부대의 원조로 불리는 SAS는 그만큼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SAS가 처음 설립된 것은 2차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1년 7월이다. 당시 영국군은 아프리카 전선에서 롬멜 원수가 지휘하는 독일군의 공중 폭격에 밀리면서 열세에 몰려 있었다. 영국군 중위 데이비드 스털링은 ‘독일군의 공군력이 막강하니, 적 비행장에 직접 낙하산이나 트럭으로 병력을 투입해 항공기를 직접 타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에 응한 영국군 수뇌부는 SAS의 전신인 SASB(Special Air Service Brigade‧공수특전여단)을 창설한다. SASB는 독일군의 정보망을 교란시키기 위해 부대 규모를 여단급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6명의 장교와 60명의 사병으로 구성, 소대급에 불과했다. 데이비스 스털링 중위가 SASB의 지휘를 맡았다.

SASB는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작전에 나섰다. 정찰병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낮에는 위장을 한 채 잠을 자고, 야간에만 이동하는 방법으로 적진 깊숙이 침투했다. 기습작전은 대성공이었다. 66명에 불과한 특수부대원들이 독일 항공기를 250여대를 폭파하는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이 작전으로 독일군은 공중전에서 잃는 기체보다 SASB의 의해 파괴된 기체가 더 많았다. 이에 격분한 히틀러는 SASB를 생포하지 말고 무조건 사살하라고 지시했다.

그뿐 아니었다. SASB는 2차세계대전 동안 장갑차와 트럭 등 각종 작전용 차량 700대를 파괴하고 4784명의 적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이 끝나자 영국정부는 SASB를 해체한다. 종전 후 영국은 각 식민지에서 일어난 반란과 독립운동, 테러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 정부는 이들을 제압할 특수부대로 SAS(제22연대)를 재창설했다.

1960년대 아일랜드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과격파 IRA(Irish Republican Army‧아일랜드 공화국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들의 테러가 극에 달했다. IRA는 영국군이나 경찰에 대한 총격은 일상이고 영국왕실과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도 자행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이에 SAS는 IRA 활동지역에 파견돼 소탕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SAS는 인질구출이나 진압작전 등 ‘대테러전’에 대한 현대특수전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SAS는 1977년 소말리아의 항구 도시 모가디슈에서 일어난 루프트한자 항공기 납치사건 때도 투입됐다.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항공기에 진입, 인질 86명 전원을 구출한 것. 섬광탄이 처음 선보인 것도 이 때가 처음이다. 당시 이들이 사용한 장비들과 방독면 MP5 등은 SAS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발생한 포클랜드전쟁 때도 SAS는 맹활약했다.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산지대를 뚫고 적의 배후를 습격한 SAS요원들은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당시 SAS요원에겐 고어텍스 소재 야전상의와 전투화가 지급돼 전투력을 배가시켰다.

SAS는 1991년 발생한 걸프전쟁에 참전,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 추적과 전략 목표 정찰, 연락선 차단 등 후방 교란 임무를 수행했다. 시에라리온에선 반정부군에 인질로 잡힌 영국군 장병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하기도 했다.

최근 SAS는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IS를 상대로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다. IS 군의 주요 시설이나 장비를 수색 폭파하는 임무 외에 주요 지휘관을 저격하는 특수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SAS요원의 수는 베일에 가려 있어 정확한 인원은 공개되지 않는다. 군사소식통에 따르면 1000명 안팎으로 구성돼 있으며 요원 개개인이 각종 첨단무기 사용에 능하다.

‘용감한 자가 승리한다(Who Dares, Wins)’는 SAS를 상징하는 구호다. 요원 선발은 매년 여름과 겨울에 이뤄지며, 3년 이상 복무한 장교와 병사를 대상으로 한다. 선발기간만 2년이 소요되며

지원자 200명 중 약 20명 정도만 합격할 정도로 엄격하다.

선발된 요원들은 견습대원으로 부대 배치돼 다시 1년간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식 SAS대원이 되면, 날개를 단 엑스칼리버가 새겨진 배지와 베레모를 받는다.

SAS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원들간 계급이 없다는 점이다. 부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급을 반납하고 SAS대원(Trooper‧병)으로만 취급 받는다. 이런 시스템은 부대원들을 강한 유대감으로 결속시키고 작전 수행 능력을 배가시킨다. 한국의 해병대원들이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란 자부심이 있듯 SAS는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요원이란 자긍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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