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가 ‘제 86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치론. <사진출처=부가티 공식 홈페이지>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는 어떤 차일까.

슈퍼카 브랜드들의 속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부가티가 최고 출력 1479마력, 최대 속도 시속 464km의 ‘치론(Chiron)’을 선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일(현지시각) 부가티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86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고성능 스포츠카 치론을 공개했다. 치론은 하이브리드 엔진 4개, 터보차저가 달린 8.0리터 엔진을 함께 장착한 차로,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2.5초에 불과하다.

부가티는 시론에 대해 “인간이 만들어낸 차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하다. 지난해 10월부터 180여대를 사전 계약했다”라고 소개했다.

각종 자동차 전문매체 또한 치론에 대해 “새로운 차원을 깨뜨린 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의 주인이 바뀔 것”, “사상 최강의 슈퍼카가 온다” 라고 평가했다.

현재 1위는 부가티 베이론

이전까지 치론의 최대 속도를 넘는 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11월 W모터스는 '두바이 국제 모터쇼'에서 최고 출력 5000마력, 최고 시속 560km를 자랑하는 ‘데벨16(Devel Sixteen)’을 선보인 바 있다. 데벨16은 제로백이 1.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도와 바람의 영향에 따라서 시속 500~1200Km를 낼 수 있는 비행기의 최저 속도와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데빌16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 보기는 어렵다. 속도만을 위해 설정된 차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양산차는 아니기 때문.

기세스북 위원회가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등재 기준도 양산차로 최저 생산 대수가 30대 이상 돼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자동차’ 타이틀은 ‘2010식 부카티 베이론 16.4 Super Sport’다. 베이론은 8.0리터급 W16 엔진과 4개의 터보차저가 장착돼 최고출력 1184마력, 최대토크 112.9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431km로, 제로백은 2.2초에 불과하다.

부가티 베이론보다 빠르지만 등재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한 양산차도 존재한다.

슈퍼카 랭킹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외 랭킹 사이트 'Top car rating'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는 최대 시속 438km을 자랑하는 ‘2012식 포르쉐 9ff GT9 Vmax’다. 그 뒤로 최고시속 435km의 ‘2011식 헤네시 베놈 GT’과 ‘2008식 빅터모터스 WX8 Hypercar’ 그리고 ‘2013식 헤네시 베놈 GT Spyder’가 있다.

기네스 기록 보유차인 ‘2010식 부카티 베이론 16.4 Super Sport’가 5위에, 1341마력에 시속 430km을 자랑하는 ‘2014식 코닉세그 One:1’가 6위에 랭크됐다.

그 다음은 최고 속도 시속 420km를 자랑하는 ‘2011식 코닉세그 Agera R’, ‘2011식 코닉세그 Agera R Oman’, ‘2013식 코닉세그 Agera R’, ‘2013식 코닉세그 Agera S’이 차례로 7위부터 10위 자리를 지켰다.

이 중 헤네시 베놈 GT의 경우 2014년 2월 케네디 우주센터의 5.18km의 공간에서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의 최고속도 기록을 깼지만, 기네스 측이 제시한 측정 방법(왕복 2회 평균)에 따르지 않았고 최저 생산 대수가 30대 미만이어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코닉세그 One:1 역시 자체 측정 결과 최고속도가 440km을 기록, 부가티 베이론과 베놈 GT보다 빠르다고 제조사가 주장했으나 비공식 기록이었을 뿐더러 6대만 한정 생산돼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슈퍼카 브랜드의 속도 경쟁에 대해 “자동차 제조회사의 자존심이 걸린 타이틀이다 보니 이를 따내고 지켜내기 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하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가 가장 비싼 차일까? 그렇지는 않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명차의 경우 경매를 통해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팔리기 때문.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피가 지난 2014년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10대 목록’에 따르면, 가장 비싼 차는 201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경매에서 4370만 달러에 팔린 '1936년식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랜틱'이다. 이 차는 단 3대만 만들어졌으며, 현재 2대만 존재한다.

2위는 3811만 달러에 팔린 ‘1962식 페라리 250 GTO 베를리네타’다. 지난 2014년 본햄스가 개최한 경매를 통해 약 405억원에 팔린 이 차는 프랑스의 F1 레이서 조 슈레저가 소유했던 모델이다. 3.0리터 V12 엔진이 장착돼 3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1964년까지 단 39대만 생산됐다.

‘1954식 메르데세드-벤츠 W196R’는 2960만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실버애로우라는 별명을 가진 이 차는 지난 2013년 본햄스 경매에서 약 315억원에 팔렸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후안 마뉴엘 판지오(Juan Manuel Fangio)가 1954년 독일과 스위스 그랑프리 우승시 실제로 운전했던 모델이다. 현재 전 세계에 단 10대 밖에 없으며, 2.5리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90마력의 성능을 낸다.

4위는 2750만달러에 팔린 ‘1967식 페라리 275 GTB-4 NART 스파이더’다. NART는 노쓰 아메리카 레이싱 팀(North America Racing Team)을 뜻하며, 단 10대만 제작됐다. V12 3.3리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324마력의 성능을 내며, 페라리 모델 중 가장 아름다운 모델로 평가된다.

5위는 1940만 달러에 팔린 ‘1963식 페라리 250 GTO’이다. 이 차는 총 36대만 제작됐다. 3.0리터 V12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30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며, 엔초 페라리의 친구인 디자이너 세르지오 스카글리에티가 이 모델의 바디 디자인에 참여했다.

또한 1639만 달러에 팔린 ‘1957식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프로토타입’과, ‘1490만달러’에 팔린 ‘1931 부가티 르와이얄 캘너 쿠페’는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는 1956년부터 1961년까지 단 34대만 생산된 희귀 모델이며, 그 중 프로토타입은 테스타로사의 원조다. 캘너 쿠페는 4.5미터가 넘는 길이에 12.7리터급 항공기 엔진이 장착됐으며, 디자이너 켈너가 디자인해 화제를 모았다.

8위는 1430만 달러를 기록한 ‘1963식 페라리 250 LM’이 선정됐다. 1960년대를 풍미했던 페라리 250의 레이스 버전 모델로 3.2리터 V12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320마력을 발휘한다. 이 차는 201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RM옥션에서 152억원에 낙찰됐다.

이밖에 ‘1953식 페라리 375 MM 베를리네타 콤페티지오네’는 9위, ‘1957식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는 10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등극이 예고된 부가티 치론의 판매가격은 약 280만달러다. 부가티 베이론은 250만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신형 슈퍼카가 최고가 차량이 아닌 이유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클래식카의 가치가 슈퍼카보다 높은 건 당연하다. 이들 차량은 기술을 넘어선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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