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업계에 소비자단체까지 불만 제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해 업계는 물론 소비자단체들까지 쏟아지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업계는 방판법 개정안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양질의 방판업체들을 옥죄고 영세 판매업체와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방판법 개정안은 기존 방문판매업체들 중에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인 업체들을 ‘후원방문판매’로 정의,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3개월 매출의 최대 40%를 공제조합에 납부할 것과 160만원 초과 제품의 판매 금지, 판매원 후원수당의 상한을 38%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방문판매시장 활성화가 저해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 지난 4월 27일에는 한국직접판매협회(회장 홍준기)를 비롯해 건강기능식품협회, 화장품협회, 출판경영자협회 등 방문판매업 관련 4개 단체가 방판법 개정에 반대하는 100만명 서명 운동을 시작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판매법 개정에 반대하는 100만명 서명 운동이 지난 4월 27일 시작됐다. 이 반대 운동은 한국직접판매협회, 건강기능식품협회, 화장품협회, 출판경영자협회 등 방문판매업 관련 4개 단체가 주도를 하여 진행된다.

공정위가 방판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업체와 방문판매업 종사자, 소비자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 만큼, 참가자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방문판매업 종사자만 80만명에 이르는 숫자가 적극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모두 뿔났다
방판법 개정안은 당초 불법 다단계업체들을 근절하고자 마련되었다. 그러나 방문판매업계는 이 개정안이 다단계 폐해를 근절하지는 못하면서, 순수하고 건전한 방문판매 종사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단계판매에 버금가는 규제를 통해 업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정작 불법 다단계판매업체들을 잡아낼 만한 구실은 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불법 업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요리조리 빠져나가거나 계속해서 몰래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결국 남아 있는 양질의 방문판매업체들만 칼을 받게 됐다는 것.

예를 들어 160만원 어치 이상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항목의 경우, 불법 다단계업체들이 자석매트 등 저가 제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 개정 취지이지만, 실상 불법업체들은 나눠팔기 등의 방식으로 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정수기 등 검증된 고가 제품의 판매하던 업체들은, 불법업체들 때문에 생겨난 개정안에 더 이상 고가제품을 판매할 수 없어 시장 활성화가 저해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방판법 개정안에 따라 벌금형을 받게 되면, 3년 이내에 해당 업체 임원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불법 다단계업체들은 대부분 명의만 빌려주는 속칭 ‘바지사장’이 임원을 맡고 있어,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효성은 없고 수많은 영세업자들과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녹사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들도 방판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출판경영자 협회 관계자는 “대리점 사업자 대부분이 주부나 은퇴 직장인으로 영세하다”며 “이들을 공제조합에 가입시키고 ‘판매원이 아닌 최종소비자’에 대한 매출 50% 입증(옴니트리션)을 위한 시스템 구축, 통화 녹음 설비 구축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물리면 연쇄도산과 폐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업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3개월 매출의 최대 40%를 공제조합에 납부하도록 하는 부분인데, 직접판매협회는 대리점당 평균 1억원 가량을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최대 1조원 규모의 공제조합을 만들어 소비자 피해를 보상한다는 방침인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새 공제조합 설립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적지 않아 이 또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제조합 필요성 논란
현재 다단계판매 시장에는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 두 조합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조합의 출자금, 담보금은 1100여억원에 달하지만 연간 보상액(2008년 기준)은 4억 3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영세 대리점들에 부담만 지우고 실제 피해 보상은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굳이 또 새 공제조합을 설립해서 조합비를 납부받고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 업계의 주 입장이다. 

또 대부분의 불법 다단계업체들은 애당초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새 공제조합의 설립이 효율성 부분에서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공제조합을 통해 공정위 퇴직자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존재하고 있는 공제조합 두 곳의 이사장은 2002년 출범 이후 줄곧 공정위 퇴직자들이 관례적으로 맡아왔는데, 이번에 새로 설립하고자 하는 공제조합도 그러한 관례를 잇게 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강제로 조합비를 걷어 버젓한 산하기관을 만들려고 방문판매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규탄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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