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평균 나이 25세,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기업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열세 번째 순서로 중국의 사업가 '리옌홍(李彦宏)'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사이트이자 인터넷 기업이다. 바이두는 ‘애타게 찾다’라는 뜻이다. 중국 홍콩 타이완 등 20억명의 중화권 이용자가 바이두로 인터넷을 시작한다. 바이두의 파워는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바이두의 브랜드 가치는 삼성 페이스북을 넘어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28위에 올랐다. 그 역동적인 성장의 중심에 리옌홍 회장이 있다.
리옌홍은 1968년 산시성 한 시골마을 노동자 집안의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학교 정보관리학과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모범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1년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대학원 시절 리옌홍은 광학식문자판독기(OCR) 분야를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돌연 학업을 중단하고 다우존스에서 경제 관련 뉴스를 전하는 기자로 활동한다. 3년간 월스트리트에서 경제와 비즈니스 감각을 익힌 그는 실리콘밸리로 활동 무대를 옮긴다. 인포시크(Infoseek)의 엔지니어가 된 그는 '검색‘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1999년 12월 중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박차고 고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인터넷 검색 업체 설립'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서였다. 그 시기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900만명에 불과했고 검색사이트는 300개가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검색 업체를 만들려는 그를 모두 말렸다. 그러나 리옌홍은 동업자인 쉬융과 함께 120만 달러(약 13억원)의 벤처자금을 투자받아 1999년 말 '바이두'를 설립했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바이두의 성공 배경은 복합적
바이두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바이두의 시작은 중국의 포털사이트에 검색엔진을 제공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리옌홍은 시간이 갈수록 검색엔진 제공의 한계를 느꼈고, 자체적으로 검색엔진 사이트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리옌홍은 이사회를 소집하고 투자자들에게 검색엔진 사이트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반대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포털사이트와의 기존 거래가 끊길 거로 생각한 것. 리옌홍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 마침내 자체적인 검색서비스 바이두가 오픈됐다. 이후 바이두는 급속도로 사용자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눈부신 속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바이두의 성공 배경은 복합적이다. 리옌홍의 주특기인 기술 본위의 사고, 용인술,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글로벌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리옌홍의 리더십은 용인술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했듯 리옌홍도 최고의 인재를 얻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벌였다.
지식 탐구에 대한 열정도 성공의 요인이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시절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접목할 수 있는 전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훗날 리옌홍은 “기술은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는지가 승부를 결정하는 진정한 요소”라고 술회했다.
리옌홍과 함께 일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스마트하다”고 말한다. 공동 창업자인 쉬융은 “리가 엔지니어로 훌륭한지는 익히 알았지만 비즈니스적 직관과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젊은 기업이다. 끊임없이 혁신과 개혁을 추구한다. 딱딱하고 격식을 중시하는 중국 기업과 달리 바이두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복장이 자유롭다. 베이징 바이두 본사에만 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은 4만명이 넘는다. 전 직원의 평균 연령은 25.8세다. 8명의 부총재 중 한명인 리밍위안(李明遠)은 34세에 불과하다. 창업자이자 총재인 리옌훙은 올해 48세다.
리옌홍의 인재관은 ‘낭중지추’
리옌홍은 인재관은 ‘낭중지추(囊中之錐)’로 상징된다. 그는“최고의 인재를 초빙해 최대의 활동 공간을 주고 최후의 결과만을 본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두각을 나타내게 만든다”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 시장을 점령한 그의 다음 목표는 ‘타도 구글’이었다. 리옌홍은 직원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글을 굴복시킬 기술개발에 전념했다. 그러나 바이두는 2005년 미국증시에 상장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최대위기에 빠졌다. 조직 내부에 자만감과 나태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 성취감에 취한 직원들은 연구에 소홀했고 천정부지로 오르던 주가는 급전직했다.
위기를 느낀 리옌홍은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에서 그는 “바이두가 파산까지 30일 남았다”고 선언했다. 이어 “실수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철밥통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평소 조용하던 그가 폭탄선언을 하자 직원들을 각성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바이두를 다시 글로벌 IT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리옌홍은 한국 IT시장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6월 SM엔터테인먼트그룹과 음원 및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 유통 사업에 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협약식에서 리옌홍은 “최대의 인터넷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리옌홍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 갑부다.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쥔 그는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 가지 일에 미쳐라. 그래야 남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