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거의 못 잡아낸 것으로 알려져

복지부 리베이트 합동조사가 지난 4월 26일로 종료되면서, 그 결과에 업계의 많은 관심이 몰렸다. 복지부와 식약청, 건보공단, 심평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은 지난 5일부터 도매-약국 간 리베이트 조사에 착수, 이번 조사에 협력한 도매업체들과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있는 다른 도매업체들, 문전약국 등 30곳을 차례로 방문 조사했다. 이 가운데 대구 등 일부지역 도매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집중 조사를 받기도 해, 뭔가 구체적인 정황이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들이 있었지만, 실상 이번 조사에서 리베이트에 관한 확실한 증거는 거의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합동조사팀 양 측은 이번 조사가 어찌됐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직접적으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만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사팀이 너무 의욕만 앞서 이리저리 뒤집어놓기만 했을 뿐 1차 조사는 사실상 ‘실패’로 봐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복지부와 식약청, 건보공단, 심평원으로 구성된 리베이트 합동조사팀은 심평원에서 4개조가 각기 조사한 결과를 보고하며 강평을 열었다.

복지부 등은 문전약국이 거래 도매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제보 및 파악한 정황을 시작으로 합동조사팀을 꾸려, 지난 4월 5일부터 수도권, 영남, 충청, 호남권을 돌면서 도매업체와 문전약국 등 30곳을 조사해 왔다.

26일 합동조사가 종료되자,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로 드러난 리베이트 내역이 거의 없다는 후문이 돌기 시작했다. 조사팀이 기대했던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동조사 1차는 실패?
당초 합동조사는 4월 25일 마무리 짓고 그간 진행한 조사 내용에 대한 결과 리포트를 작성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5일 한 곳의 도매상에 대한 조사가 밤 늦게까지 이뤄져 종료 시한이 늦춰졌다고 한다.

해당 도매상은 합동조사 중 이미 한 번의 조사를 받은 곳이기 때문에, 두 차례 조사를 받은 사실에 업계에서는 1차 조사에서 밝혀낸 바가 없기 때문에 다시 나왔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사가 마무리되기 1주일 전부터 업계에서는 합동조사반이 이번 조사에서 문전약국이 거래 도매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 제재를 받을 정도의 ‘뒷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조사를 한다고 해서 여기저기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로 끝날 것 같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합동조사반은 약국가의 결제할인과 카드 사용실태도 점검했지만 부당사용례가 확인되지 않아, 쌍벌제 위반 입증이 대부분 실패했다고 분석되고 있다. 약국 입장에서는 복지부 리베이트 ‘예비고사’를 무사히 잘 치룬 셈이다.

조사 마무리 전부터 실패 소문이 돌자,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의약품정보센터를 통해 확보한 자료 및 다른 루트를 통해 조사한 상태에서, 속칭 ‘건수’가 나올 때까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리베이트 특성상 내부고발이 아닌 제보나 정황만으로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실상 나올 게 애당초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합동조사반이 의욕이 앞서 무리한 조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미미한 수확
조사팀 측은 나름대로 조사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의 만족은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로 업계가 쌍벌제에 대해 형식뿐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인식전환이 이뤄졌으리라고 본 것이다.
정정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은 이번 리베이트 조사를 ‘예비조사’격이라고 설명하며, “규정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4월 27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개최된 CEO 조찬세미나에서 ‘의약품 관련 주요정책 동향’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전하면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정부 의지가 강력한 만큼, 향후 어떤 형태로든 리베이트 조사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이전 문전약국과 도매업체간 불법 커넥션이 여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는 다르게, “현장을 목소리를 듣는 것에 만족”했다는 식의 말은 어느 정도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으로 내비쳐져 신뢰감을 잃게 했다. 업계의 억울함 담긴 볼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약국 간 더 이상 리베이트는 안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시키는 성과는 거뒀다고 본다. 이를 계기로 도매상들 인식도 많이 변한 것 같다”면서도 1차 조사 실적이 부진해 추가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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