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무엇이 다른가?’

기업의 재무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적 몰입과 창의성 발휘가 반드시 필요하다. 포천지가 선정하여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들은 이러한 구성원의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해 내는 선순환을 만드는데 성공한 사례들이다.
2011년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로 선정된 SAS사의 경우 직원들에게 지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를 방해하는 요인은 최소화하는 데 탁월하다. 2위로 선정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있어 남다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그들은 무엇이 다른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을 살펴본다.

우리 속담 중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은 운명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만 한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고, 구성원에게는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한 삶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낮은 인건비 지출을 통해 높은 이윤을 만드는 식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구성원 만족과 기업 성공의 관계
1940년대 미국의 호손 공장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따라 ‘행복한 구성원이 생산적인 구성원이다’라는 믿음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사람들은 근로조건 향상 등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줄 때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Iaffaldano와 Muchinsky(2001) 등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런 가부장적 정책의 효과는 상관관계가 0.17~0.30 정도로 매우 낮다고 한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산적인 구성원이 행복한 구성원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제기되었다. 일을 잘해냈을 때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더불어 보상과 명성도 따라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개인 수준의 만족과 기업 성과간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분분하지만, 행복한 조직이 성과도 좋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구성원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기업(GWP)들의 주가 및 이직률 데이터(98-06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행복의 성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성원의 행복은 만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볼 때의 만족감과, 백두대간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올라 마침내 목표지점을 등정하고 느끼는 만족감은 다르다. 가장 큰 행복은 적극적 몰입이 끝났을 때 느끼며 이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무아지경 빠질 때 느끼는 몰입은 개인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뿐아니라 기업 조직에 대해 높은 성과도 가져온다.

따라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GWP)의 경우 구성원들이 단순히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상태가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직무 몰입으로 이어져 성과로 나타나도록 관리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여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순위에서 2011년 1, 2, 3위를 차지한 기업들은 SAS, Boston Consulting Group, Wegmans Food Market 세 회사다. 이들 회사의 사례를 통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경영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SAS사는 1976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굿나이트를 비롯한 4명의 동업자에 의해 설립되었다. 미농무성의 자료 분석을 위한 통계프로그램인 SAS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발족한 조직을 모태로 하여, 이후 한번도 멈추지 않고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SAS사의 독특한 인사관리 정책과 관행
창업자이자 CEO인 굿나이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게재한 글에서 그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우선, 구성원에게 도전적인 일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SAS의 방식을 간단히 요약하면, 사람들에게 지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이를 방해하는 요인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관리자들이 실무형 매니저(Working Manager)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 회사에는 관리만 하는 매니저가 없다. 심지어 CEO인 굿나이트도 예외 없이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일이 소중하며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보다 강하게 받게 된다. 또한, 매니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질감 없이 어떤 질문도 거리낌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객도 제품의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SAS는 매년 ‘사용자 컨퍼런스(User Conference)’를 개최해 불편이나 개선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 듣는다. 또한 제품 매뉴얼에 개발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해 놓는 ‘개발자 실명제’를 통해 평소에도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문의나 지원 요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SAS사는 가족들도 이용 가능한 사내 식당과 의료시설, 수준 높은 탁아시설, 자녀 여름 캠프, 세차와 미용실 그리고 마사지실과 넓은 체육관 시설, 주택 지원 프로그램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학교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들은 매년 이익의 15%를 퇴직기금으로 적립해 주는 SAS 특유의 이윤배분제도와 맞물려, 자신의 일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SAS사는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으로 매우 짧은 회사다. 그래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일이 매우 힘들고 어려운 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이 고되기로 유명한 곳이 컨설팅업계다. 오죽하면 ‘급여도 높지만 이혼율도 높은 곳이 컨설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컨설팅 분야에서 지난 6년간 연속해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리스트의 상위에 올라오는 기업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바로 그 회사다. 흔히 줄여서 BCG라고도 한다.

일이 많아도 행복한 BCG사
이 회사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로, 1963년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에 의해 보스턴에서 설립된 회사다. 이후 1966년 세계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상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東京)에 첫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 사무소를 포함하여 전세계 41개국에 71개 사무소를 설립하였으며, 3,000명의 컨설턴트를 포함하여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재무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2010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약 30억불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CG사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 선정되는 비결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이는 ‘높은 급여’를 그 이유로 꼽는다. 신입 사원이 급여와 보너스를 합쳐 최고 2억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그럴 듯 해 보이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이유 만이라면 맥킨지 등 급여가 높기로 유명한 전략컨설팅 회사들의 이름은 왜 빠졌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맥킨지사가 전략컨설팅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보상이라는 급여 정책을 가진 회사라는 점에서 급여가 과연 핵심 요건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BCG가 특히 올 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2위에 선정된 이유는 고용 안정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고(Layoff)를 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오히려 2010년에 신규 채용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만큼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집단이 사회의 기본 단위가 되는 동양과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이 사회의 기본 단위이다. 그래서 고용에 관한 책임도 기본적으로는 개인에게 있다. 그런 미국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고용 안정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분명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 리뷰 및 피드백 제도 그리고 멘토링 제도이다. 업무 자체의 특성상 BCG는 ‘탁월한 학습 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육성 노력이 병행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웨그먼즈사의 성공 비결
웨그먼즈사의 성공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친절하고 전문적인 직원들 그리고 그들의 훌륭한 서비스, 여기에 더해 매력적인 상품 구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선 이 회사는 식료품뿐 아니라 의류 등 비 식료품도 취급하는 다른 대부분의 소매점과는 달리, ‘오직 식품 하나’로 승부를 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들은 영양정보가 표시되어 있고, 건강 관련 약국도 있어서 ‘Eat Well, Live Well’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 브랜드라는 명확한 스토어 브랜드를 구축하고, 여기에 더해 시간을 절약해주는 편의성에 맛까지 뛰어난 즉석 요리 상품도 제공하며, 고급스러운 상품 포장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런 마케팅 측면의 성공 요소는 이를 전달하는 인적 요소와 잘 어우러져 웨그먼즈의 지속적인 성공을 이끌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직원들은 단순히 제품뿐만 아니라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와인을 구매하러 온 고객이 있다면 와인의 사용 용도를 물어보고 그에 맞는 식기류는 어떤 것인지, 어울리는 음식이나 고기, 스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추천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기 위해 웨그먼즈사는 직원의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웨그먼즈는 500여종이 넘는 치즈를 취급하는 데 담당 직원에 대해 스위스 낙농업 견학을 시켜주거나, 와인 담당 직원에게 프랑스 보르도 지방으로 현지 견학을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나아가 대학에 다니는 구성원들에게는 장학금을 제공하는데, 풀타임 직원은 매년 2,200달러, 파트타임 직원은 1,500달러를 지원한다.

이런 육성 정책(Development Policy)은 ‘서비스맨의 기본은 지적 능력’이며,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해 주면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수준도 자연히 올라간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회사는 구성원의 월급을 업계 최고 수준(Lead Policy)으로 가져간다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평균 연봉이 9만 2천불을 넘을 만큼 급여 수준이 높다.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출발점
웨그먼즈사가 이러한 인사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된 배경은 명확하다. 경영자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니 웨그먼즈(Danny Wegmans) 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50년 회사를 맡으면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라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하고 자신의 일을 신바람이 나서 할 수 있어야 고객도 즐거운 쇼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이 왕’이 아니라, ‘구성원이 왕, 그 다음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믿음은 한 직원의 말처럼 ‘이 곳은 나의 제 2 가족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그 결과 웨그먼즈사가 1998년 포천지가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8년 연속 랭킹에 포함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만들었다. 나아가 매장에서 만나는 고객마다 ‘매장 직원들이 정말 대단합니다’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고객에 대한 봉사도 자연히 상승하는 성공 사이클을 형성하고 있다. 업종과 규모를 떠나 기업의 경영 모델을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의 지식경영 시대에는 구성원의 자율과 자발적 몰입 그리고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들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철학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채용부터 처우, 퇴직의 인사 영역별 정책(Policy)을 일관성 있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의 귀재인 잭 웰치 전 GE 회장은 2009년 3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주주가치를 올리겠다고 분기 실적이나 주가에 집착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식 경영 모델의 대명사였던 잭 웰치 조차 ‘주주가치는 경영진부터 직원에 이르는 기업 구성원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뒤늦은 자기 반성을 하는 이유를 잘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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