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은 당신의 적이다 재미있고 단순해라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열네 번째 순서로 영국의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CEO. <사진출처=버진그룹>

2014년 11월, 버진 갤랙틱의 우주선이 시험비행 중 공중 폭발했다.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행사는 ‘괴짜 경영인’으로 알려진 리처드 브랜슨이 주도했다. 브랜슨은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우주관광을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발언은 브랜슨의 도전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엔터테이너 CEO’, ‘히피 자본가’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66) 회장. 그는 좌절을 딛고 슈퍼리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청소년기에 난독증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연속된 부상으로 스포츠 스타의 꿈을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세계에 걸쳐 400개의 기업을 거느린 버진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시도한다. 그가 기업인으로선 최초로 우주관광사업에 뛰어든 것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에 기인한다.

고교중퇴 후 16세 때 첫 사업

리처드 브랜슨은 1950년 7월 18일 영국 런던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높았던 집안 분위기 탓에 그는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를 다녔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타고난 난독증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결국 브랜슨은 15살 때 학교를 중퇴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미래를 우려했다. 하지만 브랜슨의 어머니는 달랐다. 어머니는 브랜슨이 호기심이 많고, 흥미 없는 것엔 아예 관심이 없는 성격인 걸 알고 “네가 좋아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라고 격려해 주었다.

이에 브랜슨은 생애 최초로 창업을 시도한다. 매거진 ‘스튜던트’. 이 잡지는 16살 소년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렇게 번 돈을 밑천으로 브랜슨은 다음 사업을 시작했다. 런던의 번화가 옥스퍼드 거리에 소규모 우편주문 전용 음반 판매회사 버진레코드를 세운 것. 회사 이름을 ‘버진(virgin)’이라고 정한 이유는 한 직원이 “사장도 초보고 직원도 초보니 회사명을 버진으로 하면 어떻겠어요”라고 제안한데서 비롯됐다.

브랜슨은 직원들과 토론을 벌이기를 좋아했다. 브랜슨은 당시 천재음악소년으로 불리던 마이크 올드필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열다섯 살짜리가 이렇게 멋진 연주를 하는데 왜 음반 회사들은 관심이 없는 걸까.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올드필드의 앨범 ‘튜블러 벨스’는 영국에서만 200만 장 넘게 팔렸다.

올드필드의 대성공 이후 버진레코드는 섹스피스톨스, 롤링스톤스, 보이 조지, 필 콜린스, 재닛 잭슨 등과 잇따라 계약하면서 세계적인 음반사로 발돋움했다. 브랜슨은 버진레코드를 1987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1992년 10억 달러(약 1조1500억 원)를 받고 대형 음반사 EMI에 매각했다.

세계최초 저비용항공사 설립

버진레코드 성공 후 브랜슨은 전혀 이질적인 사업에 도전한다. 세계 최초로 저비용 항공사를 설립한 것.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은 “음반회사나 하지 생뚱맞게 무슨 항공사냐 그러다 망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말렸다. 실제로 브랜슨은 ‘버진애틀랜틱’ 설립 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영국 국영 브리티시항공와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브랜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기내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저비용항공사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비디오, 음악, 게임, 목욕, 미용, 안마까지 도입했다. 혁신적인 서비스에 힘입어 버진애틀랜틱은 승승장구했다. 자신감을 얻은 브랜슨은 2000년 호주에서 버진블루(현재 버진오스트레일리아)를 설립한데 이어 유로벨지안항공, SN브뤼셀항공 등과의 합병으로 세계적 항공사로 거듭났다.

버진애틀랜틱의 성공으로 억만장자가 된 브랜슨은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지구가 아닌 우주를 무대로 달려간 것이다.

브랜슨은 2004년 9월 대대적인 우주관광사업 구상을 밝히며 ‘버진갤럭틱’을 설립했다. 이에 사람들은 황당한 구상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브랜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리고 있다. 2014년 10월까지 총 4회 시험비행했으며 2014년 10월 31일 발사된 우주선 ‘스페이스 십2’는 미국 서부 모하비 사막 상공에서 모선으로부터 분리된 뒤 추락했다. 사고 직후 브랜슨 회장은 “우주선 추락의 원인을 밝히겠다”며 재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의 꿈은 지구인의 우주관광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서다. 우주선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 지구인이 우주인이 되는 꿈을 실현시키고 싶은 것이다.

우주를 향한 식지 않은 열정

기업인으로서 브랜슨의 성공 비결은 ‘재미’다. 그는 일과 인생 모두에서 ‘즐거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그는 “개인이 가진 흥미로운 생각을 비즈니스로 전환시켜 세상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자본이 아닌 기업가정신이다”라고 강조한다.

브랜슨의 리더십도 남다르다. 브랜슨은 “좋은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다. 나는 직원들이 실수를 해도 절대 화내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슨은 단순히 저성과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하지 않는다. 브랜슨은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다. 어떤 사람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에 적합한 일을 찾아줘야 한다. 잘 찾아보면 분명히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브랜슨은 전과자를 채용하는 CEO로 유명하다. 그 이유로 브랜슨은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브랜슨은 전과자의 채용을 늘리고 전과자에게 허드렛일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자리를 얻은 사람은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게 돼 있다.”라고 말한다.

브랜슨은 “기업의 목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지 않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일 뿐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과 지구를 돌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리처드 브랜슨의 십계명

▲우리 인생의 80%는 일하면서 보낸다. 우린 퇴근 후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밌으면 안 되는가?

▲행복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일터로 나간다면 삶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어떤 일이 재미있지 않거나 즐겁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다.

▲내가 네 살 때 어머니가 운전을 하다 차를 세우고 나를 혼자 놔두고 가버렸다. 혼자 길을 찾아서 집에 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난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다.

▲사람은 걷는 규칙을 배워서 걷지 않는다. 걸음을 시도하고, 넘어지면서 배운다.

▲아이디어가 성공할지 알아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조사를 하거나 보고서를 잔뜩 만들 필요가 없다. 대부분은 상식과 비전만 있으면 충분하다.

▲내게 사업은 멋진 신사복을 입는 것이나 주주들을 즐겁게 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 사업이라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솔직해지는 것이고 알짜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의 사업철학은 내게 조금이라도 돈이 있다면 방치하지 않고, 모험적 영역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장 값싸게 하는 방법이나 가장 빠르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마라. 가장 훌륭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라.

▲복잡함은 당신의 적이다. 어떤 바보도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단순하게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

▲사업의 기회는 버스와도 같다. 한 대를 놓치면 또 다른 버스가 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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