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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미국 정치의 독약, 슈퍼팩
   
▲ <사진출처=www.nydailynews.com>

집중분석/미국 정치의 독약, 슈퍼팩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정치를 ‘현금의 지배’라 했던 히틀러의 말처럼 정치와 돈은 필수불가결한 관계다. 선거에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선거를 ‘쩐의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미국 대선판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예상을 깨고 3위에 오르자 3일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싱어와 켄 그리핀이 수퍼팩 '콘저버티브 솔루션 팩'에 각각 250만달러(약 30억원)를 제공했다. 루비오 측은 이틀만에 약 60억원의 후원금을 확보한 셈.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후보의 정치자금 후원단체인 슈퍼팩이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 2억9천만 달러(약 3,487억 원)이며, 작년 하반기에만 1억 달러(약1,200억)가 슈퍼팩으로 흘러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슈퍼팩(super PAC)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1974년 미 연방선거운동법이 개정되면서 합법적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 PAC)가 생겼다. 팩(PAC)은 정치·사회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후보와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후보자에게 기탁하는 선거운동 조직이다. 2002년까지 미국의 기업과 단체는 액수 제한없이 정당 후원금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초당적 선거자금 개혁법’이 통과되면서 무제한적 헌금이 금지됐다.

그러다 2010년 미 연방 대법원이 후보나 정당에 직접 연계되지 않은 단체에는 무제한 선거자금 모금을 가능케 하는 판결을 내렸고 이후 ‘슈퍼팩’이 등장했다. 슈퍼팩은 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기 위해 만든다는 점에서 팩(PAC)과 목적이 같지만 선거캠프에 속하지는 않고 외곽에서 지지 활동을 벌인다. 개인 및 단체 기업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팩에 기부한다.

외신에 따르면, 2015년 슈퍼팩 모금액은 4년 전에 비해 12배 증가했고, 비중도 전체 정치자금의 32.9%에 달한다. ‘뉴욕타임즈’는 상위 기부자 300여 명이 낸 돈을 합치면 슈퍼팩 전체 모금액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슈퍼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후보는 젭 부시 후보다. 그는 24명 이상의 기부자들로 구성된 슈퍼팩을 통해 5800만 달러(약 700억원)를 모았고, 테드 크루즈는 3700만 달러(약 434억 원)을 슈퍼팩으로 모금했는데 석유재벌, 헤지펀드 매니저, 부동산재벌 등 3명의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역시 슈퍼팩을 통해 1600만 달러(약 188억원)를 모았는데 이중 1250만 달러(약 147억원)는 사업가 포함 이익단체의 돈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지난 하반기 슈퍼팩으로 2500만 달러를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총 모금의 30% 정도다.

지난해 월가가 슈퍼팩에 뿌린 돈이 9000만달러(약 1000억원)에 달한다는 CNBC의 보도와 슈퍼팩의 1/3이상이 금융계 거물의 지갑에서 나왔다는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의 분석처럼 슈퍼팩은 소수의 ‘슈퍼 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런 흐름를 반영해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슈퍼팩을 “합법적인 뇌물의 형태이며, 미국 정치에 독약의 위력을 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갑부들의 후원을 받아 당선되면 부자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는 슈퍼팩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샌더스의 경우는 다르다. 샌더스는 슈퍼팩의 단점을 이용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샌더스는 “(힐러리가) 중산층을 대변하고 월가를 개혁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슈퍼리치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월가를 비롯한 거부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힐러리를 공격하고 있다.

샌더스가 힐러리를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이유는 슈퍼팩의 후원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 기득권세력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샌더스는 슈퍼팩 구성을 거부하고 1인당 2700달러(약 374만원) 이하 소액 후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미국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는 “저는 억만장자가 아닌 유일한 후보입니다. 슈퍼팩은 커녕 배낭(backpack)도 없습니다. 속옷도 한 벌뿐입니다”라며 샌더스를 코미디소재로 이용했다.

샌더스의 이런 실험은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보인다. 샌더스 후원금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4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샌더스의 후원금은 지난해 2분기 1900만 달러, 3분기 2600만 달러, 4분기 3300만 달러였다. 또 지난 1월 한 달에만 2000만 달러(약 241억2000만원)가 넘는 후원금을 모금해 월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이클 브릭스 캠프 대변인은 1인당 최고 기부금 한도인 2700달러(약 330만원)을 기부한 사람도 일부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샌더스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자 24시간 만에 300만달러(약 36억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등 ‘소액 기부’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샌더스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 대선에서 ‘돈’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현재까지 선거자금을 가장 많이 모은 후보는 1억3300만달러(약 1600억원)의 젭 부시 공화당 후보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6위에 그친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제공=뉴시스>

트럼프의 경우도 슈퍼팩과 거리가 멀다. 자산이 100억달러(약 12조원)인 트럼프는 거액 기부자의 주머니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 주자 가운데 트럼프의 모금 순위는 10위로 580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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