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2020년까지 500만대 생산

▲ BYD의 전기차 Qin 모델. <사진출처=BYD홈페이지>

중국 전기차 급성장하는 비결은?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2020년까지 500만대 생산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중국 정부는 2년 전부터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 목표 아래 산하 기관의 신에너지차 구입, 자동차 구입 보조금, 세금 감면, 관련 연구개발, 부대시설 건설 등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이미 약 370억 위안(약 7조원)을 신에너지차 사업에 투자했다.

그 한가운데 전기차가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2014년부터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14년에는 판매량이 10만대 미만이었으나 2015년에는 3배 이상 늘어나며 33만대를 돌파했다. 33만대는 모두 중국 내에서 소화됐다. 전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22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전기차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2020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약 70만 대 규모로 성장, 세계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계획 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집중 육성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전기차의 A부터 Z까지 살펴봤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기차

LG경제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뒤따르는 부작용이 중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교통난과 환경오염이다. 주요 도시들은 심각한 교통체증과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스모그의 주원인 중 하나다. 칭화대 연구결과에 따르면중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13년 중국 GDP의 3.8%에 달한다. 또한 중국의학과학원은 2030년까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대기오염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심장질환 사망률과 뇌졸중 사망률을 각각 7.2%, 2.7%씩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에너지 안보 위협이다. 중국은 연간 최대 2억 톤 정도 원유를 생산한다. 최근 원유소비가 늘면서 2014년부터 석유 소비가 5.2억 톤을 넘어섰다. 원유 수입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전체 소비량의 59%를(2014년 기준) 해외에서 사들이고 있다. 현재는 저유가 상황이지만 유가가 급등하면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을 끼친다.

문제는 중국 석유 소비량 중 70%가 자동차 소비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맥킨지 보고서는 “2025년 중국자동차가 소비하는 원유가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1/4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를 집중 육성하는 이유는 ▲에너지 자립 ▲교통난 및 대기오염 해소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 증대 위해 인프라 확대

LG경제연구원 김범준 책임연구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 규제 및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IT 산업 발전 초기에 중국 정부가 시행한 방식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IT 관련 중소기업들이 밀집된 심천 지방정부는 ‘고기술 과학기업’을 선별해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화웨이는 심천 정부로부터 7.5억 위안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공시한 적이 있다. 7.5억 위안은 화웨이 순이익의 5%에 달한다.

전기차 개발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정부는 전기차 공급을 촉진시키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 및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첫째는 인프라 확대다. 중앙정부는 신규 주택,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 전기차 전용 주차장을 확보하고,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밖에 충전 시설 건설, 수리,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밝힌 청사진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 생산 ▲충전소 1만 2,000곳, 충전기 480만 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국가 에너지국에 따르면 2015년 말 전기차 충전소 수는 약 3000 곳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을 중국 기업이 자체 제작한 전기차로 제한한 점도 특징이다. 이는 중국 전기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 외에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의 진입 장벽을 세우겠다는 의도다.

중국 전기차를 소비자는 최대 10만 위안(한화 약 1,800만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전기차 가격은 평균 4000만원이다. 소비자들이 보조금 제도를 잘 활용하면 최대 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휘발유 차량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대도시에는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에 한해 등록 대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2부제 통행’을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는 예외다.

중국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번호판 발급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PHEV방식의 전기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PHEV방식과 순수 전기 자동차 EV(Electric Vehicle)방식이 있다. 순수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로만 운행되고 PHEV방식은 휘발유 차량엔진과 전기차 모터가 함께 장착돼 있다. 상하이에서 번호판을 부여받기 위해 PHEV방식의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조금 수령 후에 차를 개조하는 양심불량족도 늘고 있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는 보조금 부정 수급자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 해마다 급증

중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은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3년 17,000여 대에서 2014년 90,000여대로, 2015년에는 330,000여대로 급증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1000대 이상 팔린 전기차 모델 10종 중 9종이 중국 브랜드이며 그중 BYD의 Qin은 16,000여대가 판매됐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글로벌 브랜드 테슬라의 Model S은 1,680대 판매했으며, BMW, 볼보는 300여대에 그쳤다.

 

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BYD다. BYD는 2014년에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다임러와 합자해 Denza 전기차를 출시했다.

BYD는 2015년 상반기에 자동차 및 관련 사업부에서만 약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전기차 사업 부문은 2014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BYD의 특징은 기술 기반이 견고하다는 것이다. BYD는 배터리와 엔진을 포함하여 전기차 부품의 거의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소재도 내재화하고 있을 정도로 수직계열화돼 있다.

베이징자동차(BAIC)도 주목할 기업이다. 베이징자동차는 2009년 인수한 SAAB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0년 처음으로 전기차를 생산했다. 2013년에는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대양 전기,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2014년에는 미국의 배터리 기업인 Atieva 최대 주주가 됐다.

이외에도 경차급 전기차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국유기업 Chery, 충전소 설치가 용이한 농촌시장을 공략한 Zotye 등 다양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중국 자동차 업계는 시장을 내주는 대가로 기술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뒤 전략을 바꿨다. 적극적인 인수와 제휴로 핵심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전기차의 핵심은 모터와 배터리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을 모터가,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기름 역할을 배터리가 맡고 있기 때문.

중국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한국,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격과 성능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선두주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버스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 배터리를 채택한 버스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등 본격적인 견제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관심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력 확보에 있다.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전기차의 미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핵심 부품은 외산이고 껍데기만 중국 것인 전기차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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