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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분석/ 젭 부시는 왜 대권가도에서 멀어졌나
   
▲ <사진출처=time.com>

美 대선 분석/ 젭 부시는 왜 대권가도에서 멀어졌나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 후보 사퇴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시는 지난 2일 첫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고작 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6위에 그쳤다.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에서는 11.02%를 얻어 4위로 올랐지만, 깜짝 2위를 기록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1위 도널드 트럼프(35.34%)를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다.

현지 언론은 여전히 부시를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보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군소 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가 뉴햄프셔 경선을 끝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부시 사퇴도 시간문제다. 이는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부시 가문의 '황태자'로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대선 초반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젭 부시는 왜 이렇게 됐을까.
 

부시가문의 후광이 역효과로 작용

젭 부시의 가장 큰 무기는 집안이다. 미 역사상 유례없는 부자 대통령 가문의 일원으로 젭 부시의 정치적 후광은 여타 공화당 후보와 비교할 수 없다. 그의 집안 덕은 선거 자금에서 증명된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금까지 약 1억 5560만 달러를 모금했다. 1위인 힐러리 클린턴(1억 6350만 달러(약 1980억원)에 비해 800만 달러 차이다. 3위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의 약 9000만 달러, 4위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후보의 약 7700만 달러, 5위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의 약 7500만 달러와 비교해도 월등히 앞선다.

부시 선거캠프는 20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 1030만 달러의 선거광고를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돈의 힘으로 열세를 만회하기엔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미국 선거 전문가들은 젭 부시의 열세 원인으로 크게 3개항을 꼽는다. 첫째가 부시 가문이 낳은 후유증이다. ‘이라크 전쟁’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은 형인 조지 부시 집권 시절 발생했다. 조지 부시는 대통령 재임시 서민들을 상대로 “은행에서 빚을 내 집을 사라” 부추기는 연설까지 했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미국 국민들이 부시 가문에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것.
 

카리스마 떨어지고 정치적 감각 부재

두 번째 원인이 부시 개인의 경쟁력이다. 실제로 부시는 같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마르코 루비오 등에 비해 정치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부시와 달리 트럼프는 대중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입국 금지시키겠다”고 발언해 전날 출마 선언한 부시 전 주지사에 대한 존재감을 뭉갰다.
부시에게 트럼프는 악몽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등장 이후 부시의 지지율 변화에서 입증된다. 지난해 7월 전국 여론조사 결과 부시 지지율은 17.8%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월 7일 발표된 부시 지지율은 4.3%다.

<사진출처=whotv.com>

오는 20일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살펴보면 부시는 4번째(10%)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에서 트럼프는 36%, 크루즈는 19.5%, 루비오는 12.7%를 기록하고 있다.

부시는 트럼프뿐 아니라 마르코 루비오에게도 밀리고 있다. 부시와 플로리다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는 정치적 사제관계다. 이 둘은 정치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플로리다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유권자의 2/3을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을 공략할 수 있는 점 등이다. 실제로 부시는 멕시코 출신 아내에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루비오 역시 쿠바계 히스패닉이다.

미국 언론은 이런 유사점 때문에 루비오가 부시의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부시는 NBC방송에서 “나는 공화당 뿌리를 잇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생각일 뿐 공화당 내부 사정은 다르다. 루비오는 당내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루비오가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2명으로부터 하루에 60억을 후원받는 등 보수층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기대 속에 공화당 내 주류 측은 루비오가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면서도 본선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 부시를 중도 하차시키고 루비오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토론에서 실패, 뒤늦게 트럼프식 변신

부시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특히 TV토론은 그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그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지난 8월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회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시의 지지율은 2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NBC뉴스는 부시에 대해 “TV 토론 내내 합리적이고 차분했으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추세가 굳어질 경우 부시 전 주지사는 유력 주자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부시를 가리켜 “차분한 학자 스타일”이라 평했다.

트럼프의 막말 공세에 부시가 말려들어간 측면도 있다. 트럼프의 막말이 심해지자 부시는 트럼프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정중하고 성숙한 이미지의 부시 후보가 트럼프와 차별화 된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TV토론은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1960년 케네디 대 닉슨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선거운동 초반 케네디는 닉슨에 열세였다. 하지만 4주에 걸친 4차례 TV토론에서 케네디는 짙은 감청색 양복을 입고 세련된 머리 모양으로 시선을 끌었고 다양한 미소, 제스처를 활용하며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노력했다. 그에 비해 닉슨은 카메라와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식은땀을 계속 흘리는 등 긴장하고 지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첫 토론 이후, 닉슨은 활기찬 모습으로 3차례 토론을 주도했지만 첫 토론의 이미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시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첫 유세현장에서 유독 부시만 공격했다. 트럼프는 부시의 선거운동 스타일, 무기력함 등을 집중 거론하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의 이런 행동은 젭 부시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대선은 이제 막 레이스가 시작됐다. 급진적이고 선동적이지만 미국 백인의 심리를 꿰뚫고 인기 몰이 중인 트럼프, 공화당 내 강경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루비오, 여론 조사가 전부가 아님을 아이오와에서 증명한 크루즈, 이 강자들 사이에서 부시가 악전고투하고 있다.

<사진출처=awdnews.com>

부시가 코너에 몰리자 최근 부시 가문은 직접 나섰다. 그동안 비공개 모금 행사에만 모습을 보이던 형 조지 W.부시가 라디오와 TV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동생 지원사격에 나선 것. 조지 부시는 오는 1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때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곳은 1988년 아버지 조지 H.W.부시와 2000년 조지 W.부시가 공화당 경선에서 가볍게 승리한 지역이다. 어머니 바바라 부시는 지난 주 뉴햄프셔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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