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캡쳐=월스트리트저널>

WSJ "북핵 위협 제거하려면 햇볕정책을 버려야"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전격 단행된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관련해 ‘우둔했던 한국형 햇볕’(The Folly of Korean 'Sunshine')이란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WSJ는 사설에서 “남한이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반가운(welcome) 전략 변경을 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과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했으며,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WSJ는 “북한은 남한의 조치를 ‘전쟁 선언’이라 맹비난했으며, 뒤이어 국경통신선을 끊고, 공단을 접수할 군 병력을 보냈다”고 북한의 반응을 알렸다.

또한 한국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개성에서 일하는 남한 직원들이 인질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WSJ는 “남한은 2000년부터 북한에 원조약속과 함께 남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구애했다”며 개성공단 건설 논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 개성공단 찬성론자들은 중국의 심천처럼 개성이 북한의 경제 개혁을 자극시킬 것이며, 김정일 일가가 착하게 행동하게 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적인 남한 사람들의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장밋빛 전망을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WSJ는 “하지만 북한 정권의 본질을 생각해볼 때 이런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사업이었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현금이 북한 정권을 위해 쓰였다고 주장했다. WSJ는 “개성공단의 남측 회사들은 직접 김정일 일가에서 달러로 임금을 지불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의미없는 임금과 바우처를 받은 반면, 북한 정권은 달러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라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뒤이어 “지난 해 공단 내 124개의 남한 회사는 50,000명의 북측 노동자를 고용하며 200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김정은에게는 1억3천만 달러를 건넸다”고 전했다.

WSJ는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5억6천만 달러 중 70%가 핵·미사일 개발이나 치적사업 또는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 된다”는 홍영표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10여 년간 남한과 미국이 못 본 척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신문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미국 내의 의견도 실었다.

WSJ는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 특별인권특사였던 레이 코비츠의 발언을 전달했다. 2006년 그는 “상당한 규모의 불투명한 원조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원조 당사국) 자신도 모르게 북한 정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2007년 레이 코비츠가 WSJ에 기고한 글 중 “개성공단은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신 결국 북한 정권의 열망인 핵 개발에 자금을 댈 것”이라 밝힌 대목을 소개했다.

WSJ는 개성공단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인사의 발언도 실었다. 2007년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페리 전 국방장관은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업”이라 평했다. 또한 이 신문은 ”10년 전 남한의 외교 장관으로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지난 5월, 개성공단 프로젝트는 남북한 모두에게 윈윈이며 앞으로 더 발전하고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야 한다“는 발언을 덧붙였다.

WSJ는 개성 공단 중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bone-numbing pain) 실효적인 제재 조치"의 첫 걸음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안이 통과된다면 김정은을 호주머니(pocketbook) 속으로 빠지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다음으로 필요한 조치로 2005년부터 한국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 통과를 꼽았다. 이 신문은 이 법이 통과된다면 인권 NGO들에게 재정지원을 해줄 수 있고, 남한 국민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역경과 고난을 가르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북한주민들이 당하고 있는 학대들을 기록해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WSJ는 “핵 위협을 제거하려면 햇볕정책을 덮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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