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가 하루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군인들이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개성공단 중단 배경에 미국 있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정부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5자회담 제의 ▲한반도 사드 배치 등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대응책의 연장선이다. 같은 날 미국 상원은 ‘대북 초강력 제재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본질은 북한이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도 북한으로 가는 남한의 돈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대북 제재를 놓고 한미 군사·경제적 공조가 본격적으로 작동되는 모양새다. 국제법 전문가는 한반도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는 북한의 핵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개성공단 중단은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모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한의 손실이 큰가 북한의 경제적 손실이 큰가.

- 남한의 손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현재 124개의 우리 기업체들이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고 그에 딸린 협력업체는 훨씬 더 많다. 생산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손실 보상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로 134일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돼 입주기업들이 약 1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꺼낸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 남북 관계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정부의 5자 회담 제안이 중국에 의해 거절당했다. 러시아도 5자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가 힘들 것으로 예상해 먼저 강하게 치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국 상원이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킨 날,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을 밝혔다. 개성공단 중단을 놓고 미국과 사전 논의했을 가능성은 없나.

- 암암리에 미국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미간 ‘한반도 사드 배치’ 공식 논의가 시작된 시점에서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는 없나.

- 입주 기업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 아닌가.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13년 남북당국이 체결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1항’을 위반했다. 합의 제1항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먼저 합의서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조치를 빌미로 북한이 개성공단 설비를 몰수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 이 경우도 합의 위반 아닌가.

- 남북이 2002년 경제협력을 위해 채택한 4대 합의서에는 상대방 투자 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 합의를 지키면 된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먼저 합의를 깨뜨려 유리할 것 없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철회하고 5·24 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수소탄 실험, 미사일 개발 등으로 5·24 조치 해제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

- 대결만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복원되어야 하고 상호 긴밀해져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외세의 개입이 많을수록 통일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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