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유엔 안보리 회의 장면.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4대 언론이 본 ‘UN 대북제재결의안’ 효용성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을 두고 외신들은 ‘전례 없는 강력한 제재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AP통신은 “안보리 결의안으로 북한이 한층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은 “북한에 대한 현 제재 수준보다 훨씬 강력한 조처”라고 전했다. 미국 주류 언론은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보도해 눈길을 끈다. 보수 성향의 방송 FOX는 “핵 개발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대북 제재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NYT “미국 정부의 방관이 북핵문제 키워”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이번 대북 제재안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유엔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석유를 사고 석탄과 철광석을 팔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추적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재로 인해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지고 중국으로 난민들이 흘러들어올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YT는 북한의 핵 기술이 발전하게 된 이유로 미국 정부의 방관을 꼽았다. NYT는 “94년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10년 가까이 동결시켰다. 하지만 이후 조지 W.부시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그 사이 20북한은 10~16개(추정)의 핵탄두를 개발했다”며 미 정부의 실책을 꼬집었다.

NYT는 이번 초강력 대북 제재안이 그 자체로 장기적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어느 시점에서 미국은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와 함께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6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NYT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북·미 비밀 접촉에서 양국은 의제를 놓고 비핵화냐 평화협정이냐 이견이 생겨 실패했다”고 전했다.

사설 말미에 NYT는 “북한의 (핵을 보유했다는)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높으며 그로 인해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한다.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협상에 착수하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FOX “중국의 대북 제재 역할에 회의적”

FOX는 지난 5일(현지시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미·중간 대화와 협상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FOX는 이어 “미·중 양국은 강력한 조치 속에 담긴 메시지가 평양에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FOX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에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회의론자들은 ‘중국이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북한 경제 파괴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제재에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라며 중국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FOX는 “이번 제재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핵보유국의 위상을 포기하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속도를 늦추는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무기 제작을 위한 광물 거래와 불법적인 네트워크도 끊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FOX는 “더 중요한 것은 북한 고위 관리들이 재정적, 정치적 특권이 약화돼 타격을 입을 거라는 점이다. 유엔의 조치에는 북한 주민들의 고난을 외면한 채 유흥을 즐기는 북한 관리들을 비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FOX는 새 결의안에 북한정부와 노동당이 제재대상에 지정됐고 북한의 외화·통치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39호실'을 포함, 개인 16명, 기관 12곳이 제재 명단에 추가된 사실도 전했다.

FOX는 “이번 제재는 새로운 제약으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의도이며 6자회담 재개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국제사회 기준에 반하는 행동을 지속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WP “대북 제재 일방의 정책은 역효과 낳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미국의 소극적인 대북 정책에 비판했다.

WP는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원한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한다며 북미 양자협상 제안을 일축해왔다”고 전했다. WP는 “심지어 북미협상 카드를 지지하는 쪽에서도 제재가 협상을 이끌어내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제재는 불안정한 북한정권을 더 난폭하고 위험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WP는 그 근거로 “그동안 유엔의 대북 제재 노력에도 북한의 행동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WP는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의 견해도 소개했다. 조엘 위트는 “제재는 방치전략의 한 종류일 뿐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전략과 목표가 없고, 문제를 다룰 방법이 없다면 제재라는 버튼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얘기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전략과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이 제재라도 좋다고 중국은 얘기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얻으려는 궁극의 목적은 뭔가. 내가 보기에 미국은 진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공식적 평화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협상 의제로 핵 문제와 함께 한미 정례 군사훈련 중단, 비무장 지대 제거, 상호 인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반대급부로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을 중지하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P는 “유엔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국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주된 도구였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국제 사회의 군사·외교 무대 한복판에 북한을 끌어들였으며, 그들의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WP는 중국 외교부 왕이부장의 병행 트랙 전략(제재와 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WP는 “미국은 최근 왕이 부장이 제안한 병행 트랙 제안에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의 최근 발언을 소개했다. 존 커비는 지난 3일 “우리는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WP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견해도 소개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미 국무부에서 한국과장과 일본과장 등을 역임했고,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스트라우브는 “북한의 과거 협상 이력과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병행 트랙 전략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트라우브는 96~98년 사이 한국, 미국, 중국이 북한과 평화협상을 진행했던 4자 회담을 거론하며 “중국은 4자회담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는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의 비난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스트라우브는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이유로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들었다. 그는 “도끼 만행 사건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후 미국은 직접 북한과 대면하지 않고 북한을 포위하며 계엄령과 같은 대북 정책을 정당화했다. 이는 심각하게 동북아 안보를 뒤틀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한 채 제재의 수위를 높여갔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데 치중했다고 분석했다.

WP는 벅넬대 중국연구소 주 즈췬 소장의 의견도 전했다. 주 즈췬 소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한걸음도 내딛지 않았기 때문에 오바마의 정책은 명백하게 실패했다. 동북아 안보의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불신”이라고 주장했다.

주 즈췬은 “현재 비핵화 관련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국에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아웃소싱’ 시도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과거엔 혈맹이었으나 지금은 동맹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점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WSJ “안보리 대북 제재안 20년 이래 가장 강력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번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에 대해 “20년 이래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결의안이다. 경제 폐쇄나 다름없는 이번 결의안은 김정은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것”이라 평가했다.

WSJ는 90년대 이후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총 4조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음을 상기시키며 “북한은 석탄 수출로 매년 1조 2천억 정도를 벌어들인다. 철광석의 수출 비중도 매우 높아 광물 거래를 금지한 대북 제재 결의안은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WSJ는 “이번 대북 제재안의 효과가 수개월 동안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의 핵 관련 전략적 변화는 중국이 새로운 제재안을 얼마나 강도 높게 실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안드레아 버거 연구원의 의견을 소개하며 “북한의 화물 운송이 지속적으로 방해를 받을 것 같지는 않다”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전략연구소 박승제 연구원의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북한 정권에 갖다 바친다. 이들의 원정 노동을 막는 대비책은 이번에 없다”는 주장도 실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조교수의 “이번 제재가 북한의 군사력 축소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기아로 100만 명 넘게 사망할 당시에도 북한은 군사를 줄이기 않았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개성공단 폐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WSJ는 “개성공단으로 북한이 매년 벌어들이는 돈은 1억 달러 정도다. 북한 정부의 예산이 70억 달러이므로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충격은 미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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