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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위기, ‘아이폰 종말론’ 나오는 까닭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애플의 26일 실적 발표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애플은 이번 분기 또 한 차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애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애플의 실적 발표 다음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38%) 하락했다. 애플 주가도 6% 이상 급락했다. 애플제국의 신화는 이대로 막을 내릴 것인가. <월요신문>은 애플의 현 상황과 미래를 집중 분석했다.

애플은 26일 2016 회계연도 1분기(10~12월)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 18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180억 달러 대비 2.1% 오른 수치로, 매출액은 759억 달러(한화 약 91조원)로 전년 동기 746억 달러 대비 1.7% 상승했다. 미국 기업 분기 순이익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매 분기마다 두 자릿수 이상이었던 매출·순이익 증가율이 이번에는 한 자리 수로 주저앉았다. 2014년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7450만대로 전년 대비 2300만대 이상 늘은 반면 지난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7480만대로 증가율이 0.4%에 그쳤다. 향후 실적 하락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애플 역시 이 점을 고려해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500~530억 달러로 제시했다. 2015년 1분기 매출은 746억 달러였다.

낮은 판매 증가율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애플의 명성에 맞지 않다. 2015년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17.5%(2억3천150만대)로 삼성전자의 24.8%(3억2천480만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소 배은준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수는 2012년 약 500여개에서 2015년 1,300여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점유율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

스마트폰 시장 Top 2(삼성전자, 애플)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10위권 밖의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상위 10개 스마트폰 제조업체 가운데 7개가 중국기업일 정도로 중국 업체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화웨이의 경우, 지난해 중국 휴대폰 업체 중 처음으로 스마트폰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하며 판매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애플은 정말 위기일까.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보면 애플은 여전히 최강자다. 2015년 1~4분기 애플은 매출 2581억 달러(약311조 원), 영업이익은 607억 달러(약 73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51%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 103조원, 영업이익 10.14조원, 영업이익률 9.79%에 그쳤다. 애플은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7% 뒤졌으나 영업이익 면에서는 7배 넘게 벌어들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의 84%를 애플이, 16%를 삼성전자가 각각 차지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애플의 위기는 ‘현실적 위기’가 아니고 ‘미래에 닥칠 위기’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TOP3 국가 중국, 미국, 인도 중 중국과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5년 60%를 넘어섰다. 보급률 50% 이상이면 성숙기로 간주된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TOP20 국가 중 9개국이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고, 2016년에는 총 35개국이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또한 시장조사기관인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올해 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은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애플은 최근 인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도의 아이폰 판매량은 전세계의 2%에 불과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인도 시장에 더 많은 힘을 쏟아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팀 쿡은 “인도 인구의 50% 가까이가 25세 이하로 이러한 인구통계는 첨단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층으로서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애플의 가장 큰 적은 중국 업체다. 그 중에서도 화웨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화웨이는 2015년 상반기 매출 16조4538억원, 영업이익률 18%를 달성하며 애플을 긴장시켰다. 중국 휴대폰 선도업체인 샤오미의 영업이익률이 4% 선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화웨이는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설립하는 등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며 질적인 측면에서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춘 중국산 저가폰이 등장한다면 애플의 실적은 급락할게 뻔하다.

애플의 아킬레스건은 아이폰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애플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애플워치, 애플TV, 애플페이, 애플뮤직 등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번 분기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등 콘텐츠 매출은 6조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타이탄’을 진행 중이며, 생로랑 CEO 출신 폴 드느브를 영입하는 등 패션산업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의 미래와 관련 주목할 대목이 있다. 아이폰 종말론이 그것이다. 최근 애플의 미래를 주제로 한 전문가 좌담에서 뉴욕타임즈 애널리스트 호레이스 데디우는 “애플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사업을 해체해왔기 때문에 아이폰의 미래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데디우는 “10년쯤 후면 아이폰은 사라질 것이다. 아이폰 종말론에 대한 배경에는 애플의 변신 계획이 있다. 계획은 이미 시작됐으며 시리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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